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30 06:52최종 업데이트 22.11.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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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과 함께 떠 오른 '건강친화 경영'…올바르게 정착하려면?

건강학회 학술대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로 건강경영 관심 증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ESG 경영이 전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시행으로 기업 내 건강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를 도입해 임직원의 건강관리를 독려하는 속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건강관리 전문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 ESG 경영, 건강 친화적 경영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평가 지표에만 주의를 한정하는 부작용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5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한국건강학회 2022년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업건강경영 현황 및 이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환경‧사회‧거버넌스 고려한 ESG 경영…공시 의무 전환 앞두고 관심 커져
 
사진=한국건강학회 2022년 추계학술대회 생중계 갈무리

이날 법무법인 율촌 윤용희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ESG 경영'의 중요성을 소개했다.

ESG 경영은 과거 기업들이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하던 '주주 자본주의' 문화로 인한 부작용과 그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했다. 주주 외의 회사 이해관계자인 근로자와 지역사회 주민 등을 고려한 환경‧사회‧거버넌스 관련 요소를 기업의 경영 성과로 관리하는 일종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탄생했다.

이미 미국과 EU, 유럽 등 선진국은 ESG 경영에 대한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ESG 경영 성과를 기반으로 기업들을 평가하고 있다.

윤용희 변호사는 "ESG 경영은 생각보다 그 뿌리가 깊으며, 지금 당장 ESG 생태계에서 키 플레이어(key player)로 활동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퇴출되는 시대"라며 "국내에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ESG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정부가 '친환경‧포용‧공정경제로의 대전환을 위한 ESG 인프라 확충 방안'을 발표해 기업 내 ESG 경영과 ESG 투자를 확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현재 자율로 이뤄지고 있는 ESG 경영의 지표인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 이후부터는 의무 공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윤 변호사는 "해외에서는 이미 ESG 리스크 관리 실패에 따른 소송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도 환경법, 공정거래법, 상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성 규범은 물론, 국제 규범과 외국 법령, 행동강령 등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시간 근로 임직원 건강 악화 우려…정부도 '건강친화기업 인증제' 도입
 
사진=한국건강학회 2022년 추계학술대회 생중계 갈무리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 속에 정부도 우리 기업 안에 ESG 경영의 한 축인 '건강친화기업'을 구축하기 위해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정책연구평가실 인증평가팀 오유진 팀장은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연평균 노동시간이 1915시간으로, OECD 평균 1716시간보다 24.9일 많아 OECD 회원국 중 4위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장시간의 근로로 건강검진 수진자 5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일 정도로 근로자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 팀장은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근로자의 특성 상 소속 직장의 문화나 환경이 개인의 건강수준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기업의 경영적 관점과 인식 변화를 기반으로 한 '직장 내 건강 증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도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018년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바탕으로 해당 제도를 추진했고, 지난해부터 △건강친화경영 △건강친화문화 △건강친화활동 △직원만족도 등 4개 지표에 따라 건강친화기업 인증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증 평가는 신청서를 통해 서류검사를 실시한 뒤 현장 심사 후 정부 부처와 노-사,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심의위원회를 거쳐 인증된다.

오 팀장은 "지난해 시범사업에는 12개 기업이 서류를 제출했는데, 올해는 41곳에서 서류를 제출했는데 그중 50%가 서류에서 탈락했다. 심의위원회에는 34%만 통과해서 12월에는 결과가 발표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도를 통해 '건강친화 경영'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건강친화기업 홍보 ▲건강친화 관련 시설 개선 지원 ▲건강친화 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 지원 ▲건강친화 우수기업 선정 및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각 부처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오유진 팀장은 "평가와 심의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기업 규모 및 유형별로 평가지표를 개정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50인 미만 기업, 사무실 없이 인력으로만 운영되는 기업 등은 평가지표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심사 기업 수가 증가하면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심사단 풀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다"고 전했다.

또 "모든 기업이 참여하면 좋겠지만, 해악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인증만 받아놓고 활동하지 않는다거나, 인증 때만 서류를 만들어 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취소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인증 받은 기업의 혜택을 보다 광범위하게 넓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직장 내 임직원 건강관리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각광'
 
사진=한국건강학회 2022년 추계학술대회 생중계 갈무리

녹십자홀딩스 디지털 헬스케어 자회사인 GC케어는 기업 임직원의 질병 예방 및 건강증진을 위한 통합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해 소개했다.

GC케어는 "직장인 중에 건강검진 후 결과를 듣고 건강상담 등 사후 관리를 위해 병원을 가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 암이나 큰 병이 아니면 만성질환들은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만성질환이 더 큰 병으로 커질 때까지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임직원의 만성질환을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의 79.6%는 만성질환이며 이중 암을 제외한 1순위가 심뇌혈관 질환(17%)이다.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선행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제대로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GC케어는 회사 내 임직원의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인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및 비만 관리를 위한 집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관리가 필요한 임직원에게 필요한 측정 장비와 식이를 제공하고, 앱을 통해 건강정보를 확인하고 측정해 건강 미션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참여한 사람들은 실제로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의 평균 수치가 관리 전‧후 비교 시, 모두 강하됐고, 혈당관리 프로그램 참여자의 평균 공복혈당 수치도 관리 전‧후 비교 시 강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GC케어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만성질환관리 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들은 직무 만족도는 물론 기업 생산성이 올라가고, 사업주들은 고위험군 관리를 통해 임직원 건강 악화로 인한 손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 사업주와 분리된 제3의 공급자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다보니 임직원의 질환력 노출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어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기업건강관리 전문회사의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GC케어는 "건강친화기업을 추구하는 흐름이 생겨나면서 IT 플랫폼 등을 통해 임직원의 건강을 관리하려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기업건강관리전문회사의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건강친화경영 정착 하려면…공신력 있는 인증 평가, 취약 사업장에 대한 지원 필요 
 
직업건강협회 김숙영 회장(왼쪽), 서강대 심리학과 장재윤 교수(오른쪽) 사진=한국건강학회 2022년 추계학술대회 생중계 갈무리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직업건강협회 김숙영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장 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이 중요해졌다.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로 직장 내 문화 및 환경이 건강친화적으로 조성돼 직장 내 산업안전보건의 패러다임이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몇 가지 건강친화 활동이 일회성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모습에서 탈피해 장기적 관점을 갖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일부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임직원 건강증진 활동에 대해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기업 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하지 않도록 취약 사업장에 대한 건강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건강친화경영과 제도가 정착하려면 건강친화활동을 추진할 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수다. 현재 직장 내 보건관리자가 약 9000명이며, 그중 6000명이 간호사다"라며 "이미 한 사람이 많은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 내 건강경영까지 신경 쓰려면 현재 인력으로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적정 인력을 배치하고, 이들에 대한 역량 강화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발표에 나선 서강대 심리학과 장재윤 교수는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도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한 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의도한 효과를 내기 위해 평가 방법의 정교화를 주문했다.

장재윤 교수는 "심사가 보다 객관적이고 진일보된 측정 및 평가방법이 강구돼 심사 결과에 대한 공신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제도가 단시간에 기업 내 건강친화적 문화를 정착시킬 수는 있어도, 어느 정도 시기를 지나면 평가 지표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건강 친화적 직장이 되기 위해 기업들이 평가 때만 임직원 건강에 신경 쓰는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건강 친화적 직장이 되기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단계별로 지표를 변경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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