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22 07:08최종 업데이트 23.06.2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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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만 늘리면 된다? 의사들은 왜 고개 저었나

의사수 늘려도 필수·지역의료 문제 해결 난망…“지금도 의사수는 증가 중, 다양한 대책 동반돼야”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필수의료 위기와 지역간 의료격차 문제는 의대정원 확대가 아닌 거품이 낀 의료수요 감축과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 현실화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21일 국회의원 신현영·조명희 의원 공동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문제점이 의사수를 늘려 해결된다는 좋은 증거는 거의 없다”며 “그럼에도 의사수 증가에 양극화된 진영이 형성돼 과잉논쟁에 매몰되는건 사회적 편익이 없고, 사회적 후생을 오히려 후퇴시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이날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의사수는 2070년까지 증가…고령화 감안해도 마찬가지

오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인구수는 몇해 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나, 의사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의사수 증가 추세는 신규의사 진입과 은퇴가 거의 동일한 규모가 되는 2070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의료이용량이 더 많은 고령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령인구에 가중치를 적용하더라도, 65세 인구조차 감소가 시작되는 2050년 이후엔 가중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된다. 

오 교수는 “이런 의료서비스 이용량 가중인구 대비 의사수 비를 보면 여전히 그 정도는 증가하는 경향이 지속된다”고 했다.

그는 의사수 부족 주장이 과잉진료, 거품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별 수가제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란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향후 지불제도의 변화 등을 통해 의료수요가 크게 달라질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필요의료서비스 추정치와 미래 의사수추정치의 비율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섬세한 자료 기반 시뮬레이션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오 교수는 “현재 의사수를 늘리지 않으면 의사수가 같을 거라는 순진한 가정을 하는 셈”이라며 “인구고령화가 의료서비스 수요를 폭발시킬 거라는 막연한 패닉하에 놓여 있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일각의 우려와 달리 2050년부터는 65세 이상 인구마저 감소한다”며 “수명 연장에 따라 의사들의 은퇴 시기가 자연스레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없이 의대정원으로만 의사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보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거품수요를 활용한 추계 대신 지난 10년간의 DALY(장애보정생존연수)를 활용한 질병부담(Burden of Disease) 보정 인구수 대비 의사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거나 거품수요가 지속되더라도, 고령화 효과에 의한 질병부담,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를 고려한 의사수 비는 꾸준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의대증원으로 필수·지역의료 문제 해결 못 해…거품수요 줄이고 수가 가산

현재 위기에 놓인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도 의사수 증가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했다. 

오 교수는 “필수의료, 지역의료분야에 대한 사회경제적 변화 없이 의사수만 늘리면 이 분야 의사수가 증가된다는 건 막연한 희망에 기반한 주장”이라며 “설령 효과가 나타난다해도 정원 확대로 양성되는 의사가 현장에서 일하기 까지는 6~12년이 걸린다. 그 사이 다른 효과적 대안을 강구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의사수를 늘릴 필요는 사리진다”고 했다.

그는 대신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거품 수요를 줄이고, 필수·지역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를 가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 하에 관행이 된 과잉진료는 의사와 환자간 신뢰를 파괴하고, 그 결과는 의사간 경쟁 격화를 야기할 의사수 증대라는 보복적 조치로 이어졌다”며 “지불제도에 대한 신속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 특히 검사나 영상 장비 의존 의사에 비해, 의사 자신의 직접 노동에 의존하는 분야의 수가의 상대적 크기가 변경돼야 한다”며 “서의료취약지일수록 가산이 되는 수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사진=신현영 의원 유튜브 채널 중계 갈무리

대전협 “근무여건 개선하고 건강보험 개혁”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역시 기피 분야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서 논의의 초점이 의사 총량에만 집중돼 있다며 근무여건 개선,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강 회장은 우선 병상 등 의료자원 정책 및 의료인력정책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병상 당 전담 전문의 인력기준을 개선하고 이를 위한 국고지원 확보, 수가 연동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완화를 위한 지역별 병상총량제와 보건복지부의 병상 허가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장 종사자의 노동강도를 조정해야 한다. 향후 근로시간의 단축은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라며 “필수의료 인력을 전문의 중심으로 추가 채용하고, 당직 제도 개선과 적절한 보상체계를 구축해 필수의료 종사자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보건지출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낮다. 이를 어떻게 늘릴지 건강보험 구조는 어떻게 바꿔야 지속 가능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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