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공의의 가치가 시급 6485원입니까?"
연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 기동훈(응급의학과) 회장이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던진 질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임금개편을 추진하면서 인턴의 시간당 급여를 현재 약 1만원에서 6485원으로 인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동훈 회장은 "왜 병원은 언론의 비판을 받아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임금개편을 추진하려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지금의 월급체계인 포괄임금제는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단했고, 소송에서 승소한 전공의들이 늘어나자 병원 측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병원은 전공의에게 더 주어야 할 월급을 주지 않기 위해 현재 약 10000원의 시급을 6485원으로 깎아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전공의들에게 불리한 조건이기에 동의를 받아야만 시행할 수 있으므로 우리에게 계속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근 몇 년간 인턴, 레지던트로 근무할 당시 수련병원이 당직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민사소송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이며, 법원은 전공의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기동훈 회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은 당직수당이 월급에 포함돼 있다는 수련병원 측의 '포괄임금'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 당직일수대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 당직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있다.
여기에다 상당수 수련병원들은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 병원협회, 의사협회, 의학회, 전공의협의회가 '레지던트 1년차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라 당직일수를 고려해 당직수당을 지급한다'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지침'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세브란스병원은 현재의 시급을 기준으로 인턴과 레지던트 당직수당을 모두 지급할 경우 수십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시급을 절반 수준으로 하향조정해 통상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걔네들은 우리한테 유리한 거에는 사인 안 받아요. 직원들에게 불이익한 변화일 때만 직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니까."
-JTBC 드라마 송곳 대사-
기동훈 회장은 "저도 현재 시급 10,000원으로 월급체계 개편을 할 경우 병원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급 6485원, 이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맥도날드 알바 시급 7000원 이상', '신규 간호사들의 수습기간 3개월 시급 8200원, 3개월이 지나면 시급 10000원', '2016년 대한민국 최저임금 6030원'
'의대 6년, 의전원 8년. 전공의 시급 6485원'
기동훈 회장은 "병원은 '너희들이 이해해줘야 하지 않겠냐', '병원이 어렵다', '어차피 받는 월급은 조금 더 늘어나지 않느냐'고 말한다"면서 "아니다. 병원은 법원에서 전공의에게 더 주어야 한다고 한 월급을 주지 않기 위해 시급을 깎으면서 받는 돈에 차이가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자문 변호사도 세브란스병원의 행태에 대해 "예를 들면 월급으로 6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사람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다가, 사법부에서 이를 문제 삼자 임금체계를 조정해 4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뒤, 임금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기동훈 회장은 "그럼 병원이 어렵다면 병원 내 다른 직종을 제외하고 왜 전공의들의 시급만 깎는 걸까?"라고 자문했다.
“왜냐면 네가 제일 쉬우니까...”
-JTBC 드라마 송곳 대사-
기동훈 회장은 "동의서에 찬성했더라도 교육수련부에 방문해 반대로 다시 동의서 작성이 가능하다. 임금체계 개편안 동의서에 서명하고 본인의 시급 6485원 가치를 인정하겠느냐. 아니면 반대하고 자존심을 지키겠느냐"고 동료 전공의들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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