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15 09:54최종 업데이트 22.04.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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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기업 B2C 전략 "치료 보다 진단, 소비자 활용도에 집중해야"

김치원 상무 "B2B 의료서비스 편입 장벽은 매우 높아…다양한 임상시험·연구결과 발표로 치료의 표준 확립 필요"

 
사진 =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가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온라인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에이슬립 설명회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헬스케어 제품의 특수성으로 인해 B2C(기업 대 소비자·Business-to-Consumer) 시장 진출이 어렵고, 의료공급자를 통한 B2B 진출 역시 많은 임상연구를 통한 효과·안전성 검증은 물론 보험자라는 특수 지불방식으로 경제성(비용효과성)과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이사 겸 파트너 심사역은 14일 슬립테크기업 에이슬립의 초청으로 '디지털헬스케어의 이해' 주제의 특강에서 B2B2C 진출 전략을 소개했다.

에이슬립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호흡과 신체 움직임의 패턴을 분석하는 비접촉식 수면분석 솔루션, 수면습관 관리앱 등을 대표 파이프라인으로 갖춘 슬립테크 기업이다. 현재 삼성생명, 코웨이, 아마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과 협업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에서의 사용은 물론 앱을 활용해 B2C 영역으로도 나아갈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치원 상무는 "신제품이 주류 의료로 편입되려면 반드시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와 안전성 입증이 필요하다. 이후 해당 자료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임상시험을 디자인할 때 가장 유의할 점은 효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적정한 대상자를 모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환자가 폭증하면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준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지 않았을 때 이를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놨다면 정확도 비율이 매우 떨어졌을 것"이라며 "만성질환 등과 관련된 제품을 검증할 때는 해당 질환이 걸릴 확률이 많은 '65세 이상 고령자' 등 대상을 한정해두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규제기관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더라도 주류로 바로 편입될 수 없다. 헬스케어의 가장 큰 특징은 제3자 지불방식이기 때문이다.

보험자가 의료공급자와 보험가입자(국민) 중간에 있는 구조로, 보험급여가 적용되면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3~4배 달라지기 때문에 주류로의 편입을 원한다면 반드시 급여적용을 받아야 한다.
 
표 = 의료 인공지능 보허 적용 기준(김치원 상무 발표 자료 갈무리).

김 상무는 "B2B, 특히 의료서비스로써 의료기관에서 공급이 이뤄지게 하려면 급여적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이는 비용대비 효과성과 장기적인 효과 검증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가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활발히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AI영상판독기기를 예로 들면 대부분의 제품들은 '의사를 돕는다'는 문구가 들어가고 이에 따라 '의사 책임 하에'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 영상판독보조기기는 의사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정확도를 3~4%p올려주는(94~95%) 효능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보험적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AI영상판독기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레벨3이상시 보험적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는데, 레벨3은 현저하게 진단능력이 올라가거나 육안으로 안 보이는 것을 발견하는 정도의 효능이 검증된 제품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진단보조장치들은 레벨2(기존과 유사한 정도) 수준에 그친다.

반면 미국에서 보험 수가(메디케어 55.66달러)를 받은 AI영상판독기기 IDx-DR은 '보조'가 아닌 '대체' 기기다. 이는 당뇨병 환자들이 안과를 가서 망막검사를 1년에 1번씩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불편을 없애고 긴급하게 가야 할 환자들이 바로 병원에 방문할 수 있도록 판단을 내려주는 기기다.

김 상무는 "당뇨병 환자들은 약을 타러 내과에 가지만, 혹시 모를 부작용으로 안과를 별도로 방문하는 것은 꺼린다. 특히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에서는 검사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해당 기기는 망막을 촬영하면 병원에 가야할지, 아니면 정상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내과에 설치해서 사용하기 용이하다.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여주고 필요성도 높기 때문에 수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험급여만 받는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의료현장에서 의사가 사용할, 즉 처방을 유도할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만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실제 연속혈당측정기는 급여권에 들어왔지만, 사용법 교육과 상담을 위해 1~2시간의 진료시간이 필요함에도 이와 관련된 수가가 별도로 책정되지 않아 의사 처방이 저조하게 이뤄진다"면서 "치료의 표준(standards of care)으로 확립되는 것도 중요하며, 이는 수많은 연구결과 논문의 발표로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B2B 진출도 쉽지 않지만, 더 나아가 헬스케어 제품을 B2C 시장에 내놓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입장이다. 헬스케어 대부분은 '신용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경험재는 직접 써보고 판단이 가능한 것, 탐색재는 써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인데, 신용재는 써봐도 알기 힘든 것을 뜻한다. 소비자 스스로의 효과·효능 검증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큰 의료서비스·의약품·의료기기 등 헬스케어는 대부분 신용재에 포함된다"면서 "수면솔루션을 B2C로 가게 하려면 눔(Noom)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눔은 오마다라는 기업처럼 초기에는 미국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당뇨병 예방프로그램으로 승인을 받았으며, B2B 시장에서 기업의 직원 당뇨 예방과 비만 관리 등의 상품으로 판매했다.

눔은 B2C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당뇨병'이라는 질환명을 빼고, '다이어트'에 포커스를 맞췄다. 김 상무는 "B2B를 통해 판매하던 상품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B2C로 가져오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은 완전히 다르게 가야 한다. 질병을 제외시키고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이슬립의 경우도 '병원에서 하던 복잡한 검사들을 집에서 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B2C에 접근해서는 안 되며,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거나 애플 워치, 갤럭시 워치 등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는 웨어러블 기기에 서비스를 편입시키는 방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치료법이 아닌 추후 병원서비스 등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정확한 진단과 알람 등의 형태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김 상무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제시하는 회사들이 있으나, 이를 입증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시장에 나오더라도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애매한 부분이 많아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의사를 활용하고, 기존 진단과 비슷하다는 점을 입증해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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