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신약의 약가 인상을 위한 한국의 약가 결정 과정에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최도자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12일 공동 주최한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바이오·제약 정책 대응과제'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트럼프의 한국 보험약가 통제 압력을 예상했다.
이들은 국내 제약사의 미국 수출이 미미하므로 트럼프 정책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미 FTA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걱정했다.
한미 FTA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정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이상원 교수는 "한미 FTA와 관련 미국 측의 관심은 약가 결정 부분"이라며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의 건강보험공단이 혁신 신약에 대해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며 한미 FTA 협정 내용대로 약가 결정 과정을 독립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민간 독립기구의 설치 운영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올 2월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이 주미 한국대사에게 서한을 통해 '보험 약가결정 과정 투명성 제고'를 포함한 한미 FTA 미이행의 문제점을 제기한 적 있다.
하물며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선언한 트럼프가 자국 내 다국적 제약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한미 FTA에서 혁신 신약의 가격 보상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 황순욱 제약산업지원단장은 "전문의약품 가격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통해 한국에서 출시하는 자국 신약에 대한 보험약가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공화당의 주요 후원사 중 하나가 다국적 제약사인 만큼 신약의 적정 약가를 보장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위원장은 "자동차 산업 등 다른 분야와 약가를 패키지로 묶어 재협상을 제시할 것"이라며 "한국이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일지 대비하지 않으면 국내 제약의 손실을 바탕으로 미국 제약사의 진출을 돕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패널들은 적절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국내 정책도 다국적 제약사와 공생할 방안을 강화하고, 국내 제약사들의 R&D 능력을 제고할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황 단장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개발‧해외진출 등 상생 협력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이들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요건을 완화하는 등 국내사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약대 이범진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제약바이오의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모델로 대체해야 한다"면서 "GMP 심사 상호 인정을 구체화해 해외 수출품에 대한 현장실사 면제 등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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