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영민 인턴기자 한림의대 본4] 신약개발에 있어서 의사들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 약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적응증과 타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날 '신약 개발과 임상의사로서의 기회'라는 주제로 이동호 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이 강연과 함께 참여한 의대생들의 질의응답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 센터장은 마취통증의학과를 전공하고 한양대병원에서 20년간 교수직으로 근무했다. 그 이후 제약회사의 메디컬 디렉터와 삼양사의 의약사업부문장으로 일한뒤 서울아산병원을 거쳐 현재 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비록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약리학을 배우고 약학과에서도 약의 제재와 형태에 대해 배우긴 하지만 약이 제일 처음에 출발해서 환자한테 갈때까지의 전과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의사는 결국 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면서 처방을 낸다. 약이 어떤 적응증을 가지고 처방하는지 아닌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결국 의사들은 학교 때 교수님들꼐 배운 약을 토대로 일생동안 그 약을 처방내리는 경우가 많다. 자기 스스로 지속적인 연구를 하지 않으면 제약회사 직원이 가져다주는 정보를 통하지 않고선 학생 수준보다 더 나아진 처방을 낼 수 없다"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의사들이 신약개발에 참여하는 것 중에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임상시험이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경우에 종양학과 의사들이 임상실험에 직접 참여한다. 또한 식약처에서 약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임상적 프로토콜하고 개발 단계에서 있었던 일을 리뷰하는 직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회사들도 의사들이 CEO까지 가는 등 약제의 발견단계에서 임상 현실과 맞는 유용한 인풋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안타깝게도 식약처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2명(3명)정도 밖에 안된다. 우리나라가 헬스케어 영역을 핸드폰 생산과 비교해봤을 때 스마트폰 내의 앱 중에서도 일부만 설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약품개발은 크게 의약의 메커니즘 발견과 그에 대한 미충족 필요가 동시에 만족되어야 대박이 난다. 보통 의약의 메커니즘은 기초의학과 통계학을 하는 사람이 하게 된다. 하지만 미충족 필요는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 특히 약과 관련된 학과가 10개도 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관련 분야끼리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R&D(Research and Development)에서 최근 메이저 제약사는 R보다는 D에 초점을 맞춘다. 약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개발이 없으면 상품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약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결국 연구단계에서 일부 연구자료를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잘 선별한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면 약물이 만들어질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30년정도 걸리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신약개발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서 정말 오래 일정한 시간을 써야한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또한 신약개발의 환경에 대해서도 어떤 신약물질을 찾는 단계부터 그걸 개발하고 재정이 들어가는 단계까지 정부에서 보조하고 자유롭게 시장이 형성되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러한 신약개발이라면 작은 연구소 단위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쉽지 않은 시대가 왔다. 유럽의 경우 EU 차원에서 가입된 병원들로부터 데이터를 모두 모아 과거 연구를 리뷰하는 IMI(Innovative Medicine Initiative)를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의사는 신약 개발에 접근하기 위해선 최소 특정 분야에 대한 스페셜리스트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약의 필요성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이 센터장은 "같은 약제를 보고 사람마다 다른 적응증을 생각하고 약제만 보더라도 여러가지 타깃이 있기 마련이다. 의사라면 이런 기준들을 잘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의사의 본업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보니, 아직까지 의사들이 신약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속도가 더디다. 또한 신약개발에 의사가 들어오면 균형이 의사들에게 옮겨갈 것을 우려해 다른 분야 사람들이 의사가 신약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이센터장은 "그럼에도 의대생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다양한 분야로 석박사 과정을 거쳐서 자신만의 여러가지 툴을 가지면 신약개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아래는 강연 이후 참여한 의대생들의 질문과 이 센터장의 답변이다.
- 의대 현실을 보면 한 학번에서 기초의학으로 빠지는 사람이 한명 있을까 말까합니다. 이에 대해선 기초분야의 정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너무 적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이쪽분야로 나가시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셨나요?
사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제약쪽을 고려하게 됐다. 질문의 초점과는 별도로 질문의 내용을 다르게 바라보면 개인적으로 의과대학에 들어와서 쓸데없는 걸 너무 많이 배운다고 생각한다. 각 과의 이기주의때문에 불필요한 강의 시간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작 배워야 할 건 못배우는 상황이 생겨 6년도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기초의학하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같은 메이저 과목정도만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면 좋겠다.
어차피 인턴 레지던트때 4년이나 전문과목을 배우는데 뭣하러 의과대학에서 그렇게 많이 가르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교양쪽으로 윤리와 경제학 원리 등에 시간을 좀 더 많이 할애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는 자가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요새는 시대가 너무 빨리 바뀌어 5년전 이야기도 완전 퇴보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신약개발과정에서도 자가학습능력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내가 아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면 프로젝트가 되고 그것이 신약개발의 시초가 되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 임상의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분야(신약개발이나 메디컬 디바이스라던가)이런걸 부업쪽으로 할 생각이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신약개발할때 어떤 커넥션을 해야 같이 진행할 수 있을까요?
일단 뭘하든 주업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 신약개발을 하든 의료기기를 개발하든 둘다 주업이어야 한다. 한쪽만 부업이 되면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연결 부분도 어느 회사랑 어떻게 할 필요 없이 내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면 컨테스트를 할수 있다. 현실에서 이러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다만 특허를 내놓기 전에 이러한 정보들을 함부로 퍼트리면 타인이 아이디어를 채갈 수 있기 때문에 특허 이전까지는 비밀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특허가 난 다음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밝히면 돈이 따라오고 파트너들이 자연스레 찾아오게 된다. 아이디어는 세상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 제약회사에서 메디컬 디렉터의 주 업무가 주로 학술회의에서 마케팅 등을 더 많이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그렇지 않다. 그건 본래의 메디컬 디렉터의 역할이 아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영업사원들이 병원에 판매 목적으로 올 수 없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제약회사에서 MD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영업사원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명백하게는 그런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있는데, 얼마전 센터장님께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 강연을 한걸로 아는데요. 인공지능에 관련된 신약개발이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와있나요?
인공지능이 사람의 한계를 뛰어너은 만큼 10년 이내에 세상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인공지능 전공자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신약개발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려고 여러 회사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해주겠단 회사들도 여기에서는 성에 안차서 스스로 신약개발을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이미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적용하는 면에서는 마스터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에는 응용수학하고 생물 복합 전공한 사람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의대생들도 응용수학 쪽으로 석사나 박사를 생각한다면 큰 성과를 얻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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