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고혈압과 당뇨병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몇가지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으로 통합돼 1년 가까이 흘렀다.
10월 31일 기준으로 전국 75개 시군구에서 2564개 의원이 참여해 16만3954명의 환자를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일선 현장에서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사업의 의의와 어려웠던 점을 정리해 봤다.
만관제의 긍정적인 측면
첫째로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포괄평가와 교육 등에 대해 추가적인 수가를 책정해 특별하게 건강검진을 활성화 하거나 비급여 시술 등을 하지 않는 일차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둘째로 별도 수가 책정으로 인해 지금까지 다소 소홀하게 취급됐던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의 교육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셋째로 추후 고혈압과 당뇨병 이외의 다른 질환(천식, 우울증, 관절염 등)으로 확대하면 단골 환자를 포괄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만관제의 현장에서의 어려움
가장 큰 문제는 본인부담금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원래의 진료비는 그대로 발생하고 포괄평가나 교육 등에 대해 추가로 수가가 발생하도록 했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노인이나 저소득층 환자와 마찰이 생길 수 있는 구조이다.
특별한 검사나 주사 등의 처치 없이 교육만으로 추가 수납이 발생하는 것에 우리나라 환자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이런 문제는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서비스 제공은 좋지만 환자 측면에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불만이고 의원 측에서는 추가 비용 수납 스트레스로 인해 참여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도 2564개 의원 가운데 환자를 한명도 등록하지 않은 의원이 1120개였고 환자를 10명 미만으로 등록한 의원도 468개나 됐는데 이런 문제점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두 번째로 수가 신설이 공짜가 아니라 그만큼 시간 소요가 많이 드는 면이 있다. 포괄 평가, 케어플랜 작성, 점검 평가, 전화상담, 문자 발송과 같은 업무와 실제 교육시간, 그리고 청구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합하면 한 환자 당 연간 3~4시간 정도의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관리 환자 300명을 꽉 채운다면 하루 4시간은 이 업무에 투입돼야 할 정도다.
세 번째로 이 모든 일을 의사 혼자서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보조 인력이 필요한데 장비와 공간 확보를 위해 추가 투자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여유 공간이 없는 의원이라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케어코디네이터 문제
의사 보조 인력으로 케어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것이 제안됐는데 시범사업 기간에 신규로 간호사를 채용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케어코디네이터 급여를 지급하려면 관리 환자 300명을 채워야 하는데 처음부터 그러기가 쉽지 않고 또한 시범사업이라 본 사업으로 어떻게 연계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규 채용이 어렵다.
또한 케어코디네이터 교육 문제와 의사와 케어코디네이터의 의사 소통 부분도 해결돼야 하기에 100명 미만이라면 의사가 고생하면서 이것 저것 다 하는 경우가 차라리 속 편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개선점 혹은 제안
1. 시범사업의 확대와 원활한 본 사업을 위해 본인부담금 증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환자와 의사가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다. 환자 입장에서 참여를 유도하려면 단골 의원을 지정했을 때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어야 참여율이 높아지고 만족도가 올라갈 텐데 시범사업에서는 반대로 본인부담금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 왜 이런 모형을 고집하는지 이해하지 못 하겠다. 일선에서의 반발과 고충이 보통 수준이 아니다. 본인부담금 비율을 전체적으로 조정하든지 해 이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한다.
2. 행위별 수가 책정의 한계를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환자관리료 조차도 문자발송이나 전화상담, 혈당과 혈압 기록과 같은 행위에 근거해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조절이 잘 돼도 2~3개월에 한번 내원하게 하는 것보다 매달 오게 하는 것이 더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여전하다. 포괄적 환자 관리료를 더 높여서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3. 케어코디네이터 고용 부담을 들어주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 수가를 줬으니 그걸로 고용해라하고 내버려둬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앞에서 설명했다. 시범기간이나 사업이 안착될 때까지는 케어코디네이터 고용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4. 원내 교육 뿐 아니라 보건소나 국민건강보험공단 혹은 건강센터를 별도로 설립해서 원외로 교육을 의뢰할 수도 있게 하자고 제안됐으나 실제로 그러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5. 전산 입력과 청구 업무가 많이 개선은 됐으나 아직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예를 들어 4개월이 지나서 중간 점검·평가를 하게 했으나 진료시간에 할 수는 없고 어떤 환자가 4개월이 지났는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하나하나 찾아봐야 할 정도이다. 청구도 일일이 다 입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지금도 월말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더 늘었다.
6. 지역의사회-보건소-지역 국민보험공단의 협력 관계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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