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23 14:43최종 업데이트 22.03.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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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폭증으로 감기약 품귀…복지부·식약처 생산·수입 확대 추진

약국가 "처방전 넘어와도 조제 못하거나 대체약 조제…어린이 시럽 등 일부 감기 상비약도 품절"

제약사 "2년간 거리두기·마스크 착용으로 감기약 수요 대폭 감소…갑작스런 공급량 확대 불가능"

사진 = 식약처 김진석 차장 등 관계자들이 어린이 해열시럽제를 만드는 삼일제약 공장을 방문, 적극적인 생산량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식약처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재택치료 환자가 늘면서 감기약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생산·수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일선 제약사들은 최근 2~3년간 감기약 수요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공급량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중앙사고수습본부)는 23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일 확진자 수와 재택치료 준비 상황·변화된 관리 방안과 함께 코로나19 상비약 수급 부족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49만 839명이며, 위중증환자는 1084명, 사망자는 291명으로 집계됐다. 

재택치료 도중에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코로나 응급환자를 응급실에서 각자 수용을 할 때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코로나 환자 진료 분담을 반영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했으며, 각 지자체에 지역별로 상황이 반영된 재택치료자 응급이송원칙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한 오는 25일부터는 60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가 동네 병의원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확진되면 재택치료를 통한 일반관리군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다만 환자가 '집중관리군', '일 모니터링' 등을 희망하면 검토를 통해 전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문제는 확진자 폭증과 일반관리군 범위 확대에 따라 재택치료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시중에는 상비 감기약은 물론 처방·조제용 약까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약국가는 "아기가 열이 난다고 해열제 시럽을 구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현재 많은 약국들이 해당 시럽제 재고가 없어 헛걸음을 하는 상황"이라며 "신속항원검사로 동네의원에서 확진을 받고 처방전을 가지고 오는 환자들이 있는데, 대부분 처방약들이 품절돼 일부 약국들은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일부만 대체약으로 조제하고 있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약국가에는 감기약이 부족해지면서 약국간 교품이나 일일 주문 등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조속히 정부가 규제를 풀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 =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이브리핑 생중계 갈무리).

이에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중대본에서 코로나 상비약 수급현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면서 "해열진통제와 기침약 등 상비약의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서 생산과 수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총괄반장은 "생산업체 대상 허가 등 행정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외국 의약품 중 국내에 허가된 품목과 동일한 조성의 품목에 대해서는 긴급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의약품이 처방, 조제, 판매 등 전 과정에서 적절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치료제 개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반장은 "치료제의 경우에는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항체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해외 기업의 유망한 먹는 치료제 개발에 국내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R&D 지원, 임상지원 TF 운영, 국가 주도 검체분석 지원 등 신속한 개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에도 적극적으로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임상시험에 대한 참여 모집 홍보를 강화하고 임상시험의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생활치료센터로 병상을 우선 배정하는 등 임상시험 참여자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의약단체들과 제29차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열고, 감기약 공급 부족 개선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복지부는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며 감기약(특히 시럽제) 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전하고, 의약계에 필요한 의약품만큼 처방, 정제 처방 우선원칙, 의약품 부재 시 약국 등과 적극적인 협조 등을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현장에서 감기약 공급 부족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유증상자 중심으로 의약품을 적정량만 처방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체조제 사후통보 면제와 관련해 의약계 단체간 의견이 엇갈렸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공급 문제 해소를 위해 처방일수 조정, 의약품 균등 공급, 동일성분·동일효능군 조제 장려 등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원외 처방 시 대체조제에 따른 사후통보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대체조제 후 사후통보는 의사가 환자의 복용 의약품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감기약 품귀 문제를 인지하고 연일 제약사를 방문해 감기약, 해열제 공급량 확대를 당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 22일 대원제약과 삼일제약 등을 방문해 "감기약·해열진통제 제조업체의 경우 공급 안정을 위한 행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안정적 공급을 위해 생산량 증대 노력을 계속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감기약 등에 한해 ▲원료·제조소 변경 등 신속 처리 ▲감기약에 포함되는 마약류·원료물질(코데인, 슈도에페드린 등) 신속 수입 승인 ▲기타 행정 처리절차 편의성 부여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열진통제·감기약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특히 소아가 주로 사용하는 시럽형 해열진통제의 생산량 증대에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필요한 만큼만 의약품 처방 ▲정제 처방이 가능한 청소년은 시럽제 대신 정제 처방 ▲처방한 의약품이 약국에 없는 등의 환자 불편이 없도록 약국 협조 등을 안내했다.

재택치료 환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상비약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공급·수입 확대 계획을 검토하는 수준이고 제약사에 생산량 확대를 독려하는 등 미온적 대처에 그치고 있어 품귀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제약업계에서는 확진자 폭증에 맞춰 일시적으로 감기약 공급량을 늘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질환 의약품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고, 많은 제약사들이 관련 의약품들의 수급 조절을 해왔다"며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높은 감염력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환자가 많아지면서 정부가 하루 아침에 감기약 공급을 늘리라고 하고 있는데, 정확한 수요 예측도 안 되고 제도적인 지원도 부분적이어서 제약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의약품 공급라인을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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