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라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투자 세계에서 인간은 과연 합리적으로 행동할까. 경제학의 오래된 가정과 달리 인간의 비합리성은 현실세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최근 시장에 등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암호화폐다.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2017년 952달러에서 시작하여 연말 1만4310달러를 기록하며 1년 사이에 14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급기야 암호화폐의 투자 열풍으로 거래대금은 제도권에 있는 거래소 시장을 위협하기도 했다. 금융자산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이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은행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투자 행위에 있어서는 괴리가 존재한 셈이다(그림 1~2). 표본에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라피에르(La Piere)가 이야기했던 관념과 행위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필자는 국내 일반 가계의 자산구조에 있어서 관념과 행위의 괴리가 확대되는 올해 일반 가계의 자산구조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한다.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마코위츠의 최적 리스크 포트폴리오(optimal risk portfolio)를 모를 순 있겠지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시 격언 정도는 익숙할 것이다. ‘분산투자’, ‘장기투자’ 등 핵심적인 투자원칙에 대해서 관념적으로는 인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의 자산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몇 년 동안 주택 시장의 호조로 부동산에 치우친 종전의 자산구조는 심화하거나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나온 결과를 보면,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은 전체 자산의 74.4%로 전년대비 0.7%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구의 평균소득이 5010만원(2017년 기준)으로 전년대비 2.6% 증가했고, 일반 가계의 금융자산도 전년대비 1.5% 증가에 그쳤다. 반면 부동산을 중심으로 실물자산의 증가율은 5.1%에 달했다. 담보대출(5.0%)과 신용대출(10.3%)의 증가폭도 비슷했다. 국내 경제성장이나 소득성장과 비교하더라도 실물 자산의 증가속도는 높은 편이었다.
고도성장기의 주택 구입은 분명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일반적으로 부(Wealth)의 형성과 증식은 그 나라의 경제 역동성이나 산업구조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산업이 발전하고 공업화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을 지탱하는 요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주택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던 시절 부동산은 부(Wealth)를 축적하고 신분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재테크 수단이었다. 한국 경제가 고도화하는 단계에서 국내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던 시기와 겹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해 온 부자들은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수도권에 거주할수록 부동산 자산에 대한 편중 현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부자가 된다는 것이 부동산을 보유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국내 자산구조 변화를 모색할 시기
결론적으로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고자 한다. 올해는 관념과 행위의 괴리를 좁혀가는 자산구조의 변화를 모색할 시기다. 부동산은 자산운용의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투자 자산의 분산을 통해 균형감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미묘한 시장 변화에 따라 자산운용을 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고도화되는 시대에는 금융자산을 통한 자산 증식의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출생률 하락과 인구성장의 정체, 잠재성장률의 하락 등을 경험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실물자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대외충격에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KB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2017년 한국의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이 넘는 한국의 부자들은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추세적으로 줄였다. 또 금융자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그림 4).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이나 메디게이트뉴스의 투자 의견과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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