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7.05 06:13최종 업데이트 19.07.0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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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투쟁에 나서는 이유를 정부는 아는가?

의사 파업은 세계적 현상이며 일상화,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이후 의료 환경 악화일로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7월 2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삭발을 하고 단식에 나섰다. 정부의 일방적인 수가 협상제도와 현재의 매우 염려스러운 의료현상을 보며 협회장으로 더 이상 말이나 글로 정부와 대화가 안 된다는 절망적인 사실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일인 시위를 선택한 것이다. 단식은 개인의 목숨을 담보로 매우 위태로울 수 있는 극단의 투쟁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사회는 의사협회장의 선택에 대한 사태의 진정한 파악 보다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리고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의 양분화 된 이분법적 논리로 의사가 하는 일체의 노동 쟁의적 활동에 대하여 매우 삐딱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비판적 시선을 주고 있다. 즉 대중의 불편을 초래하는 가진 자의 폭력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의사가 갖는 지식기반 근로자의 성격에 대한 이해를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그리고 위험도가 혼합된 가장 힘든 근로를 견디어 내야하는 힘든 직업이 틀림없다. 2000년 의약분업 투쟁에도 대다수 언론에서는 의사들이 왜 투쟁에 나서게 됐는지 사실 확인 과정을 외면한 채 “전 세계에서 유래 없는 의사의 파업”이라는 가짜 뉴스를 정부와 한통속이 되어 대대적인 의사 죽이기 언론플레이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정부의 영향력이 막강하게 작용하는 우리나라 미디어 환경의 속성으로 항공사 기장 등 다른 형태의 파업에도 비슷한 언론 보도 양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공공기관이 정해진 일정한 틀에서 찍어내듯이 만들어내는 거짓 뉴스의 전형적인 표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의사 파업은 세계적 현상이며 일상화,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이후 의료 환경 악화일로 

실상 의사의 파업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의사파업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 된 일이다. 세계의사회(WMA)도 의사의 노동쟁의적인 활동을 의사단체가 취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에 관한 제반 사항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법에 의존하고 2000년 의사파업에도 여전히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관련 의사를 처벌했다. 부정적인 의료 활동에 대한 판단을 구속과 법원이 하는 사회현상은 선진국에서 볼 수 없는 일이듯이 의사파업에 대하여 의사를 구속하고 탄압하는 일도 선진국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의사파업의 역사는 생각보다 매우 길며 이미 100년 전 넘게 20세기에 등장한 사안으로 우리나라도 강제 의료보험이 도입되고 나서 20년 만에 사태가 터진 것이다. 그러나 전문직의 노동쟁의를 처음 접했던 우리나라는 근대사의 산물인 공권력의 탄압으로 맞섰고, 당시 장관 한분은 소요에 참가하는 의과대학생과 전공의를 군복무에 징집하여야 한다고 발언하여 마치 군복무가 징벌의 장소로 둔갑시키는 급조된 촌극을 벌여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이것이 당시 정부 부처를 대표하는 장관의 수준이었고, 20여년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 없이 현직 정치인이나 법조인들도 이런 문화를 그대로 전수받아 ‘애용’하고 있다.  

2019년 4월 독일의 병원의사조합인 마부르그분트(Marburgbund)는 1일간 파업한다고 선언했다. 독일은 의사단체가 전형적인 선진국 형태로 2분화 되어 있다. 공적인 일을 주로 하는 주의사회와 이들의 연합체인 독일연방의사협회(German Medical Chamber), 그리고 의사들의 신분과 근로 그리고 경제적 보상에 관한 업무를 주로 하는 의사조합으로 크게 대분하여 볼 수 있다. 마부르그 의사조합은 의사의 당직비 인상과 급여 5% 상향조정을 요구했다가 사용자 측으로부터 5% 인상 불가라는 회신과 함께 2.3% 수정 인상안을 제시하여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독일 의사들 업무 과중 열악한 진료 환경으로 파업 강도 높여도 환자들도 지지

마부르그 조합은 이어 퀠른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마부르그 조합장인 루돌프 헨케도 조속한 타결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조합이 우려하는 바는 지역병원의 인력난으로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4년 안에 1만개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헨케 의사조합장은 최근에 겪고 있는 독일 의사의 업무과중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보통 3~4명의 의사가 해야 할 일을 2명이 맡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병원의사의 태업은 월요일을 택하여 실시되며, 병원은 폐쇄되지 않고 정상 가동이 되지만 일부 내원 환자들은 불편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해를 요청하고 나섰다. 

