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시장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2/15일 88.59를 기록한 이후 재차 강세로 전환하며, 5.9% 상승했다. 상대통화인 유로, 파운드, 신흥국 통화는 약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주의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지난 5/3~4일 중국을 방문했지만, 기대가 컸던 때문인지 협상의 결과는 초라해 보였다. 연이어 5/17~18일에 워싱턴에서 2차 고위급 회담이 있었고, 합의문이 발표되었지만, 구체적인 목표는 적시하지 않아 무역갈등의 불시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흥국 증시 (MSCI EM지수)는 연초 이후 고점을 기록했던 1/26일 이후 -10.6% 하락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신흥국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베트남 증시는 4/9일 이후 -11.8% 하락하며,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급등에 따른 가격부담으로 피로감이 누적되었고, 그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도 높아졌다. 6월로 예정된 대규모 IPO 일정 역시 수급공백 우려를 더할 수 있어 반등을 이끌 재료가 부재한 상황이다. 아세안 국가 중 인도네시아 (-9.1%), 필리핀 (-10.1%) 증시도 연초 이후 부진한 모습이다.
러시아도 변동성이 높아진 사례다. 러시아는 지난 4/9일, 단 하루 만에 -11.4% 급락하는 패닉 장세를 보였다. 주요국 증시가 단기에 10% 넘게 폭락하는 일은 금융위기와 같은 이벤트가 아닌 이상 흔치 않은 사건이다. 증시 하락의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두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 관료 17명, 신흥재벌 7명, 그와 관련된 12개 기업에 대해 미국 내 자산동결 등을 포함한 제재를 발표했다.
텐트럼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지만, 신흥국 모니터링 필요
강달러에 미국의 금리상승이라는 조합은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며,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었다. 과거에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난 이후 자산가격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것은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펀더멘털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파급력 있는 이벤트인 경우라면 증시 회복은 상당히 더딜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개입 당시 러시아에 대한 서방제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국제유가도 약세를 보이면서 증시는 한동안 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단기 반등을 염두에 두고 시장 방향성에 베팅한 투자자라면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High Risk, High Return’과 맞지 않는 현상이기도 하다. 파산 위험이 높거나 재무적인 리스크가 높은 기업의 투자성과가 현실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저변동성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경우는 앞선 사례와 분명 다르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시장 변동성 (VIX)은 12.85로 2017년 이후의 평균수준 (12.5)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부 신흥국에 국한된다.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CDS프리미엄은 아르헨티나 (전세계 시가총액의 0.11%), 터키 (전세계 시가총액의 0.23%) 등이 급등했지만, 일부 국가에 국한된 문제였으며, 신흥국의 펀더멘털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면 낙폭과대 이후 자산시장의 되돌림은 합리적 기대일 것이다.
1) 우선 연준의 통화정책 속도가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고용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임금 상승 압력이 높지 않고, 유가 등 공급 측 요인을 감안하면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2%에 수렴할 전망이다. 달러가 강세로 일방통행 하기 어려운 이유다.
2) 신흥국의 위기가 갑작스럽게 확산될 만큼 신흥국 리스크가 커진 것도 아니다. 위기가 확산된다면 트리거가 될만한 5개 신흥국 (Fragile 5, 인디아, 남아공,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의 경우를 살펴보았다. 2013년과 비교했을 때 부채수준은 통제권 범위에 있는 모습이었다. 특이점은 중국이었는데 GDP 대비 비금융부채가 150.8%에서 193.8%로 같은 기간 43.0%p 늘어났다. 이는 국유기업 중심의 공기업 부채로 중국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중앙정부 역시 이를 감안하여 올해 추진할 핵심 경제정책으로 디레버리징 (부채 축소)을 꼽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신흥국 증시는 최근의 하락세로 가격적인 부담을 덜고 있으며, 실적 기대감도 유효하다. 신흥국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EPS)은 전년대비 +13.8%를 기록하며, 추세적인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3) 최근 신흥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슈는 아직까지 개별국가에 국한된 이슈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다만 탄탄한 국제유가를 바탕으로 견고한 실적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자원의존형 경제구조인 러시아는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연초 이후 급등락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베트남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경제지표는 시장예상을 상회하는 서프라이즈다. 차익실현과 IPO에 따른 수급부담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증시는 기간조정을 거치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으며, 연말까지 놓고 본다면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금리 상승세는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본다. 달러 강세는 추세적인 흐름이 아니며, 약세 반전되는 구간에서 다시금 상승 모멘텀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달러 강세가 멈추기까지는 시간은 필요할 수 있다.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신흥국에서는 변동성 전이효과가 나타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강도는 2013년의 텐트럼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상승하고 있는 신흥국의 경우 이번 조정을 통해 가격적인 부담을 덜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구간에서 가격변동성이 높아졌던 국가의 밸류에이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그전까지는 변동성이 낮은 저밸류 국가군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