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위축된 비만 치료는 지난해 '벨빅'의 국내 허가와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미국 FDA로부터 허가받은 '큐시미아', '콘트라브' 때문에 활기를 찾았다.
'콘트라브(부프로피온+날트렉손)'는 광동제약이 도입, 오는 6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고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는 각 성분을 담은 제품이 따로 출시돼 있어 사실상 국내에서도 병용요법으로 쓰이는 상황이다.
그럼 어떤 약이 가장 쓰기 좋을까?
9일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이 같은 주제로 열띤 논의가 오갔다.
벨빅, 효과 약하지만 비만한 당뇨환자에게 좋다
로카세린(제품명 벨빅)은 3개 중 유일하게 국내 출시된 약물이지만, 체중감량 효과는 가장 약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년 정도 치료하면 초기체중보다 약 3~4%대 감량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의료진들의 분석이다.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식욕억제 목적으로 사용했던 리덕틸과 비교할 때 확실히 체중감량 효과는 약하고, 대신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 약"이라며 "국내 환자들은 체중감량 효과가 크면 웬만한 부작용을 잘 참는 경향이 있는데, 효과가 약해 치료를 6개월 이상 끌고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로카세린의 당뇨병 치료효과 만큼은 주목해야 한다는 데 역시 의견이 모아졌다.
당뇨병을 동반한 604명 환자 대상 BLOOM-DM(1년) 연구 결과, 5% 이상 체중감량된 환자는 로카세린 1일2회 복용군이 37.5%, 1일1회 44.7%로 위약군(16.1%)보다 의미있게 높았다.
주목할 것은 당화혈색소(HbA1c)가 로카세린 1일2회군 0.9%, 1일1회군이 1.0% 감소(위약군 0.4%)했다는 것이다.
한양의대 내분비대사내과 이창범 교수는 "당화혈색소를 1% 떨어뜨린다는 것은 강력한 DPP-4 억제제를 이길 정도의 효과"라며 "체중은 약 5~6kg 빠졌다. 통계적인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게 쓰면 좋은 약제"라고 강조했다.
콘트라브, 부작용만 조절하면 약효 강력
6월 국내 출시 예정인 날트렉손+부프로피온(제품명 콘트라브)은 POMC 뉴론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가천의대 가정의학교실 김경곤 교수는 "이 약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약제들이 식욕 억제보다 소화를 안되게 작용한다면, 콘트라브는 배고픔 느끼는 정도를 떨어뜨리고, 스스로 식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며, 음식중독을 해결한다"고 소개했다.
1년간 투여했을 때 감량 효과는 초기체중의 7~8%.
김 교수는 "체중감량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면서 "위약효과를 거둔 1년간 체중감량 효과를 비교하면, 로카세린이 3%대, 큐시미아 10%대로, 콘트라브는 그 중간인 5%"라고 설명했다.
로카세린처럼 당뇨병 환자에서의 감량 및 혈당조절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뇨병 환자 대상 소규모 임상 결과, 초기체중의 5% 감소해 위약군(1.8%)보다 높았고, 당화혈색소는 0.6%(위약군 0.1%) 개선 효과가 있었다.
또 항우울제로 개발된 부프로피온의 작용으로 감정기복이 심하고 우울증 느끼는 비만 환자에게 좋으며, IWQOL-Life 설문 결과, 자존감‧신체기능‧성기능‧업무능력이 좋아지는 등 삶의 질 개선효과가 뚜렷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김 교수는 "구역‧변비‧수면장애가 심해 환자의 20%가 때문에 부작용 때문에 약을 중단할 정도"라며 "또 혈압과 맥박수가 상승한다. 나이가 많거나 심근경색 환자, 뇌졸중 환자, 협심증, 심부전 환자 등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약제에 비해 이 약의 투여가 유리한 환자는 ▲상대적으로 강한 체중감량이 필요한 경우 ▲기존에 투여하던 당뇨병 약제로 혈당조절이 불충분할 때 ▲감정기복이 심한 경우 ▲체중감량기간 동안 음주를 자체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추천했다.
큐시미아, 효과 화끈하지만 역시 부작용 문제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 복합제제(제품명 큐시미아)는 3개 약물 중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다.
한림대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김철식 교수는 "고도비만증 환자에서 56주간 사용했더니 저용량(펜터민3.75mg/토피라메이트23mg)을 사용한 군은 5.1%, 고용량복합제(펜터민15mg/토피라메이트92mg)는 10.9%의 체중감량을 보여 효과가 매우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에 있어서는 2개 약제보다 효과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뇨 전단계 환자의 당뇨병 전환 억제효과는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후향적 연구 결과, 큐시미아가 당뇨 전단계의 환자에게 위약 대비 78.7%, 메타볼릭 신드롬 환자에게 위약 대비 70.5% 높게 당뇨병 전환을 억제했다"면서 "기존 약제 중 당뇨병 전환을 가장 많이 억제한 약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약물 역시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CONQUER 연구 결과, 입마름과 감각이상의 비율이 각각 20.8%, 20.5%로 위약 보다 10배이상 많았다.
그는 “특히 부작용 때문에 약을 중단하는 사례는 저용량과 중간용량의 경우 위약(9%)과 비슷했지만, 고용량은 위약보다 2배 많아 부작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