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23 17:16최종 업데이트 24.01.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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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대 외과학교실의 살아있는 역사, 황일우(黃一愚) 교수님

[경북의대 100주년 칼럼] ⑭정진향 경북의대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경북의대 100주년, 새로운 100년을 위해  

2023년은 경북의대 전신인 대구의학강습소로부터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다. 경북의대는 한 세기 동안 훌륭한 의료인과 의학자를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명문 의학 교육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지금까지 배출된 9000여명의 졸업 동문은 환자 진료 및 의학 연구에 매진해 국내외 의료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의대는 2023년 8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10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경북의대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와 함께 지나온 100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릴레이 칼럼을 게재한다. 

①권태환 경북의대 학장·경북의대 100주년 공동준비위원장
②박재율 경북대 의과대학 동창회장·중앙이비인후과 원장
③이재태 경북의대 100주년 자문위원단장·경북의대 핵의학교실 교수 
④김성중 경북의대 31대 동창회 수석부회장·대구 W병원 원장 
⑤김용진 경북의대 100년사 간행위원장·경북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⑥이원주 경북의대 부학장·경북의대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
⑦정한나 경북의대 흉부외과학교실 교수 
김성중 경북의대 31대 동창회 수석부회장·대구 W병원 원장
최병호 경북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
⑩권정윤 경북의대 안과학교실 명예교수·뉴경대요양병원 원장
⑪김정용 대구 동구보건소장·전 개성공단 협력병원장
⑫이승재 경북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
⑬채성철 경북의대 명예교수(순환기내과)
⑭정진향 경북의대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올해는 경북의대가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우리 외과학교실 또한 의과대학의 시작과 그 역사를 함께 한다. 지나온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과정은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밑거름이다. 의과대학 100년사에 실릴 외과학교실사를 정리하며 교실의 발전을 위해 애써 주신 많은 분들의 노력과 업적에 대한 자료가 얼마나 부족한 지 절실하게 느꼈다. 하지만, 우리 외과학교실에는 이런 저런 자료나 사진보다 더 중요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인 황일우(黃一愚) 교수님이 계신다. 

필자가 경북대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했던 1997년 2월에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하셔서 아쉽게도 외과에서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 그렇지만 교수님은 퇴임 후에도 큰 애정과 관심으로 의국이나 동문 행사에 참여하셔서 후배와 제자들에게 외과의 긍지를 느끼게 해 주셨다. 특히 처음 여성 전공의로 입국했던 필자에게는 만나뵐 때마다 보여주신 교수님의 따뜻한 격려가 큰 힘이 됐다. 
 
1976년 외과학교실 주임 및 과장 취임 후

황일우 교수님은 1931년 일제 강점기에 개성에서 태어나 3세 때 진주로 이사해 진주 소학교를 졸업하셨다. 일제 말기에 진주 중학교에 입학해 1949년 중학교 4학년 때 제1회 대학입학자격검정고시에 합격하셨다. 하지만 여의치 못한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미루고 중학교 임시교사로 1년간 근무하다가 1950년 6월 대구의과대학에 입학하셨다. 입학하자마자 한국전쟁이 발발해 채 한달도 다니지 못하고 학교는 휴교를 하게 됐다.

그해 해군사관학교 시험에 합격했으나 부친의 반대로 진학을 포기하고 1950년 말에 공군 위생하사관으로 입대해 마산공군병원에서 복무하셨다. 1952년 초 제대 후 경북의대 의예과 1학년으로 복학하며 학교로 돌아오셨다. 1958년 의대 졸업 후 당시 외과 주임이자 병원장인 임운흥(林雲興) 교수님의 추천으로 무급 조교로 외과에 입국했고, 3년 후 레지던트 제도가 생기면서 3년차로 편입하게 되셨다.

1968년 11월 전임강사로 임용됐고 1971년 8월부터 1년 간 미국 뉴욕 비크맨(Beekman) 병원에서 연수하셨다. 1976년 1월 의과대학 교수들의 겸직이 금지되면서 임상과 교수들에게 교수직과 개업 중 양자택일하도록 지시하자 당시 근무하던 홍선희(洪善熹) 교수님과 윤건호(尹建鎬) 교수님이 교실을 떠나게 되셨다. 다행히 황일우 교수님은 교수직을 선택했고 이때부터 주임교수를 맡아 1994년까지 외과학교실을 이끌면서 교실의 발전에 무한히 힘쓰셨다. 
 
