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의 일상이 시작됐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붉은 원숭이는 지혜의 상징이다.
원숭이는 한번 잡은 먹이를 절대 놓지 않는 근성도 있다.
그러나 원숭이는 이런 근성으로 인해 손쉬운 사냥감이 된다.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은 코코넛에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내고 그 안에 음식을 넣어두는 방법으로 원숭이를 사냥한다고 한다.
호기심이 많은 원숭이는 그 구멍에 손을 집어넣어 음식물을 잡는데 성공하지만 움켜진 먹이를 손에서 놓지 못해 꺼내지도 못한다.
덫을 쳐 놓은 원주민이 다가와도 절대 손을 풀지 않는‘집착'은 결국 동물원의 원숭이 신세로 전락하게 만든다.
가진 것에 집착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당연히' 건강보험 요양기관이다.
당연지정제 혹은 강제지정제가 된 의료기관은 정부가 정해놓은 수가만 받아야 하고, 환자를 거부할 수 없다.
의사들은 집단행동도 할 수 없다.
개원의들이 집단 휴진투쟁을 하면 면허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주도한 의사협회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완벽하게 의료를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정부가 가진 힘을 남용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의사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초음파, X-ray와 같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대면진료 수준으로 허용하려고 한다.
힘 있는 여당 정치인은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육성하기 위해 국립보건의대와 국립보건의대부속병원을 만들겠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의료인에게 어떤 의료행위를 허용할지 여부가 어떻게 정책적 판단 내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원격의료가 전면 시행되면 대형병원 환자 집중을 초래하고, 지방의 일차의료가 붕괴될 수 있지만 원격의료장비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강행하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은 공공의료형 의사가 어떤 것인지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국립보건의대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움켜진 권력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한다.
가진 것에 집착하는 순간, 넘지 말아야 할 의료전문성을 침해하는 순간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비정상의 정상화는 말잔치로 끝나고 우려할 만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근거중심의 의학은 위기를 초래하고, 지방의 개원의들은 대도시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국립보건의대 출신 의사라고 해서 여느 의대 출신과 다를까?
비정상이 정상이 되려면 상식적이어야 한다.
의료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사회에서, 의사 보건복지부장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2016년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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