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동네의원을 대상으로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한지 3개월 만에 개선안을 내놓았다.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된 동네의원 400개 이상이 아직까지 참여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록 환자 역시 예상치의 10%에 불과하자 현장의 목소리를 일부 수용한 것이지만 일부 의사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 현장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고혈압, 당뇨 환자 스스로 주 1회 이상 혈압·혈당치를 측정해 동네의원에 전송하고, 의사는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월 2회 이상 전화상담을 하면 수가를 지급하는 제도다.
환자는 건강iN(인터넷)이나 M건강보험(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자신의 혈압, 혈당 측정정보를 전송해야 하는데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로그인할 수 있다.
다만 농어촌(읍‧면 소재 참여 의원)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은 인터넷이나 어플리케이션이 아니더라도 전화나 문자로 혈압, 혈당 측정정보를 의원에 전달할 수 있도록했다.
하지만 막상 시범사업에 들어가자 민원이 빗발쳤다.
특히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혈압, 혈당치를 측정한 후 인터넷이나 어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하는 게 불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건보공단의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과 동네의원의 전자의무기록(EMR)이 연동되지 않아 동네의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여기에다 시범사업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위한 전단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상당수 동네의원들이 등록을 미루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동네의원은 1870개지만 21일 현재 실제 참여 기관은 1392개로 478곳이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등록된 환자도 1만 1224명으로, 당초 10만명 이상일 것이로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그러자 복지부는 최근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 7곳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종합해 개선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환자가 건강iN이나 M건강보험을 통해 혈압, 혈당 정보를 의원에 전송할 때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 하는데 노인 환자들은 시스템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65세 이상 노인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전화나 문자로 혈압, 혈당 측정치를 동네의원에 통보할 수 있도록 확대 허용하기로 했다.
연령에 관계 없이 스마트폰이나 PC가 없는 환자도 전화나 문자로 혈압, 혈당 측정 결과를 알려줄 수 있다.
복지부는 앞으로 공인인증서가 없더라도 ID/PW만으로 로그인이 가능하도록 별도 앱/웹페이지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건보공단의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과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이 호환되지 않는 문제도 개선해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에서 청구 관련 정보를 바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별도 파일(엑셀, 텍스트)로도 제공한다.
추가적으로 '지속관찰관리료' 특정내역 코드(JX999)의 문자 발송 실시 일자 등 청구 정보 별도 입력을 생략하도록 하고, 의료기관 전자차트와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 간 연동 프로그램도 개발해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시범사업 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관리계획서 상 환자의 건강정보를 사후에 추가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에게 제공하는 계획서 출력물은 필수 항목만 담도록 1장 이내로 간소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개원의조차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모 원장은 "결국 원격의료 비슷하게 갈 수 밖에 없는 외통수 길이어서 전체적으로 시범사업은 실패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없다고 하면 부당청구로 몰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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