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보건복지부와 의협의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모내과의원 원장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고문입니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탁상 정책으로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월 의사협회가 참여를 선언하면서 1870개 동네의원이 신청한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한지 지 한달이 다 되어 가지만 300여개 의원에서 2천여명의 환자가 등록한 것에 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나마 제대로 시행하는 곳도 거의 없고, 환자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스마트폰을 활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원격의료 시범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 접근성의 문제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이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M건강보험) 혹은 인터넷 건강iN 접속 방식은 사실상 환자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젊은 사람도 스마트폰으로 입력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대다수 환자가 고령층인 만성질환 환자에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접속해 스스로 혈당과 혈압을 입력하도록 유도한 것은 정책 설계부터 명백한 오류라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생체정보 입력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환자 스스로 입력하는 방법, 컴퓨터 건강in 사이트를 이용해 환자 스스로 입력하는 방법, 65세 이상 농어촌 지역 거주자에 한해 의료기관이 대신 입력해주는 방법이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환자를 대신해 입력할 수 있는 방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부 당국은 이를 거부하고 아주 제한적으로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의 불편을 감수하고 정부가 스마트폰 등 전자장비 활용을 고집하는 이유가 원격의료를 추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게이트에 연류된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삼성 스마트폰 이외에 아이폰으로는 접속이 되지 않는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게 편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2. 건강보험공단의 생체정보 수집 논란과 이중 입력 논란
과거 건강보험공단 검진 자료가 유출되는 사고가 빈번했었는데 만성질환자의 생체정보 자체를 보험회사가 수집, 관리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생체정보가 집단 유출되거나 수집된 정보를 가공해 새로운 규제 방법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현재 2년 주기의 건강검진 자료와 달리 만성질환 관리 자료는 수년에서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수집, 저장하는 것이어서 위험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전자챠트와 연동이 되지도 않고 이중, 삼중으로 입력해야 하는 불편을 강요하고 있다.
생체 정보 입력은 건강보험 공단 사이트를 통해 하는 반면 진료비 청구는 개별 의료기관의 전자챠트를 이용하도록 이중 처방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일선 의료기관 업무가 두배 증가된 것이다.
또 환자의 혈압, 혈당을 입력하도록 해 놓고 의료기관에서는 혈압 등록(노란색 부분)을 막아 놓았다.
여기에다 건강in 스마트폰 앱에서는 공인인증서가 있어야만 입력이 된다.
리뷰 평점은 2.9, 사용자의 항의 글도 올라와 있다.
3. 시범사업 의사들의 민원 처리 혹은 내부 연락망 부재
대다수 의료계의 반대를 딛고 참여한 일부 의사들은 현재와 같은 불편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의협이나 보건당국이 협의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불편 상황을 호소할 곳은 민원 전화뿐 공식적으로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이에 대한 집계도 없고, 시범사업 참여 기관간의 정보 교류도 없고 상담창구는 전화 연락조차 잘 되지 않고 있다.
의협에서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대변할 공식적인 모임을 만들던지, 역량이 안되면 자율적으로 공식모임을 구축할 여건을 만들어 보건당국과 직접 협상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현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속할지 아니면 중지할지 중대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며 현재처럼 밀고 나갈 경우 수십억원의 혈세만 낭비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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