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에도 '약사' 고용 의무화되나…김윤 의원 '마약류관리법' 내과 이어 정신과·성형외과도 "우려"
이중 규제·약사 채용 부담·원내조제 관리직원 대량해고…"극히 일부 오남용 사례들어 의사 매도, 임상현장 목소리 들었는지 의문"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처방량에 따라 약사 마약관리자를 두도록 의무화한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의료 현장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약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는 의원급에는 과도한 이중 규제이고, 사실상 의사들의 관리역량을 믿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법이 향후 의사에 대한 불신을 더욱 조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가운데 대한내과의사회를 시작으로 대한정신건강의학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루는 전문과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 의원발 마약류관리법안의 핵심은 기존의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이더라도 총리령으로 정하는 처방량 기준 이상의 마약류를 투약·처방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마약류관리자를 의무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해당 법안에는 향정신성의약품만을 취급하는 경우에도 예외 없이 마약류관리자를 배치하도록 해 마약류 관리를 강화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포함됐다.
김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며 "마약류 의약품은 꼭 필요한 환자에게 안전하고 적정하게 사용돼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관에서 마약류 관리 공백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적정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내과의사회 "해당 법안은 '이중규제'…소규모 의원급에 약사 채용은 비효율적"
하지만 제일 처음 문제를 제기한 대한내과의사회는 3인 이하 소규모 의료기관의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오히려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내시경 검사를 받고자 하는 수검자들의 대기시간이 늘어나 불편을 겪을 수 있고,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해당 법안은 일종의 이중 규제다. 현재 대다수 99.5% 이상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인(NIMS)와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를 통해 잘 관리하고 있다. 보건소에서도 불시 방문해 마약류 관리를 검사할 때도 있다"며 "게다가 마약류나 향정의약품의 위험성이 국민에게도 알려져 원외 처방 약도 다 오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미 마약류 취급에 대한 관리체계가 잘 구축된 상황에서 마약류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비효율적 인력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특히나 개인 의원은 수면 내시경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 향정약품의 처방량이 하루에 한 두 건에 불과한데 그런 소규모 의료기관에도 약사를 둬야한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실제로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규모 의원급은 약사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그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과 안에서는 정말 소규모 의료기관까지 마약류관리자로 약사를 초빙하게 되면, 해당 기관은 의약분업 예외로 해 원내조제를 하게끔 해야하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정신과의사회 "약사 관리자 배치로 오남용 감소한다는 주장의 근거 의문"
특히나 원내조제를 주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며 반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하주원 홍보이사는 "의사는 마약류 취급업자로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등록돼 있다. 의사가 처방을 하는 사람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데 관리하는 사람을 따로 두라고 한다. 그리고 그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를 두지 않은 의사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다. 결국 의사에게 책임만 묻고 권한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가 진찰하고 문진하고 검사해서 처방하는 과정에 제3자가 관여해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전문의인 의사가 NIMS에 관리자로 등록돼 있고, 이미 철저히 관리 감독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미비해 약사를 따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 향정의약품 처방과 관련한 수천만 건의 의료행위 중 아주 극소수로 발생하는 오남용 사건을 가지고 의사를 매도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남용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 있다"며고 말했다.
하 홍보이사는 또 원내조제를 하는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우 해당 법안 통과로 인한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신과 개원의들은 대부분 전자동으로 의약품을 조제하는데,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등 원내 직원들이 한 번 더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 확인 업무를 하던 직원들은 다 해고돼야야 해 대거 실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할 때 실제 개인 의원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의 상황을 조사하거나, 실제 임상 의료현장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약사를 고용해 마약류 관리를 맡기는 경우는 없다"며 "약사를 고용하면 정말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해결되는 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성형외과의사회 "처방량 기준 도달하지 않으려 환자에 필요한 처치 줄어들 수도"
대한성형외과의사회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마약류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번 개정안에서 제시된 방법은 의료 현장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현행법상 약사가 맡게 되는 마약류관리자를 의원급 의료기관에 배치하라는 것은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약사를 별도로 고용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현실과 상충된다"며 "이는 의원급에도 약사를 배치하려고 관련 법령을 추가적으로 개정할 의도가 아니라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형외과의사회 박동건 공보이사는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김윤 의원실이 법안을 발의하면서 인용한 2024년 기준 마약류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의 관리자 지정 현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윤 의원은 해당 현황을 활용해 병원의 20%(316 개소), 요양병원의 18%(249 개소)가 마약류관리자 없이 마약류를 처방·조제하고 있으며, 마약류를 많이 사용하는 상위 20 개 병원을 비교한 결과 관리자가 없는 병원의 사용량이 관리자 지정 병원의 2.9 배에 달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박 공보이사는 "해당 법안은 처방량을 따져 의사 수와 상관없이 처방량이 많은 의료기관은 의원급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를 두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 근거는 처방량이 많은 의료기관일수록 관리가 잘 안되고 마약 오남용 사고 있다는 것인데, 처방량이 많다고 해서 그게 오남용이라고 단정 짓는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되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약사를 마약류관리자루 필수로 고용해야 하고, 의원급은 총리령으로 정해진 처방량 기준에 따라 고용 여부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의원급은 약사를 고용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당 처방량에 도달하지 않도록 조절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수면 마취가 필요한 사람에게 수면 마취를 권하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박 공보이사는 "겉으로는 오남용 관리를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포면적으로는 약사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의사들은 불필요한 인력을 더 고용해야하는 불합리한 법이다. 사실 의원급에서는 약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마약류 관리만을 위해 약사를 둔다는 것은 의사를 믿지 못하고 약사는 믿을 수 있다는 뜻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의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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