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직원 중 의사를 가장 자주,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사람들은 영업사원들이다.
영업사원들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 타깃 의약품 정보뿐 아니라 질환, 보험 등 많은 자료를 준비한다.
하지만 '면담거절'로 의사 얼굴도 못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고, 의사가 툭 던진 한마디에 상처입는 경우도 많다.
반면 의사가 지나가는 말로 건넨 말 한마디를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기분좋아 하기도 한다.
영업사원들로부터 전해 들은, '의사한테 들었을 때 가장 상처받는 말'과 '가장 감동적인 말' 8개를 꼽아봤다.
영업사원이 가장 상처받는 말
"얼굴봤으니 가봐."
일단 의사와의 만남엔 성공.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간 정보를 풀어놓을 겨를도 없이 "날 만났으니 목표 달성한 거잖아"식의 그만 돌아가라는 말에 영업사원들은 상처받는다고 한다.
신약 정보는 세미나에서 배우는 것이고, 영업사원은 단순히 약 파는 사람이니 얻을 정보가 없다는 식의 피드백은 영업사원을 위축되게 한다.
"아들 학원 끝날 시간인데 픽업 좀 해줘."
영업사원이 가장 짜증내 하는 것 중 하나는 의사가 개인적인 일을 너무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한시간 거리에 있는 영업사원에게 붕어빵이나 믹스커피를 사오라고 시키거나, 픽업(Pick up) 서비스를 요구한다거나, 식사 계산을 하라고 부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의사와 영업사원 사이에 어느정도 인간관계가 형성됐다면 개인적인 부탁에 오히려 기분 좋기도 하지만, 거래처 바뀐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요구가 들어오면 속으로 "내가 자기 비서인줄 아나"라고 생각한다.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잖아."
병원에 물질적인 도움을 못 주는 것에 대한 핀잔을 들을 때 "나를 이용 상대로만 보는구나" 싶어 언짢아 한다.
진료에 도움되려고 준비해 간 이런저런 자료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걸까?
"국내 제약사 직원은 시골 약장수이고 외국계 제약회사 직원은 스페셜 MR이지."
한 영업사원은 신입사원 시절에 담당처 의사로부터 이 말을 듣고 자존심을 크게 다쳤다고 한다.
국내 제약사는 약도 영업사원 수준도 낮으니, 앞으로 오지 말라는 말. 이후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해서 여러 번 되찾아 갔지만, 선입견의 벽은 넘기 힘들었다고.
영업사원이 가장 감동받는 말
"너때문에 이 약 쓰는 거야."
의사는 무심코 한 말이지만 영업사원들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말이 있다. 영업사원들이 가장 감동적인 말로 꼽은 것은 "네 얼굴보고 이 약 쓴다"는 말.
수 십개, 수 백개 나와 있는 경쟁약 중 딱 짚어 이 약만 쓰는 것은 브랜드나 회사가 아니라 직원때문에 쓴다는 말에 영업사원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이런 고민이 있어."
영업사원이 뿌듯해 하는 순간은 의사와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느낄 때다.
의사가 개인적인 고민이나 사연을 먼저 털어놓을 때 영업사원은 자신을 단순히 담당자가 아니라 아는 동생이나 아들로 여긴다고 느낀다.
"다음엔 무조건 도와줄게."
지금 당장은 주로 처방하는 약이 있어 못쓰지만, 영업사원을 인정해 다음을 약속하는 말은 용기를 북돋워 준다.
"열심히 하는 것 지켜보고 있다. 이 약 다쓰면 무조건 도와주겠다"는 말.
영업사원은 당장 처방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자신을 인정하고 기억해주는 것에 의의를 둔다.
"A원장한테 열심히 한다는 얘기 들었어."
영업사원이 가장 감동받는 순간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의사로부터 인정받았을 때' 인 것 같다.
특히 의사들끼리 자신을 칭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고 한다.
A의사에게 보여준 디테일 영업을 다른 제약사 직원이나, 다른 의사가 칭찬할 때 노력을 인정받은 것같은 기분을 느낀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