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 확장력을 높인 차세대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가 대거 등장하면서 기존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등장한 3개 신약은 지속성 베타2 항진제(LABA)와 지속성 무스카린 길항제(LAMA)를 섞은 복합제로, 단일제에 비해 폐기능 개선 효과가 1.5배 이상 높다는 점에서 차세대 약물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오연목 교수(사진)는 14일 COPD 질환 미디어세션에서 "LABA+LAMA 복합제는 단일제 혹은 ICS+LABA 등의 약물과 비교해 폐기능 개선 효과가 1.5~2배 뛰어나기 때문에 차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세레타이드, 스피리바 같은 1세대 약을 써도 호흡곤란 증상이 해결 안되던 절반의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약물은 GSK의 '아노로 엘립타(유메클리디늄+빌란테롤)', 노바티스의 '조터나 브리즈헬러(글리코피로니움+인다카테롤)', 베링거인겔하임의 '바헬바 레스피맷(티오트로피움+올로다테롤)'로 앞의 2개 제품은 보험약가를 받아 올해 급여 출시했고, 바헬바는 지난 9월 허가됐다.
이들의 성분은 각기 다르지만, 기관지 확장 효과를 가진 두 제제를 합친 복합제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LABA는 기도의 유연한 근육에 있는 베타2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활성화함으로써 수축된 기도를 확장시키고, LAMA는 자연 화학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기도 주변 근육의 무스카린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을 막아 기도를 연다.
특히 LABA는 확장 효과를 12시간에서 최대 24시간까지 유지시키는 능력이 있다.
COPD는 기도에 흘러가는 공기 기류에 제한을 일으키는 질환이므로, LABA+LAMA 복합제는 기관지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이들 3개 품목은 각 임상에서 LABA 혹은 LAMA 단일제에 비해 폐기능 개선, 증상 개선, 급성 악화 감소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조터나 브리즈헬러'는 단일제뿐 아니라 흡입용 스테로이드제(ICS)와 LABA 복합제인 '살메테롤+플루티카손'보다 기관지 확장, 숨이 차는 증상 및 급성 악화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3개 모두 단일제와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이상반응 발생률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GOLD(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기구) 가이드라인 및 국내 COPD 진료지침은 LABA+LAMA 복합제를 고위험군 환자의 1차 치료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오연목 교수는 "3개 약물은 비슷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여지며, 모두 1세대의 효과를 넘어선다"면서 "다만, 가장 먼저 나온 제품의 약효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개 약을 집적 비교한 임상은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를 유추해보니 이 약물의 한 성분(LABA)은 효과가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복합제의 약효가 뛰어나긴 하지만 기존에 쓰던 약물을 바로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오 교수는 "단일제와 비교한 임상만 갖고 교체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기존 약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바꿀 수 있으며, 새로운 환자의 처방에서도 단일제보다 복합제를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CS는 '양날의 칼' 줄여야 한다
반면, 부작용 위험이 있는 흡입용 스테로이드제(ICS)가 지나치게 많이 처방되고 있기 때문에 LABA+LAMA 복합제의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의학부 강예림 이사는 "60%의 환자는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데도 ICS를 쓰고 있다는 글로벌 데이터가 나왔다"면서 "ICS는 '양날의 칼'과 같다. 스테로이드 제제라 염증 완화의 이점이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ICS를 단계적으로 끊어도 우려할만한 위험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이사는 "이 연구에서 한 환자군은 ICS와 LABA+LAMA 복합제를 병용했고 또 다른 환자군은 ICS 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두 환자군을 비교했더니 급성악화 발생률이 비슷했다. 폐기능 차이도 30%에 불과해 ICS를 끊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ICS는 증상이 심하고 악화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이득이 되지만, 굳이 안써도 되는 환자에게는 부작용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LABA+LAMA 복합제는 ICS를 쓸 필요없는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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