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증환자들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대신 동네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도록 유도하기 위해 2011년 10월부터 요양기관 종별 외래 본인부담 약제비 차등정책을 펴 왔다.
외래 본인부담 약제비 차등정책은 고혈압, 당뇨 등 52개 경증질환을 가진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외래를 이용하고,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면 본인부담률을 기존 30%에서 각각 50%, 40%로 상향조정한 것을 의미한다.
의원은 종전과 동일하게 30%를 적용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52개 경증질환 중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보는 것이 바람직한 질환 중 당뇨병, 고혈압, 알레르기비염, 편도 및 후두염, 위장염 등 5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정책 시행을 전후해 어떤 이용 변화가 있었는지 분석했다.
우선 2002년부터 제도 시행 2년 뒤인 2013까지 종별 의료기관 평균 이용률 추이를 분석했다.
2002년과 2013년의 당뇨병 이용률은 종합병원이 25.%에서 26%로, 병원이 2%에서 7%로 크게 늘어난 반면 의원은 72.9%에서 66.9%로 줄었다.
같은 기간 고혈압은 종합병원이 23.6%에서 17%로 줄었고, 병원은 2.2%에서 6.1% 크게 늘었으며, 의원은 74.1%에서 76.9%로 소폭 증가했다.
알레르기비염은 종합병원이 4.4%에서 4.5%, 병원이 1%에서 4.2%, 의원이 94.6%에서 91.3%로 줄었고, 편도 및 후두염 역시 종합병원이 1.4%에서 2.2%, 병원이 0.8%에서 3.7%, 의원이 97.8%에서 94.1%로 알레르기비염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위장염은 종합병원이 5.7%에서 11.7%로, 병원이 1.7%에서 9.9%로, 의원이 92.6%에서 78.4%로 종합병원과 병원 이용이 크게 늘었지만 의원은 대폭 낮아졌다.
이 정책 시행 직후인 2011년과 2012년의 종별 의료기관 평균 이용률을 보면 당뇨병은 종합병원이 28%에서 26.3%로, 병원은 6.7%에서 7.3%로, 의원은 65.3%에서 66.4%로 나타나 차등제 효과가 미미했다.
이 기간 고혈압은 종합병원이 19.7%에서 17.3%로, 병원이 5.9%에서 6.2%로, 의원이 74.3%에서 76.5%로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변화가 크지 않았다.
알레르기비염과 편도 및 후두염, 위장염 역시 차등제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정책 시행 전후 5개 경증질환의 외래 이용 추이를 볼 때 종합병원은 전체적으로 변함이 없거나 증가 추세에 있고, 제도 시행 전후 일부 소폭 감소했거나 소폭 증가한 반면 병원은 명확하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료정책연구소는 "그러나 실제 외래를 담당해야 하는 의원의 이용률은 전체적으로 감소해 정책 효과가 매우 적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 경증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과 종합병원을 이용할 때에는 약제비 차등 비율을 지금보다 더 높게 책정할 것을 제안했다.
다시 말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화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 매우 강력한 정책"이라면서 "앞으로 정책을 보다 현실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