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18 06:36최종 업데이트 22.10.1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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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원 대학병원 위탁, '의사 부족'으로 실패…공공정책수가 '민영화' 귀결 "우려"

2022 인의협 학술대회, 윤석열 정부 공공의료정책 비판 이어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보건의료 정책인 ‘공공정책수가제도’와 ‘지방의료원 위탁운영’이 공공의료의 영역에서 민간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의료 민영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성남·대구·경북·충남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방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실패할 것이라며,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16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현 시기 공공보건의료 쟁점에 따른 공공보건의료 강화 방안’ 세션에서 의료계 전문가들로부터 현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때부터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공공보건의료 확충을 약속해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의 오랜 공석으로 공공보건의료 정책은 베일에 감춰져 있는 상태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방관 속에 지방의료원에 대한 대학병원 위탁 운영을 결정했고, 보건복지부는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공공정책수가제도를 추진하고 나섰다.

공공정책수가, 민간 확대로 공공성 저해…공공의료 확충 담론 약화 '우려' 
 
사진=인도주의의사협의회 유튜브

이날 학술대회에서 경상의대 예방의학교실 정백근 교수는 '현 시기 공공보건의료 쟁점에 따른 공공보건의료 강화 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윤 정부의 정책을 조목 조목 비판했다.

먼저 정백근 교수는 “윤 정부의 공공정책수가제도는 기본적으로 민간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제공될 수밖에 없다는 특성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공공정책수가제가 활성화된다면 민간 주도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공공정책수가를 민간과 공공병원 모두에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 공공정책수가를 3차 상대가치 개편에 따른 의료계의 재정 순증요구에 대한 보완책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교수는 ‘공공정책수가제도’가 실체는 없으면서 공공의료 확충 담론을 약화시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정책수제도는 이름만 거창하지 지금 하고 있거나, 당장에도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정부는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공공성에 차이가 없다며, 공공정책수가를 제공해 민간병원이 필수의료에 많이 참여하도록 하면 된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함께 ‘필수의료’를 강조하며 ‘지역 완결성 필수의료 제공체계 구축’이라는 주제를 희석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해당 사건으로 특정 분야 전문의가 없다 등 분야별 격차가 더 강조되고 있다. 서울도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로 번지면서 사람이 제일 많이 사는 서울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 필수의료 격차 해소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전보다 훨씬 덜하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의료원 위탁운영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국립대병원이 지방의료원을 위탁 운영하게 되면 직접적으로 지방의료원에 개입할 수 있고, 인력 파견이나 기술 지원도 쉬워질 수 있다. 문제는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소속으로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우, 지방의료원의 공공병원으로서의 역량이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고, 위탁운영 시 수익성이 증가하고 경영 수지가 개선될 수는 있으나 공공성 저해를 기반으로 한 결과라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즉 수탁기관인 대학병원이 위탁운영을 하면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지방의료원의 자원을 모두 활용하고 껍데기만 남겨 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신자유주의 민영화 정책의 맥락에 있다.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도 기능 축소, 조정, 정원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결국은 정부 역할을 줄이고 민간의 역할을 증가시킨다는 민영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병원 위탁 운영해도 '인력 문제' 심각…의사인력 확보 방안 마련해야
 
사진=인도주의의사협의회 유튜브

이 같은 발표에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지방의료원연합회장)도 공감을 드러냈다. 조 원장은 “코로나19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정부가 공공병원을 더 키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공공병원 확충이나 이전 확대 등 계획은 뒤로 미뤄지고 인력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5%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으로 무슨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다. 이에 차라리 민간병원에 공공정책수가를 줘서 민간이 공공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이다”라며 “공공정책수가 재원이 민간병원으로 감으로써 공공병원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의료원에 대한 위탁운영 및 대학병원 분원 정책에 대해 “대학병원은 교육부 소속이기 때문에 위탁운영을 하게 되면 거버넌스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무엇보다 대학병원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지방의료원에 인력 지원을 보낼 여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각각 시흥과 송도에 병원을 짓는 것 때문에 의사를 어떻게 모집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현재도 대학병원이 지역 책임 의료기관으로 연계돼 있지만 본인들도 인력이 없다. 가천대 길병원이 인천의 책임 의료기관이지만 인천의료원에 단 한 명의 인력도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조승연 원장은 공공보건의료 강화 원칙을 공고히하고 무엇보다 인력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은퇴 의사를 확보하는 방법, AI를 통한 스마트 병원도 참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해외의사를 데리고 온다든지, PA를 양성화 시킨다든지 구체적인 인력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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