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페이스북에서 의사 입장에서 진솔한 심정을 전하고 있는 외과 전문의 'Antonio Yun(엄윤 원장)의 진료실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진료실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에피소드와 그 속에 담긴 의사의 고심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진료실 이야기는 각 에피소드별로 몇 회에 나눠서 연재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랍니다.
외과의사의 기도 #1.
의사로, 특히 외과의사로 살다보니 만나는 환자들 중에 생명의 경각을 다투는 사람들을 볼 때가 허다하다.
외과의사가 주로 하는 일이 수술인데 수술은 크게 Elective Op.(예약하고 하는 수술)와 Emergency Op.(응급수술)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맹장염(충수돌기염)도 응급수술에 속하지만, 소위 외과의사들이 말하는 ‘True emergency’라는 것은 지금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수술이다. 이 경우 외과의사는 다른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이 환자를 집도해야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전체 수술건수에 비하면 적은 편이어서 대개 중증외상센터가 아니고서는 많지 않다. 가끔이기는 하지만 이런 환자들을 보면 외과의사의 심장도 빨리 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의사들이라면 이런 경우에서도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된 사람들이다. 얼핏 환자나 보호자가 볼 때는 냉혈한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냉정해야만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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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여년 전, 봉직의로 있을때의 일이다.
새벽 3시에 걸려온 전화.
(잠귀가 밝은 건지 트레이닝 덕인지, 전화벨의 첫음이 울리면 반사적으로 깨고 전화벨의 첫 마디가 끝나기 전에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과장님. 응급실 OOO입니다. 47세 남자환자가 내원 1시간 전 쯤 발생한 driver's TA(운전자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내원 당시 vital sign(활력징후)는 80/50-120-20-37 이었는데, 지금은 더 떨어져서요. mental(의식)도 drowsy(기면)에서 stupor(혼미) 상태구요, 환자 배가... "
"지금 나가요. 마취과에 콜 해요."
스프링 튀듯 일어났다. 이럴 땐 세수고 뭐고 없다. 옷도 반바지고 트레이닝복이고 중요한 게 아니다.
" 여보. 차 키, 차 키."
집에서부터 병원까지는 차로 약 15분. 신호도 중요한 게 아니다.
‘딱지 떼려면 떼라.’
3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3분이라는 시간의 길이를 아는가.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 손에는 운전대,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쥔다.
“아, 엄윤인데요, CBC(혈액검사수치) 얼마예요? 지금 fluid(수액) 뭐 들어가요?
지금 vital sign(활력징후)은? 마취과 콜은 됐어요?“
"“CBC는 O-O-O-O 이고요, fluid는 지금 DS(포도당식염수) 들어가고는 있는데 거의 다 됐고요, vital은 60/30-150-30-37 이고요, 마취과 콜은 지금 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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