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최근 미투운동(#Metoo)이 의료계와 제약계까지 퍼지자 이번 기회를 이용해 권력구조의 문화를 바꾸고, 내부적인 시스템 또한 제도화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병원 등 기관의 내부규율을 강화해 자정노력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미투운동이 있기 전부터 성추행·성폭행·폭행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폐쇄적인 구조와 도제식 교육 등의 특성으로 비슷한 사건이 오래도록 지속된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소속 12명의 교수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모 교수가 간호사, 병원 직원, 의대생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 등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 1999년 모 교수가 당시 인턴이었던 의사를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알려졌으며, 삼성서울병원에서는 2016년 전공의가 인턴을 성폭행해 7개월 만에 해임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의료윤리연구회 전 회장 이명진 전문의(이비인후과)은 "이번 미투운동이 여론을 형성하고, 의료계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한다"면서 "아직 고민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용기를 내준다면, 우리는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아야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또한 병원에서는 내부적으로 규율을 강화해 지금보다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라며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나 성추행 등 성적관련 행위로 문제를 일으킬 경우, 당사자를 즉시 퇴출하는 강한 제재를 사용한다. 우리도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이 가진 지위를 이용해 소위 '갑질' 하는 행위를 스스로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늘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전공의나 인턴, 의대생,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발생 한다"면서 "제약회사 직원들도 의사들의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갑질을 멈추고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얼마 전 한국얀센에서 7년간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퇴사하기 전 사내메일을 통해 자신이 겪은 갖은 성희롱과 성추행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사내에서 뿐 아니라 의대 교수들로부터 여러 차례 성희롱 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술을 마시고 스킨십을 하거나, '해외학회에 같이 가자', '의학부 직원은 지적이고 퇴폐적이어야 하는데, 미모가 뛰어나다'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는 것이다.
제약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피해당사자들은 사건을 고발했을 때 오히려 자신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거래처 유지 무산, 매출 하락, 악성루머 등의 피해가 두려워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제약사인 한국애브비 이해강 노조위원장은 "당사자들에게는 힘들겠지만, 미투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회사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시스템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증인이나 명확한 증거 등이 있는 경우 해결이 좀 더 쉽지만, 이런 사건은 직원과 의사, 직원과 거래처 대표 등과 같이 은밀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를 공론화시켜 해결방안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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