독일에서 의사의 파업이나 태업은 이제 일상적인 행사가 되어 가고 있다. 독일은 의료의 접근성이 매우 우수하고 GDP의 11%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의사의 대우가 주변 유럽의 부유국가에 비하여 낮고 업무과중으로 약 2만명의 독일 의사는 해외로 자리를 옮겼고, 이 자리를 동유럽의 의사들이 채웠는데 아직도 5000명 정도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전임 독일 연방의사협회의 수장은 2006년 매우 강력하고 길었던 독일 의사 파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마부르그 의사조합장으로 재임시절 강력한 병원의사의 파업을 이끌어내어 독일에서 의사의 신망이 대단히 두터운 사람이다. 2006년 당시 36개 대학병원과 주립병원의 약 2만 2000명의 지지를 받아 3월 1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였던 것이다. 

병원의사조합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의사조합은 응급의료나 생명에 직결된 암 수술 등은 그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응급이 아닌 수술은 모두 연기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마부르그조합의 파업 돌입 이전에는 이미 2005년에 독일의 샤리테(구 훔볼트대학) 대학병원에서 2200명의 의사가 파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마부르그 파업에서 의사조합은 근로 환경의 개선과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보상과 급여 30%의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2005년 일주간의 파업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당시 사용자측의 고집으로 협상의 실패를 가져왔다고 조합은 소통불가의 사용자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3월 24일에는 베를린에서 독일의 모든 의사가 집결하여 시위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병원이용의 불편함에도 환자단체와 환자들은 오히려 의사들의 파업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성숙한 사회에서 보여주는 환자 개인의 불편 보다는 의료를 둘러싼 사회적 제도의 불합리를 개선하는데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다. 2005년 한해만 독일의사 6000~1만명 정도가 격무와 과도한 육체 피로를 이유로 의사 직을 그만 두거나 독일을 떠났다고 한다. 환자나 환자단체들은 독일의 의료 특히, 장기요양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의사 파업 공공분야와 연대 투쟁 수위 높여도 기본 권리 보장 구속 등 정치적 불이익 없어

독일 의사의 파업은 당시 독일 몇 개주에서 벌어지고 있던 공공 분야의 6주간 연속 파업과 맞물려 연대하여 진행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더하여 병원의사의 파업에 병원 이외에서 근무하는 일반의와 전문의도 약 처방 상한초과분에 대한 의사수입의 ‘차감제도’에 맞서 항의집회를 벌인 것이다. 독일 연방의 보건장관은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한 직장복귀를 종용하였고, 즉시 협상을 재개할 뜻이 있음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의사들이 주장하는 30% 임금 인상은 타 직종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맞받아쳤다.  

파업 3주째 접어들면서 약 700개의 지역 진료소의 7만명의 의사가 급여인상과 근로환경 개선을 주장하며 파업에 동참하며 거센 저항의 물결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매일 1만~1만 5000명 정도의 의사들이 순환 파업으로 투쟁의 수위를 조절했다. 마부르그는 지속적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는 점차 안정적으로 제공될 것임을 주장했다. 파업이 진행되면서 계절은 더운 여름으로 접어들었고 독일의 의사들도 급속히 피로가 누적돼 가고 있는 가운데, 결국 700여개의 병원이 파업으로 영향을 받았다. 

당시 마브르구의 주장에 의하면, 독일 의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60~80시간으로 계약시간의 두 배가 되기도 하고, 간혹 초과시간을 무급으로 봉사했다고 한다. 남부 독일지방의 진료소는 평균 80시간으로 급여의 17%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사용자와 의사조합간의 기 싸움은 12주째 계속되어 결국 결말이 났고 의사조합은 요구사항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독일 사회는 의사들의 파업을 색안경을 낀 고까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고, 오히려 의사를 간접적으로 지지하였고 그 누구도 이런 일로 처벌을 받거나 구속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의사의 파업이나 태업으로 의료서비스의 장애를 초래한 사건은 의외로 많고 역사도 길다. 그리고 의료가 기본권으로 채택된 이후 많은 나라에서 실시하는 의료보장으로 의사는 공무원도 아니면서 국가의 통제를 받게 된 직업으로 자유계약 시절에 누린 전문직의 특권에서 점차 근로자화(化)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특권층의 소실은 한편으로 평등사회로 반길만한 일이나, 근로자 계급으로 변신하는 이면에는 근로자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정당한 파업의 권리가 등장한다. 

