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8.25 06:33최종 업데이트 21.08.2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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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억제 →희생자 최소화'로 코로나19 대응 목표 바꿔야

전문가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대비 피해 커" 한 목소리...효율적·객관적 대응 필요 강조

사진=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연병운영센터 센터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델타변이의 등장으로 집단면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기존의 강력한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확진자 억제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2년 가까이 지속해온 K방역에 얽매이는 대신 의료대응을 강화해 치명률을 낮추자는 것이다.
 
24일 ‘신종감염병 의료대응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국회 심포지엄에 연자로 나선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방지환 센터장은 “현재 국내 코로나19 대응은 지나치게 방역에 치중돼 있고 의료대응엔 소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국민 메시지가 집중되다보니 자영업자 등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특정인과 특정분야에 팬데믹에 따른 부담을 과도하게 지우고 있는 현상황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위험군·경증환자에 쏟는 자원 고위험군·중증환자에 집중해야
 
이에 방 센터장은 방역과 의료대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안으로 희생자 최소화 전략을 제안했다.
 
방 센터장은 “정부는 열심히 최선을 다 한다고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최선보다는 속도와 효율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과학적 평가에 근거한 비용효율적인 방역과 의료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센터장은 먼저 코로나19 감염자 중 불필요한 입원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3일 기준 감염병전담병원인 경기도의료원의 산소치료 환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입원환자 707명 중 산소치료를 받는 환자는 25%인 165명에 그쳤다.
 
그는 “외국에서는 대부분의 경증환자에 대해 집에서 해열제를 먹고 푹 쉬도록 한다”며 불필요한 입원에 따른 의료자원 소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역학조사와 격리, 선제적 검사 역시 과학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방 센터장의 지적이다.
 
코로나19 감염자는 증상 발현 초기에 전파 위험이 높고 5일이 지나면 전파력이 매우 낮아진다. 하지만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검사, 역학조사, 병상확보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격리되기까지 4~5일이 걸린다.
 
방 센터장은 “아주 적은 전염력을 줄이기 위해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확진자가 많을 때는 고위험군 노출 가능성이 높은 집단부터 역학조사를 빨리 진행해 2~3일만에 격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역학조사를 하지 않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선제적 검사, 선별검사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본인이나 가족이 감염시 중증이환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일 경우에만 받도록 하고 남는 자원을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써야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의 백신 접종 전략의 문제점도 언급됐다. 희생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질적 측면 보다는 백신 1차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양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 센터장은 “정부는 추석 전까지 1차 접종 70%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걸려도 중증으로 갈 위험이 높지 않은 이들보다는 고위험군의 2차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젊은사람 10~20명을 접종하는 것보다 고령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맞추는 것이 희생자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 최소화 전략으로 환자가 폭증할 경우,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단 우려에 대해서는 “방역에 투입되는 자원의 상당부분을 의료에 투입해 의료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입원을 억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위험군 경증환자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소모되는 자원을 대폭 줄이고 고위험군 중환자에 자원을 집중시키자는 의미”라며 “중환자 1명이 감소하는 것이 경증환자 여러 명을 줄이는 것보다 희생자도 감소시키고 의료자원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

9월말부터 '위드코로나' 단계적 전환 제안...정부 일방적 위기평가·소통·관리 지적도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가 줄어든 반면 경제적, 건강상 피해는 커지고 있다며 위드코로나로 방역체계 전환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최근 서울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도 확진자가 줄지 않고, 사람들의 이동량도 4단계 적용 이후 줄지 않은 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 뿐 아니라 건강상의 피해도 막대하다”며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과사망은 작년 말을 기준으로 4000명인데 이중 코로나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한 사망이 3200명에 달한다. 코로나 환자를 줄이기 위해 다른 이유로 사망하는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위드코로나 전략은 효과는 적고 피해가 큰 사회적 거리두기는 줄이고, 효과가 있는 확진 검사, 접촉자 격리, 역학조사를 더 철저히 하면서, 확진자 급증 시에 대비해 치료 병상과 인력을 확보해 치명률을 낮추는 방식이여야 한다”며 “50대 이상 고위험군 접종이 완료되는 9월말 10월초부터 단계적으로 위드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 방역 시스템을 결정하고 있는 생활방역위원회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근거없이 주관적인 의견을 쏟아놓다가 결국엔 정부의 기존안을 통과시키는 일종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현재 정부의 방역체계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객관적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갖고 있는 역학조사 자료, 통계자료를 내놓고 객관적 분석을 통해 새로운 방역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위기 평가·소통·관리가 정부 주도하에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문제를 짚었다. 현재의 구조 하에서는 정책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같은 책임과 부담을 나눠 갖자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지난 23일 정부가 60~70대의 1차 접종률이 91.7%라는 보도자료를 낸 것을 예로 들며 “이 보도는 의료현장의 상황인식과는 온도차가 있다”며 “접종한 91%가 아닌 아직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10%의 고령층에 주목해 이들에 대한 신속한 접종을 해나가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여러 주체들이 쌍방향으로 위기를 평가·소통·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모든 주체들이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을 갖고 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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