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탈원화해 교도소로 보내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신건강정책연구소 최봉영(동서병원 상임이사) 소장은 2일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가 주최한 정신건강정책 학술세미나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탈원화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지난 1일 의료급여 대상 정신과 입원환자의 장기입원을 억제하고, 조기퇴원, 탈원화를 유도하기 위해 1일당 일당정액수가 개편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이번 수가 개편안의 특징은 6개월 이내 퇴원에 대해서는 일당정액수가를 더 주고, 7개월 이후 퇴원하면 수가를 현 수준으로 묶는 방식이다.
의료급여 대상 정신질환자의 80%가 9개월 이상 장기입원하고 있어 탈원화가 시급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날 최봉영 소장은 미국의 탈원화정책을 소개하면서 치료-요양-사회복귀 기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탈원화를 시도할 경우 상당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봉영 소장에 따르면 미국은 1890년대 후반 주립 정신병원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병상을 늘리다가 1960년대부터 정신병원에서의 탈원화를 시행하고,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최 소장은 "미국의 탈원화 시행 이후 50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이 어떤지를 보면 정신병원에서 나온 환자들이 교도소, 구치소에 수감되는 현상, 즉 기관 이동만 이뤄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탈원화 이후 1970년대 중반에서 2000년까지 정신병원 입원환자는 감소한 반면 교소도와 구치소에 수감된 정신질환자는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최 소장은 "1971년부터 1993년까지 보호시설 입소가 증가한 시기에는 폭력 범죄와 살인율이 30% 이상 감소했고, 재산범죄도 20% 이상 줄었다"면서 "탈원화 정책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예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봉영 소장은 "정신병원 탈원화 정책 이후 자동차 도둑, 절도 등의 범죄도 살인율 증가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탈원화해 정신병원에서 교도소, 구치소로 이동시키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예산과 지원, 제도적 뒷받침, 지역사회의 인프라도 구축하지 않은 채 외국의 제도와 수준을 따라가자고 한다"면서 "이는 여관비를 주면서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못하면 처벌하는 것과 같다"고 질타했다.
특히 그는 "지금 당장 개선할 것은 의료급여 대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선진국 수준의 예산과 수가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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