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도권에서 고위험 산모 '응급실 미수용'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환자에 대한 의료진 사법리스크 완화와 더불어 수가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1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거주하는 임신 28주차 산모 A씨는 10일 밤 급작스러운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탑승해 지역 응급실 이송을 요구했지만 모든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 당했다.
일례로 분당 B병원은 산모 배후진료가 가능한 산과 의사가 없어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C병원 역시 야간에 고위험 산모를 진료할 수 있는 담당 의사가 부재하다고 답변했다.
A씨는 지난주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C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던 상태였다. 당시 A씨 폐기능 검사 결과 정상 수치의 27%에 불과해 응급 진료가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특정 의료기관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오히려 수도권 마저 고위험 산모인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응급의료센터 교수는 "A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없고 B병원은 외부병상을 격리실로 둬야해서 자리가 없다면 고위험 산모 수용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위험 산모는 늘어나지만 수용할 NICU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환자를 받았다가 다태아 분만이라도 해야 되는 상황이라도 되면 매우 난감해진다. 의사가 태아당 1명씩은 있어야 하지만 야간 당직을 2명 이상 할 수 있는 NICU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현장에서는 '산과는 있으나 NICU가 없는 병원'과 'NICU는 있으나 당직 산과 의사가 없는 병원'이라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고위험 분만은 필연적으로 NICU 병상의 확보를 전제로 한다"며 "병원은 존재하되 시스템을 돌릴 사람이 없는 상태로 인해, 한쪽 인프라만 부재해도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으로 인해 산과 전공의 지원율은 8%대까지 추락했으며, 과중한 업무와 사법 리스크를 견디지 못하고 수련을 포기하는 중도 포기율은 17%에 달한다"며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또 핵심 이유는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사법적 공포'와 원가에 못 미치는 '저수가 구조'다. 수억 원대의 배상금 추이는 개인 의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위험 응급 환자와 관련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금 한국 소아과와 산과 의료 인프라는 현장에서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보건복지부는 현장 전문가들의 정박한 목소리를 외면한 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홍보성 메시지만 반복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가 소아의료 붕괴의 원인을 '달빛병원 부족' 정도로 설명하느냐. 한국은 소청과 전문의들에게 세계 최하위 수준의 보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해결 대책으로 산부인과계는 파격적 수가 개편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부제한 국가배상책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재연 회장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3차 무제한 국가배상책임 보험을 도입하고, 의학적 표준 지침 준수 시 형사 처벌을 완전히 면제해야 한다"며 "고령 산모 진료 시 20~40% 가산, 응급 분만 시 50% 가산, 야간 및 휴일 가산 수가를 대폭 상향 적용해야 한다. 또한 지역 내 거점 센터를 육성하고, 개별 병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권역별 전문의 순환 당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