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에 참여한 대학병원들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전문의를 채용하고 있지만 지원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최근 병원협회가 발행하는 계간 협회지에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의료기관의 현실적 어려움'을 주제로 글을 실었다.
허대석 교수는 "미국은 입원전담전문의가 병실에 상주해 입원환자 문제에 대해 빠른 의학적 결정이 가능해지면서 재원일수가 줄고, 병상가동률이 증가해 경영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명확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 교수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전공의 중심의 입원환자 진료에 피할 수 없는 안전사고가 감소하면서 의료분쟁으로 인한 법무 비용도 현저히 감소했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병원 경영진들이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년여간 여러 대학병원에서 높은 봉급을 제시하며 입원전담전문의를 공모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다.
허대석 교수는 우선 입원전담전문의의 업무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허 교수는 "어떤 병원은 응급실 당직의사를 구하고 있고, 다른 병원은 병실에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할 인력을 구하고 있다"면서 "병원마다 업무범위가 다르고 명확하지도 않다"고 환기시켰다.
또 허대석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학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에게 교수직을 주지 않고 단순히 전문의를 고용해 부족한 진료업무를 맡기기 위한 '비정규 임시직'을 모집한 결과 직업 안정성과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대석 교수는 "채용 공고문을 보면 전공의 대체인력을 구하면서 봉급을 더 주겠다는 메시지를 주로 담고 있는데 전문직으로서의 긍지를 살려주지 못한다면 많은 봉급을 제시해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허대석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입원전담전문의가 의대 학생 및 전공의 교육을 전담하고, 의료서비스나 환자안전 등에 대한 연구를 하는 등 전문성을 살릴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미국은 환자당 하루 200달러 수가 산정
입원환자 전담인력에 대한 수가를 개발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현 건강보험체계에서 입원환자에게 제공하는 회진, 질병치료 상담, 교육 등의 직접행위와 의무기록 및 진료계획 작성 등 간접행위에 수반되는 비용은 '의학관리료'로 보상받는다.
입원비의 40%가 의학관리료인데, 상급종합병원 다인실에 입원한 환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1만 5천원 수준이다.
이 재원으로 의료기관은 전공의, 수련의 인건비와 당직비를 해결해야 한다.
허 교수는 "그런데 전문의가 병실에 상주하며 환자 진료를 전담해도 병원이 추가비용을 청구할 근거가 없다"면서 "고용된 입원전담전문의 인건비 전액은 병원의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전문의가 입원환자를 전담해 진료하면 입원환자 1인당 미화 200달러 전후의 진료비를 매일 청구할 수 있다"면서 "본인이 노력한 만큼 진료수익을 발생시켜 자신의 인건비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게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해야 지속가능한 제도로 정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허대석 교수는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전문의 인력을 어떻게 배치하는 게 더 효율적인가를 고려한 의료계 내부 혁신 노력과 함께 건강보험제도 안에 입원전담전문의 고용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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