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의사 근무일수 휴가·휴일 모두 반영해 226일로 가정해 추계...의료계 "현실성 없어" vs 연구진 "워라밸 풍조 반영"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연구 결과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보건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진행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에서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5년에는 의사 2만7232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 같은 예측에 사용된 의사의 근무일수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공의모(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 소속 민원인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답변 결과, 해당 연구는 의사 근무일수를 226일로 가정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은 2035년 의사 근무 일수 및 그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하자 국민신문고는 “의사 근무일수는 근무일수 가정(226일)에 의해 산출했다”며 “근무일수 226일은 365일에서 연차휴가 17일, 병가 2일, 주 40시간 근무에 따른 휴무일 104일, 기타 공휴일(법정 공휴일, 근로자의 날 등) 16일을 가정했을 때 추정된 근무일수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인력 배치기준 산출식에 적용하는 연간근무일수”라고 답했다.
근무일수 가정시 전공의, 전문의 등을 구분해서 연구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10년 간의 데이터에서 구분돼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원인은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부족할리가 없는데 통계의 오류라는 의구심이 들어 지켜만 볼 수 없었다”고 정보공개청구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의사 인력 추계 연구에서 쓰인 의사 근무일수 226일은 앞서 보사연이 수행했던 다른 연구보다도 더욱 줄어든 수치다. 보사연은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에서 의사 근무일수를 240일, 255일, 265일 등 3가지로 가정해 2035년엔 각각 1만4631명, 1만1527명, 9654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정부는 이 같은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의대 증원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의사의 근무일수를 226일으로 가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에선 연차를 17개나 쓰고 공휴일은 모두 쉬며, 주 40시간만 일하는 의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도 많은 전공의 인력만 해도 1만5000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226일은 의사 근무일수를 과도하게 축소한 것이란 지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전 회장은 “전공의나 대학병원 교수들이 주 40시간씩 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로컬 병원 의사들도 다들 야간 근무를 하려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역시 “연차를 17일이나 쓰는 의사가 어딨느냐. 대학병원 정교수도 이렇겐 못할 것”이라며 “사실상 짜고 치는 ‘좋은 통계’로 보답한 연구”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보사연 신영석 선임연구원은 시대가 흐를수록 근무시간 및 일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근무일수를 과도하게 축소해 잡았다고)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도 근무일수 226일을 기준으로 인력 틀을 짰고, 점점 워라밸이 강화되는 풍조도 반영한 것”이라며 “지금 추정치는 10년도 더 후의 일이기 때문에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근무시간이나 일수가 줄었을 것이란 가정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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