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약물치료, 다시 주류가 될까
강재헌 교수 "질병은 치료, 미용은 반대"
"벨빅 등장으로 장기 치료 가능해졌다"
2010년 시부트라민이 퇴출된 이후 비만 약물 치료는 '끊어진 다리'와 같았다.
시부트라민이 각광 받은 이유는 장기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과 식욕억제 계열 약물이라는 점이었는데, 이를 대체할 약물이 없었던 것이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같은 식욕억제제가 있지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3개월 이상 처방이 불가능했다.
'벨빅(로카세린)'의 국내 출시는 비만 약물 치료의 '재시작'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벨빅이 스타트를 끊으면서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 '콘트라브(부프로피온+날트렉손)' 등 다른 비만 신약의 국내 도입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대한비만학회 강재헌 홍보이사(사진/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는 "장기 처방이 가능한 약물이 없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비만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면서 "벨빅을 포함한 신약의 등장은 장기 처방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고혈압의 경우 이뇨제가 나오기 전까지 약물 치료가 불가능했다.
체중 감량 및 식이요법으로도 혈압 조절이 안되는 환자에게 권할 치료 옵션이 없었던 것이다.
강 이사는 "비만 치료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면서 "3개월 안에 치료가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식사와 운동으로 해결 안되는 환자에게 식욕억제제를 썼지만 3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처방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뇨병, 고혈압 치료제의 종류가 많은 것은 약물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젠 비만도 이런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용목적 치료는 반대…질병으로서의 비만은 반드시 치료해야"
그럼 비만 치료는 왜 필요할까.
시부트라민 퇴출 사건에서 집중 조명된 것은 미용 목적의 치료 과열이 낳은 오남용이었다.
사건 이후 비만 치료에 대한 경시 풍조는 더욱 심해졌고, 논란은 여전하다.
무엇이 비만인지, 정말 비만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이와 관련 강 이사는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통통한 사람이 미용을 위해 치료를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전제하면서 "고지혈증을 왜 치료하는가. 방치하면 심혈관, 뇌혈관 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치료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비만도 같은 이유다. 그대로 두면 비만이 유발하는 질병의 스펙트럼은 고지혈증보다 더 넓다"면서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유방암, 대장암, 당뇨병 등 단일 위험요인으로는 가장 넓은 범위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게 비만"이라고 환기시켰다.
특히 비만 관련 합병 질환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만이면서 고혈압, 당뇨, 지방간이 있는 환자를 방치하면 더 악화되지만, 적절히 치료하면 질병 자체를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물 치료, 고위험군 주요 치료법으로 재조명"
신약들은 이러한 고위험군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옵션이라는 게 강 이사의 설명이다.
강 이사는 "벨빅, 큐시미아, 콘트라브 등은 최소 2년 이상의 추적 데이터가 있다"면서 "이는 2년까지는 처방을 해도 문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장기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식사와 운동만으로 치료되지 않는 고위험군에게 약물치료가 다시 한 번 주요 치료법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체중조절이 매우 중요한 만성질환자에게도 병용 투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고도비만에게는 외과적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고 신해철 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비만 시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런 사건 때문에 치료법이 사장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도비만은 암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명을 위협한다"면서 "치료가 안되면 평균 수명을 크게 낮춘다. 고도비만 환자는 관절과 근육의 통증 때문에 운동도 못한다. 외과적인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는 "모든 치료는 효과와 위험성이 공존한다"면서 "복강경 시술이라도 사망할 위험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치료법을 선택할 때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하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치료 효과가 크다면 시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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