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11.12 12:05최종 업데이트 15.11.16 09:08

제보

세브란스가 하면 아산병원도 한다

전국 최하위 전공의 기본급여를 향한 동참




"사실 세브란스에서 우리 병원을 벤치마킹해간 겁니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전공의는 수련병원의 급여 꼼수에 관해 허탈하게 말을 이었다.

 
"그쪽 관련자들이 우리 병원에 와서 급여체계를 어떻게 바꿨는지 배워갔다고 하더라고요."
 
전공의는 통화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한 '프로그레스 노트'를 기자에게 이메일로 건넸다
 
노트엔 얼추 S·O·A·P의 틀과 비슷하게 진행 과정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병원 꼼수의 시작
 
작년 11월 대전지방법원이 기각한 한 항소심이 수련병원엔 재앙이었다.
 
법원은 병원이 수련의에게 '일정액만 주고 당직비를 퉁치는 행위(소위 포괄임금제)'를 인정하지 않았고, K병원은 소를 제기한 의사에게 인턴 9개월간의 수당 3,340만원(이자포함 약 4,500만원)을 지급해야 했다.
 
 



첫 판례가 나오자 소송을 제기하는 전공의가 줄을 이었고, 병원들은 법도 피하면서 비용 지출도 막을 꼼수를 찾기 시작한다. 
 
수련 병원이 찾은 묘책은 기본급여를 낮춰, 차액을 당직비로 돌려 총급여액을 기존과 똑같이 맞추는 것이다.
 
일부 수련병원은 기본급여의 1.5배가 돼야 하는 당직비를 고려해, 정교하고 꼼꼼하게 고안해 추가 지급이 없도록 안간힘을 썼다.
 
참 욕봤다. 계산하느라...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급여 이슈
 
"3월 월급 통장을 봤는데 다른 액수가 들어와 있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액수가 통장에 찍히자, 서울아산병원 전공들은 당황했다.   

 
"병원은 아무런 예고 없이 바뀐 체계로 급여를 주고, 어떤 얘기도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전공의 측은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수련팀에 설명을 요구했으나, 적절한 해명을 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통장에 낯선 액수가 두 번째로 찍히는 순간, 전공의들은 그제야 급여 개편안 세부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었다.
 
전공의협의회와 전공의 2년 차 대표는 급여와 관련한 회의를 하고, 며칠 후엔 전공의들끼리 자체적으로 개편 내용 설명회를 연다.
 
그 후 교육수련팀, 인사팀과 몇 차례 회의했지만, 견해 차이만 확인한다.
 
전공의들은 교육수련부팀 교수와 병원장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거부당하거나 '고심 중'이라는 반복적인 대답만 들어야만 했다고 한다.




 
현재 전공의들이 병원에 요구하는 개선점은 다음의 세 가지다.
 
 
a. 당직비 차액 환급
 
2014년 병원은 일괄적으로 같은 액수를 지급하던 당직비를 일당비로 바꾼다.
 
이것은 당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에 있던 '당직수당은 당직일수 고려 지급'이라는 항목을 준수한다는 명목으로, 얼핏 합리적인 것 같지만 일당비 자체가 크지 않아 병원은 전공의에게 지출하는 당직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전공의들은 올해 3월부터 시작한 '꼼수' 급여 체계 이전까지, 당직비 변화로 늘어났던 차액 환급을 요구하고 있다. (당직비 차액 = 정액제로 나가던 총 당직비 – 일당제로 나간 총 당직비)
 
당직비 차액을 잘 기억하자.

 
b. 총급여 감소하는 전문과의 보전액
 
K대병원 판결에서 수련의가 승소하자, 수련병원은 총급여가 크게 변하지 않은 한도에서 급여체계를 바꿨다.
 
전문과 별로 발생할 증감액의 변화와 1.5배의 당직비로 인한 비용까지 고려해 기본 급여를 낮춘 것이다.
 
당직이 많지 않던 일부 과의 전공의는 당연히 총급여가 줄었고, 병원 전공의 측은 최소한 이런 과들의 총급여가 감소하는 일은 없길 원했다.
 
다시 말해 그만큼의 차액은 보전해주길 요구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근로기준법 제94조)

 
 
c.체력단련비 삭감
 
병원은 체력단련비 명목으로 지급하던 60만원을 아무런 해명 없이 삭감했다.
 
전공의 측은 아산스포츠센터의 사용료 할인이라도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거절했다.
 
 
'의료' 대신 'DEAL'을 가르치는 병원
 
전공의 측은 병원에 a(당직비 체계 전환으로 병원이 덜 지출한 차액) + b(급여 체계 전환으로 발생한 연봉 감소 과의 보전액) 액수의 100%가 아닌 77% 환급만을 요구했다.
 
그 정도 액수만 받자고 전공의끼리 모여 서로 합의를 했던 것.
 
 
결국, 전공의 대표는 77%라는 숫자와 체력단련비 문제로 병원 측과 여섯 차례 회의를 하지만, 서로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병원은 전공의가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를 제안하는가 하면, 숫자와 관련해 전공의와 '딜'을 시도했다고 한다.
 
 
중간에 전공의 측은 77% 환급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실제보다 적게 계산하는 실수를 했지만, 병원 측은 이것을 지적하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나중에 전공의 측이 이 문제를 항의하자, 병원은 전공의들이 액수를 적게 제시한 게 그냥 '호의'인 줄 알았다고 해명한다.

전공의들은 현재 병원을 제대로 믿지 못하는 상태다. 



 
 
전공의 측은 지속해서 "세브란스 인턴 시급: 6,500원, 아산병원 인턴: 6,950원, 최저시급: 6,030원"이라는 질의를 보냈지만, 병원 측은 "500원 더 높지 않냐? 아산병원은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대우를 해주려 노력한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전공의들의 주장과 관련, 서울아산병원에 사실 확인을 문의했으나 관련자 부재로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없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 #전공의 #당직비 #전공의급여 #교육수련부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