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횡격막 탈장을 변비로 진단해 의사 3명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선 의사라면 누구나 횡격막 탈장을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었을까.
횡격막 탈장은 일단 발생 빈도 자체가 흔하지 않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발생해서 출산 전후에서 5세 이전에 발견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주로 중년 이후에 나타난다. 이렇다 보니 이번처럼 8세 소아의 횡격막 탈장을 보는 일은 더욱 드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통해 5-10세 사이에 발생하는 횡격막 탈장 수술 건수를 찾아봤다. 2015년 기준 단 2건만이 심평원 통계로 잡혔다. 횡격막 탈장이 얼마나 희귀한 질병인지 국민들은 물론 의사들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판결이 세상에 공개된 다음날인 25일 오전 재판이 있었던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달려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머리를 직접 깎았다. 보기에 따라서 잘못된 진단이나 의료행위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로서 횡격막 탈장 자체가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구속된 3명의 의사 탓을 할 수 없었다. 필자는 긴급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횡격막 탈장이 사망한 환아의 나이에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해당 사건의 X-레이 사진을 볼 수 있어 잠시 봤는데, (사진을 봤다고 해도) 3명의 의사가 횡격막 탈장을 진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 외과의사로 20여년동안 진료했지만 횡격막 탈장 사례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의협은 판결 공개 전부터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리에 대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판결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공개적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늦었지만 사망한 아이의 명복을 빈다. 아이의 부모에게도 마음 깊이 위로를 드린다. 그리고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응급실에서 볼 수밖에 없고 희귀 질환을 진단하지 못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3명의 의사 동료들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8세 소아 환자의 횡격막 탈장은 평생 진료해 본 일이 없다. 만약 이 환자를 진료실에서 만났다면 필자도 감옥행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모든 복통 환자에게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며 방어진료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연간 약 1100만건의 복통 관련 환자가 발생해 건강보험에 청구된다. 환자에게 복부 CT를 촬영하면 비용이 얼마나 발생할 것인가. 이 사건을 토대로 만 10세 이하 소아 환자에 한정하더라도 연간 160만건의 복통 환자에게 CT를 찍어야 한다.
소아 환자의 복부 CT 촬영 금액을 20만원이라고 간편하게 계산하면, 전체 검사 비용은 3000억원을 훌쩍 넘긴다. 검사 시간도 그만큼 엄청나게 소모된다.
당장 일선의 의사들은 소아 환자의 복부 통증에 CT를 찍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얼마나 소모적인 것인가.
판사에게 묻고 싶다. 의사를 꼭 처벌했어야 하나. 고뇌 속에 재판에 임하는 판사들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판결문을 존중한다. 하지만 존중받던 판결이 상급 법원에서 번복됐다고 오심을 한 하급심 판사를 처벌하지는 않는다. 판사들의 재판처럼 의사들의 진료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은 자신의 진료가 오진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매일같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진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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