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3조 2600억원의 약가인하가 이뤄졌고, 앞으로도 매년 6%(8400억원)의 약가인하가 반복될 전망이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최한 '제약산업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지나친 약가인하가 신약개발 재투자 및 제약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데 공감이 모아졌다.
제약산업 관계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향후 약가 제도 개선을 위한 핵심 방안을 건의했다.
이것저것 다 들이대는 중복 약가인하
한국제약협회 갈원일 부회장은 현재의 중복적인 약가인하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외국에 비해 낮은 약가수준 임에도 약가인하가 빈번하고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어 결국 R&D 투자 위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약품 사용량이 늘어나면 약가를 인하하면서 한편으론 사용량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 사전에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도 마련하는 등 중복인하가 시행되는 현실이다.
갈 부회장은 "사전인하 약가인하, 사용량-약가 연동인하, 특허만료 약가인하, 실거래가 약가인하 등 약가관리제도를 조정 또는 폐지해 예측성과 수용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진출 신약 약가 우대
또 글로벌 진출 신약의 자율 가격 결정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갈 부회장은 "최근 정부에서 글로벌 진출 신약의 약가제도를 개선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기존 약제와 비교해 신약의 약가를 정하기 때문에 기존 약제 가격이 낮으면 신약 가격도 턱없이 낮다. 조금 올려주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안한 글로벌 진출 신약의 자율 가격 결정제도는 해외 시장상황에 따라 제약기업이 가격을 결정한 후 정부와 협의해 국내 시장에 등재하는 방식이다.
등재된 가격과 실제 가격 간 차액은 건강보험에 환급하므로 재정부담이 없고, 현행 위험분담제도(RSA)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제도 차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R&D 투자액 중 정부재원을 20%로 확대(현행 7.8%)하는 방안과 신산업 세부기술에 개량신약, 바이오베터(시밀러 포함)도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공립병원 입찰제도 개선
국공립병원의 입찰 시 법률에서 정한 적격심사제도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행정명령 및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1원 낙찰이 나타나는 등 비상식적인 거래형태가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입찰과정에서 적격심사제를 시행하지 않거나 입찰시 공고하는 '예정가격'을 전년도 구입가격으로 정해 그 이하에서 최저가로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갈 부회장은 "적격심사제에 의한 예정가격(기초가격)은 물품의 거래실례를 조사해 확인한 가격을 기준으로 하게 되어 있으나 대부분 전년에 구입한 의약품가격을 상한으로 해 지속적인 낙찰가격을 인하하고 있다"면서 주기적 실태조사를 건의했다.
예정가격의 대안으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종합정보센터의 실시간 의약품 공급내역이나 요양기관의 청구데이터를 기준으로 공개되는 가중평균가격을 차용할 것을 제안했다.
다국적사 차별 거둬야 '개방형 혁신'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김옥연 회장은 다양한 글로벌 협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산업 육성 정책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올해 혁신형제약기업 선정 회사 46개사 중 다국적사는 2곳 뿐이다.
혁신형제약기업 선정, 약가우대 요건, 지적재산권 등 '제약산업 육성법'을 개정해 다국적사들의 개방형 혁신 참여를 유도하고, 임상연구와 벤처펀드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라고 건의했다.
국내 규정 때문에 수백억 더 든다
한미약품 이관순 대표이사는 "해외에서는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경우 때문에 수백억원의 임상비 중복투자가 불가피하다"면서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신약 에플라페그라스팀(LAPS-GCSF)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글로벌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데이터 확보를 위한 채혈, 병용약물관리, 이상반응 수집 등을 위해 매번 환자가 통원하거나 입원하는 대신 연구자의 지시를 받아 간호사가 환자를 방문하는 것처럼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어 동일한 조건에서 임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3상 임상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국내에서 별도 임상을 수행애햐 하는 상황"이라며 "통일된 글로벌 임상으로 안전성 유효성 평가가능하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내 별도 임상비의 절감 및 임상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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