의사파업 1909년 독일 의사조합 효시, 점차 전 세계로 확산 손으로 꼽기조차 어려워 

의사파업의 역사는 1900년에 설립된 독일의 또 다른 의사조합인 하트만분트(Hartmannbund)에 의하여 1909년 시행된 파업이 효시로 알려져 있다. 비록 환자의 의사선택에 대한 자유를 위한 파업으로 대의명분이 세워졌으나 실상은 지불보상에서 제외되는 의사들의 문제로 파업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은 1923~1977년 그리고 최근 몇 년에도, 이스라엘은 1950년과 1983년, 그리고 최근에도 파업을 벌였고 호주는 1955~1962년과 1984년, 영국은 1975~1976년에, 그리고 2년 전 영국 전공의에 의한 대규모 파업이 있었다.

벨기에는 1963년, 프랑스는 1960년과 1982~1983년, 그리고 최근에도 파업이 중단되지 않고 일어났다. 이탈리아는 1960년대와 1974년에, 페루는 1984년, 스웨덴은 1957년, 미국은 1975~1976년에, 그리고 1960년 캐나다 사스케추완 주에서 파업 기록이 있고, 퀘백은 1970년, 그리고 1986년 3주간 온타리오 파업이 캐나다에서 일어난 파업으로 기록돼 있다. 이외에도 근년에 폴란드, 리투아니아, 인도, 포르투갈 등 세계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규모로 의사파업은 그야말로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반민주 국가일수록 의사파업 기록 없어 파업 참여 의사 박해나 처벌 흔적도 찾기 어려워 

파업한 나라의 특성을 살펴보면, 공산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였던 나라, 그리고 민주주의가 발달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의사 파업 기록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리고 파업으로 인한 의사조합에 대한 박해나 처벌 등은 아예 역사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파업으로 인한 환자피해도 보고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의사 파업으로 인해서 예정된 수술의 지연은 확실히 존재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파업기간의 환자 사망률은 평상시 보다 오히려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는 파업기간 중 사태를 잘 파악한 환자나 일반인이 병원 사용을 자제한 결과라는 연구결과와 분석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의약분업 사태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법을 제정하여 의사집단의 한 팔을 묶고 불공정한 관계에서 협상을 시키고 그나마 거절하면 벌칙을 가하는 옴짝달싹 못하도록 하는 괴상한 민주적 협상 장치를 확실히 구축해 놓았다.

독일이 1930년대부터 의사집단과 보험회사와의 협상의 역사를 갖고 협상자체의 절차를 꾸준히 개선한 반면, 짧은 기간 고도의 압축 성장을 지향한 우리나라는 협상의 기술보다는 의사집단의 노동 쟁의적 활동을 효과적으로 차단시키기 위한 국가 사회주의적 법적 장치를 갖추었다. 현 정권은 진보를 내세우고 친 노조 성향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정권도 의업에 관한 한 본래의 정강과는 달리 의료노동 가치에 반하는 각종 규제와 의사의 노동쟁의에 대한 일체의 활동에 대한 형사 처벌제도의 활용에는 과거 독재정부와 뜻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술 세계 최고 수준 불구 한국의사 억압 통제 정책 전 세계 추종 불허  

세계에서 전문 진료에 대한 접근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의 대한민국에서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의사에게 보여주는 각종 억압과 통제 그리고 터무니없는 노동가치 산정을 교정할 때가 됐다.

그러나 현 정부는 ‘문케어’라고 불리는 억압과 통제의 무리한 보장성강화 정책을 차기 정권창출을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의료를 목적이 아닌 정권장악용 수단으로 이용하는 노동 친화적이라는 진보정치집단이 노동가치 보다는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한 역설적인 노동가치 탄압으로 나타날 개연성이 매우 큰 거대 모순의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에서 제일 편하고 빠른 의료 혜택을 즐기며 적절한 비용은 대기 싫다는 국민의 염원을 사회 정의화하는 가짜 사회 참여형 의료를 만들고 있다. 정부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정의롭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의료에서 정부가 스스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나라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역사는 이미 우리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했고, 실제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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