1976년 장수일, 홍선희, 윤건호, 황일우 교수님(왼쪽부터)

1987년 3월 23대 경북대병원장에 임명됐으나 의협심으로 4개월의 임기로 사임하셨다. 1991년 대한대장항문병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1995년에는 제48대 대한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학회의 발전에 공헌하셨다. 1997년 2월 40여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 담았던 외과학교실에서 첫번째로 정년퇴임한 교수님이 되셨다. 퇴임 후 1997년 3월부터 3년 간 대구적십자병원 병원장을 역임했고 이 후에도 꾸준히 건강을 유지하며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하셨다. 
1975년 The first Korean Microvascular Surgical Workshop
 
1977년 임상실습학생들과의 회진

황일우 교수님은 외과학교실에 교수로 재직하면서 환자 진료와 교육, 연구 분야에 여러 업적을 남기셨다. 1969년 ‘위, 십이지장의 소화성궤양(323예)에 대한 임상적 고찰’, 1970년 ‘소장폐색증 242예에 대한 임상적 고찰’과 ‘외과적 갑상선질환 177예에 대한 임상적 고찰’, 1973년 ‘둔력에 의한 비장 손상의 임상적 고찰’과 ‘회장종말부 천공성복막염에 관한 임상적 고찰’에 대한 논문을 차례로 대한외과학회지에 게재하셨다. 재직 기간 동안 수십 편의 논문을 통해 외과학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질환의 수술 치료 경험과 결과를 보고하셨다.

197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후원으로 WHO 면역학연구소(싱가포르)에서 3개월 간 기초연구를 마치고 돌아와 대한면역학회에서 장기이식면역학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셨다. 또한, 국내 처음으로 간겸자를 사용한 간엽절제술을 연속 3례 성공해 큰 개가를 올렸으며, 1978년 3월에는 위암에 대한 새로운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셨다. 선택적 문맥대정맥단락인 'Inokuchi shunt'를 보고한 일본 규슈의대 외과 주임 이노쿠치 키요시(Inokuchi Kiyoshi) 교수를 초빙해 개를 이용한 실험 수술과 특강을 진행해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마련하기도 하셨다.

과장 재직 시기인 1981년 1월 23일, 비뇨기과 장세국, 내과 이시래, 외과 장수일 교수님이 팀을 이뤄 비수도권 최초로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해 성공하는 데 기여하셨다. 이후 경북대병원 신장이식팀은 40년간 수많은 업적을 쌓아오며 신장이식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1978년 Inokuchi Kiyoshi 교수의 개를 이용한 실험 수술과 특강

황일우 교수님의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는 어느 대학보다 선도적으로 경북의대 외과를 분과화하고 발전시켜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마련한 부분이다. 해방 이후 외과학교실에는 모든 외과계 분야가 속했으나 점차 분야가 확대되고 새로운 지식이 도입되면서 1960년대 초반에 신경외과학교실, 흉부외과학교실과 정형외과학교실이 독립했다. 1978년에는 스웨덴에서 성형외과를 수련한 백봉수 교수님을 초빙해 성형외과학교실을 분리했다.

1982년 10월에는 병원 직제 개편을 통해 가장 먼저 소아외과가 정식으로 분과돼 장수일(張秀一) 교수님이 분과장을 맡게 되셨다. 현재 외과는 소아외과, 유방갑상선외과, 대장항문외과, 간담췌외과, 위장관외과와 혈관외과의 6개 분과로 나눠져있다.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분과로 나눠 더욱 집중적이고 전문화된 수술과 연구, 교육을 할 수 있었고 외과학교실이 한 단계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왼쪽)1975년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 (오른쪽)1995년, 대한외과학회 회장

교수님께서 의학의 꽃이라 여겨 선택했던 외과는 지금 힘든 의료 환경과 외과 전공 기피 현상으로 100년 역사 중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비록 단숨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더라도 지난 우리 교실의 역사와 교수님의 삶을 되짚어 보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칼럼을 작성하면서 외과의 성장과 발전의 시기를 거쳐 현재의 침체기까지 관통해 외과 의사로 살아오신 교수님께 후배 외과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 지 여쭤보았다. 
 
“현재 외과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과거의 영광이 돌아올 터이니,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습니다. 후배님들은 외과의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젊은 의사들은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이셨다. “환자에게는 항상 미소 띤 표정으로, 질문에 귀 기울여 대답하려고 노력하세요.”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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