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위 후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기대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
SNS나 뉴스, 블로그에는 어김없이 '좋아요' 버튼이 기본 탑재되어 노출되고, 관련 글 작성자는 버튼 클릭 수가 주는 '묘한 매력'에 빠진다.
<출처 : http://www.boredpanda.com/>
점점 올라가는 그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내가 기사 작성이나 포스팅을 왜 하는 것인지 망각하고, 두 자릿수, 세 자릿수를 향해 달려가는 '좋아요' 수는 나의 인기나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버튼을 만든 의미를 돌이켜보면 이런 해석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만도 아니다.
처음에 콘텐츠의 질적인 평가를 염두에 두고 창작력과 공감 여부를 위해 만들었던 '좋아요' 버튼은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하면서 그 의미가 변질하기 시작한다.
관심받은 수의 크기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기업은 경품 등의 미끼를 내걸어 '좋아요' 클릭을 유도한다. 그야말로 돈과 '좋아요'를 맞바꾸는 것이다.
콘텐츠 내용의 자체로만 승부하던 '좋아요' 클릭은 '금전적인 확실한 미끼'라는 두 번째 옵션을 가진다.
100% 만족도 못 채운 게 이상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7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는 이번 원격의료 시범 사업의 평가를 보면 이런 트렌드를 벤치마킹했다는 느낌이 든다.
보건복지부에서 배포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만족도 평가
자원해서 이번 서비스에 참여한 시범사업 환자들은 일단 혈압계와 혈당 체크기 등의 의료기기를 지원받는다. 당연히 무료다.
평소의 의료 서비스에 불만을 품던 지원자들
*은 한 달에 한 번이나 하던 정기적인 대면진료 외에 추가 상담을 받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렇단다.
매주 2번씩 국가에서 공짜로 나눠준 장비를 통해 원격에서 관련 데이터를 전송하고 의사의 상담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대면진료의 대체쯤으로 생각했던 원격의료가 사실은 기존 대면진료 + 알파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기자의 한 지인은 "시범사업처럼 국가에서 '화끈하게' 지원해준다면 모든 의사는 만족도 90% 이상을 만들 자신이 있을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환자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환자는 기존의 대면진료에 정기적인 원격 상담까지 추가로 받고 장비 또한 무료로 제공받는다. 게다가 평소 퉁명스러워 불만이 많던 의사들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으니 이런 제도가 좋지 않을 리 없다.
이쯤 되면 100% 만족도 성취를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미끼를 받아먹고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은 일부 몰지각한 '체리피커' 환자나,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진료비까지 지원받으면서 그 정도 만족도의 서비스밖에 제공하지 못한 시범사업 참여 의사 모두 반성해야 한다.
특히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한 개원의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에 의지해야만 하는 본인 상황을 반성해야 하고, 자기 성찰의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국가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기자는 이번 시범 사업대로 원격의료가 진행된다면 내 주위 의사 수백 명, 수천 명을 만나서라도 원격의료의 당위성에 관해 설명할 것이다. 모든 장비를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OECD 최하위 수준인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줄여주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원격의료를 통해 우리나라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어느 나라 못지않은 진정한 복지국가로 탄생할 수 있다.
만족도를 100%로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꼭 원격의료를 '시범사업' 이상의 지원금으로 국민과 의사를 설레게 해주길 바란다.
그런 정부를 격려하기 위해 기자 역시 '좋아요' 하나를 보낸다.
기자의 오른쪽 3번째 손가락에 생긴 방아쇠 수지(Trigger F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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