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병문안 문화의 문제점과 자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복지부가 환자의 건강과 감염 예방을 위해 권고한대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를 면회시간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시도 때도 없는(?) 병문안 문화는 아직도 그대로인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병문안 문화는 감염 관리 문제 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안정에 큰 불편을 준다는 지적이다.
아픈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 대학병원을 찾은 A씨는 우리나라 병문안 문화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A씨 딸은 6인실에 입원했고, A씨는 간병인이자 보호자로 병실에서 함께 생활했다.
병원은 병문안 시간을 저녁 6시부터 8시까지로 권고했지만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들의 병문안객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A씨는 "아픈 가족을 보러 오는 것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지만 병원이 권고하는 시간에 면회를 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시간을 불문하고 오는 면회로 다른 환자들이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같은 병실을 쓰는 다른 환자의 가족들이 병문안 시간이 아님에도 한꺼번에 5~6명씩 몰려와 큰소리로 이야기를 할 때면 꽤 신경이 쓰였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측에 민원을 넣거나 싫은 소리를 해야 하지만 같은 병실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얼굴 붉힐 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보니 참는 수밖에 없었다.
A씨는 "6인실이라 더 북적거리는 것 같아 딸을 2인실로 옮겨야 하나 생각도 했다"면서 "사실 병원에서도 모든 방문객들을 제지하기는 힘들어 보여 방문객들이 지키지 않는 이상 해결은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도 방문객들을 일일이 제지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모 대학병원 간호사 B씨는 "환자를 보러오는 방문객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는 게 현실"이라면서 "병원 측에서도 이를 강제로 막는 등의 조치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시간마다 환자를 체크해야 하거나 급하게 처치를 할 때는 병실에 있는 방문객들이 때때로 불편함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방문객 인식 개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도입
이에 몇몇 병원들은 병문안 문화의 개선을 위해 병동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하고, 환자 당 보호자(간병인) 1명에게만 출입카드를 발부하고 있다.
정해진 면회 시간에만 슬라이딩 도어를 개방하고 그 이외에는 카드를 가진 보호자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을 설치한 병원은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며, 방문객들의 반발과 예산의 문제로 모든 병원이 도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고질적인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방문객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같은 제도의 안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C교수는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면회시간에만 보호자들의 병문안을 허락하는 구조라면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간병인이 보호자인 경우가 많고, 가족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하는 등의 문화로 인해 실제로 간병인과 환자를 방문하는 보호자를 감별하고 또 제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C교수는 "우리나라 병원에서 병문안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아예 간병인이 없어도 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처럼 간호사가 환자를 케어하고 정해진 시간에 보호자들이 면회를 오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문화가 아예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병실에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고 간호사가 철저히 환자를 케어하는 시스템을 갖춰 면회시간에만 보호자들이 환자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C교수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나 병원 측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러한 제도가 뒷받침돼야 방문시간을 지키는 것에 대한 반발 없이 병문안 문화가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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