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의 늑장 공시로 손해 입은 주주들은 4일 시가총액이 4조 9천억원으로 떨어지면서(9월29일 6조4천억원) 사실상 1조 5천억원짜리 혹독한 댓가를 치렀다.
신약개발에 성공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종 금액을 마치 확정적인 것처럼 '한미, 1조 수출' 제목을 달아 보도했던 '나 같은' 기자에겐 임상이 성공하지 않으면 얼마나 허황된 보도인지 깨닫게 한 사건이다.
이러한 보도들은 실제로 한미약품 주가와 제약 주가에 거품을 잔뜩 끼워 둥둥 띄우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한미약품은 이번 늑장공시가 그들 말대로 고의성 없는 '판단 미스'이든, 아니면 고의성이 있든 간에 기업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올리타' 사용을 제한적 허용한다는 식약처 발표와 별도로, 불성실 공시로 인한 책임을 면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호재성 공시(제넨텍에 기술 수출)로 주가를 띄워놓은 후, 악재성 공시(베링거인겔하임의 올리타 판권 리턴)를 14시간 지난 후에야 하면서 주가 낙폭을 키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는 베링거로부터 공시 전날(9월 29일) 저녁 7시 6분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아 신중히 검토한 후 다음날 오전 9시 30분 공시했다고 해명하지만, "계약 해지 사실을 정말 29일에서야 알았냐", "알았다면 피해가 크지 않도록 발표 시기를 조정할 수 있지 않느냐", "기관투자자들에 사전 정보가 제공했던 것 아니냐" 등 상당한 의혹이 따르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제약바이오업종 전체가 영향을 받아, 업종 시가총액은 9월 30일 하루만에 5조 1200억원 어치 날아갔다.
이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레슨은 신약개발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정말 크다는 것이다.
그 후보물질이 얼마에 팔리든 간에, 이를 취득한 회사가 임상시험을 성공하지 않으면 마일스톤과 로열티는 없다는 것.
글로벌 회사들은 백업용으로 후보물질을 샀다가 필요 없어지면 언제든 계약금만 물고 버릴 수 있다는 것.
제약바이오주에는 상당한 거품이 있다는 것 역시 새삼 확인한 사건이었다.
KTB투자증권 이혜린 연구원은 "글로벌 임상 중 발생한 중대한 부작용이 이번 이슈 이전에 공론화되지 않았고, 17시간의 시간차를 두고 대규모 호악재가 공시되어 시장에 혼란을 준 점은 신뢰성 측면에서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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