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7.17 08:28최종 업데이트 17.07.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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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써전에서 연구자로

[딴짓 18] 바디프랜드 조수현 이사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다

사진: 바디프랜드 메디컬 R&D 센터 조수현 이사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추성훈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 그런데 여기에 의사, 그것도 전문의 6명이 근무한다는 사실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옥을 방문해본 사람은 지하 한 층 전체를 직원들이 업무 중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카페, 피트니스센터, 미용실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로 꾸며 놓은 것에 한 번 더 놀라기도 한다.
 
2007년 설립된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의 대중화를 이끌어 현재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당시 200억 원대에 불과하던 국내 안마의자 시장이 지난 해 기준 약 5천 억 원대로 빠르게 성장하는데 기여하며, 현재 4% 안팎의 우리나라 가구의 안마의자 보급률을 1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와중에 바디프랜드는 지난 해 3월, 정형외과 전문의 조수현 이사를 센터장으로 한 메디컬 R&D센터를 개소하고, 추가로 피부과, 신경외과 전문의 등을 영입했다.
 
강북힘찬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로 유명하던 조수현 정형외과 전문의가 이곳 센터장을 맡으며 연구자로 변신해 더 눈길을 끄는데, 직접 그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R&D센터에서 제품개발과 함께 의학적 검증도 진행
 
바디프랜드 메디컬 R&D센터에는 3년에서 10년 이상의 임상경험을 가진 정형외과를 비롯한 피부과, 신경외과, 내과, 치과,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이 상근하고 있다.
 
이들은 안마의 효능을 연구하고, 안마의자용 센서 및 알고리즘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는 연구개발을 한다. 

안마의자에 미용기기 및 브레인 마사지를 접목하기도 하고, 펄스 전자기장 발생장치로 통증을 치료하고 척추를 교정하는 장치를 장착한 제품을 개발해 식약처 및 미국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또 안마의자에 생체 신호(심전도, 하중, 체성분 등)를 측정하는 센서를 내장해 건강상태에 맞춘 안마를 제공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건강상태를 시각적·수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할 계획도 있다.
 
바디프랜드 메디컬 R&D센터는 병원 연구진들과 마사지의 의학적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그 예로, 서울 소재 S대학병원 수면센터와 바디프랜드 안마의자의 '수면안마 프로그램'을 이용해 '취침 전 전신마사지가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취침 전 해당 프로그램을 체험한 성인 남녀 35명의 수면잠복기(수면에 도달하는 시간)가 기존 30.6분에서 23.3분으로 약 7분 단축되고, 얕은 잠(N1, N2 수면)은 줄고 깊은 잠(N3 수면)은 11.81분에서 24.67분으로 두 배 이상 길어지는 결과를 얻었다. 해당 임상연구는 대한수면연구학회 7월 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또, 한양대 생체 의공학과와는 '안마의자 이용 전후 뇌 상태 변화 모니터링 기술' 연구를 진행해 지난해 11월 뇌 공학 관련 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바디프랜드 안마의자로 20분간 휴식모드 안마를 받은 성인남녀 30명이 일반 휴식을 취한 집단과 비교해 뇌파인 '알파파', '베타파'의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
 
이 외에도 안마의자와 치매 예방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한 임상시험도 예정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보람
 
예상했던 대로 수술을 집도하다 연구자로 변신한다는 건 확실히 달랐다.
 
평소 물리치료를 처방하긴 했지만 원리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여기 와서는 의공학 책을 펼쳐놓고 하나하나 공부했고, 수십 차례 안마의자를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며 구조를 이해했다.
 
또 여러 업체를 만나면서 다양한 사업분야를 분석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명과학, 유기화학 등 기초과학을 다시 파고들며 공부하게 됐다.
 
그 덕분에 점차 의료기기에 대한 시각을 갖게 됐고, 이를 안마의자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위한 연구도 할 수 있었다.
 
같이 합류한 의사 후배들과 격의 없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다 보면 내가 수술했던 써전(surgeon)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의사로서 수술을 집도하면서 한 사람을 치료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연구자로서 '어떻게 보면 수술이 필요한 상태까지 가지 않고 질병을 미리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춰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이 누릴 수 있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 바디프랜드 메디컬 R&D센터 연구진(왼쪽부터 전철진 신경외과 전문의, 공덕현 한방재활 전문의, 조수현 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 김서완 피부과 전문의, 김태윤 내과 전문의 ©메디게이트뉴스

회사 성장과 함께 성과를 공유할 기회를 잡다
 
한양의대를 졸업하고, 동 병원에서 인공관절 전임의로 2년 정도 일하다 대학에 남으라는 권유를 만류하고 다양한 분야의 수술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힘찬병원에 들어갔다.
 
실제로 슬관절,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뿐만 아니라 관절내시경 수술, 골절 수술 등을 다양하게 하며 나름 힘찬병원에서 수술 잘하기로 유명한 의사로 성장했다.
 
그러기를 8년.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던 차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선배로부터 바디프랜드에서 메디컬 R&D센터를 맡아 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바디프랜드에서 앞날에 대한 비전과 함께 R&D센터 수장으로서 회사를 키우고 함께 성과를 공유하자는 지속적인 제안에 결국 수락하게 됐다.
 
바디프랜드에 합류하면서 세운 당장의 목표는 메디컬 R&D센터를 키워나가는 것이지만, 써전으로서의 능력을 썩히고 싶지 않은 욕심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안마의자의 의료적인 부분을 접목한 개발이 무르익어 센터가 실적이 쌓이고 회사가 더 커지면, 언젠가 바디프랜드 법인병원을 설립하는 게 목표다.
 
치료보다는 예방을, 수익추구보다는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신개념의 병원을 만들어보고 싶다.
 
사진: 바디프랜드 메디컬 R&D센터 연구진 박찬현 치과 전문의  ©메디게이트뉴스
  
의사 후배들에게 - 연구개발로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보람도 있어
 
안정된 직업, 돈을 많이 버는 의사를 꿈꾸며 의대에 진학하고 있지만 이미 의사들도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해 큰 돈을 버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듯 한다.
 
의대에 들어왔다고 다 임상의사의 길을 가는 건 아니다. 기초의학부터 제약회사 연구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소위 딴짓하는 의사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스마트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유전체 시장, 바이오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의사를 필요로 하는 연구소, 회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의사의 라이센스는 많은 힘을 발휘한다. 끼가 있고, 넘치는 아이디어가 있는 후배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따고, 넓은 세상으로 뛰어 나오길 바란다.
 
환자 진료가 아닌, 연구개발을 통해 수천만, 수억 명의 사람들을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다면 이런 의사의 삶도 보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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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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