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년째 14만 6120원으로 책정된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혈액투석 치료 정액수가 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정액수가 기준이 혈액투석 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모두 충족한다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2시 재판관 찬성 6, 반대 3의 의견으로, 만성신부전증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수가 기준을 정액수가로 규정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보건복지부고시 제2016-272호) 제7조 제1항과 제2항이 의사와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헌 소송을 제기한 대한신장학회와 대한투석협회는 의료급여 혈액투석의 경우만 복지부 고시에 따라 정액수가를 받고 있다며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 마다 일정한 값을 정해 의료비를 지급하는 '행위별수가제'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한정적으로 '포괄수가제'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2001년 혈액투석에 대해 정액수가 방식을 적용해 일률적으로 혈액투석 1회당 14만 6120원의 수가를 산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신장학회와 대한투석협회는 "혈액투석 정액수가가 원가에 80%에 불과하다"며 '정액수가를 초과한 진료행위를 할 수 없어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헌을 주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인들이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는 진료를 할 수 없게 돼, 의사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환자들의 보건권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논지다.
그러나 이날 헌재 판결의 핵심은 혈액투석의 의료급여수가 기준을 정액수가로 규정한 기준이 의료인들과 수급권자인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액수가 기준이 혈액투석 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기 적합하다는 게 판단의 이유다. 특히 헌재는 정액수가 제도가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입된 수가기준으로서 건보제도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면에서 합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혈액투석 진료는 비교적 정형적이고 대체조제의 가능성,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진료비용 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화된다고 볼 수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으로 의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한정된 재원의 범위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려는 공익에 비해 더 크다고 볼 수도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수급권자인 환자들에 대해서도 헌재는 보건권이나 의료행위선택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급여의 수준이 국가가 실현해야 할 최소한도의 보장에도 이르지 못했다거나, 국가가 국민의 보건권 등을 보호하는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조항은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행위선택권에 대해서도 헌재는 "한정된 의료급여재정 범위 내에서 적정하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행 정액수가제와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반면 이은애, 김기영, 문형배 등 재판관 3명은 정액수가 제도가 위헌이라고 봤다. 진료비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금액으로 20년 가까이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때문에 환자 개별적인 상태에 따른 진료의 차이가 고려되지 않아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환자들도 의료행위선택권이 침해된다고 봤다.
사건을 변론한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헌재 의견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이 많은 판결이다. 무엇보다도 정액수가는 상위법령에 근거없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해서 제정된 것이다"라며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수가체계나 요양급여비용계약제와도 어울리지 않는 기형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이 부분을 정당하다고 판시한 부분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비록 합헌결정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3인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제시한 만큼 복지부에서도 위헌적인 요소를 개선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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