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7.01 08:20최종 업데이트 22.07.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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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도 '족보'있는 기술이 먹힌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파트너 심사역 "생소한 기술론 보수적인 의료계∙인허가∙보험 뚫기 쉽지 않아"

카카오벤처 김치원 상무이사 겸 파트너 심사역. 사진=디지털헬스케어토크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로 헬스케어 판을 뒤집어 놓겠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며 이런 생각을 가진 창업자들도 늘고 있지만 현실은 기존에 ‘족보’가 있는 기술이 훨씬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뚱맞은 기술로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의료계와 허가∙보험당국의 문턱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이사 겸 파트너 심사역은 6월 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디지털 헬스케어 토크’에서 “표준진료, 소위 ‘족보’가 있는 기술이 유리하다는 것은 전통적 헬스케어 분야에서 통용되는 상식임에도 디지털 헬스케어로 넘어가면서 깜빡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페어테라퓨틱스 '불면증 디지털치료제'도 기존 인지행동치료 기반

김 상무는 ‘족보’에 기반한 성공적 사례로 디지털치료제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를 소개했다. 페어테라퓨틱스는 나스닥 상장 기업으로 중독 환자, 불면증 환자 등을 위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한 곳이다.

페어테라퓨틱스는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연구문헌을 조사해 기존에 디지털 방식의 중재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를 먼저 걸러냈다. 이 중에서도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을 진행한 것, 그리고 실험군 뿐 아니라 대조군에게도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진 것들만 추렸다. 끝으로 기존에 약물치료로는 해결되지 않는 미충족 수요가 있는지를 따졌다.

김 상무는 “페어테라퓨틱스에 사례처럼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려면 기존에 의사들이 디지털 중재를 통해 결과를 내본 적이 있는 것들을 가져와야 한다”며 “그래야 임상시험부터 식약처 허가, 보험적용 등까지 모든 과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상상도 못했던 걸 들고오면 직접 일일이 다 입증을 해야해 험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페어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의 경우 미국 임상수면의학회에서 불면치료에 대해 강력 권고하고 있는 인지행동치료(CBT-I)에 기반하고 있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대상환자군∙용도∙달성목표 등 명확하게 해야

그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대상환자군, 용도, 달성 목표 등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상 환자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가는 이후 뒷 단에서 처음부터 단계를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 상무는 대상환자군 선정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페어테라퓨틱스의 사례를 다시 언급했다. 페어테라퓨틱스의 중독치료제는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메디케이드의 보험 적용을 받았는데, 실제 임상시험 참여자 중 80% 이상을 메디케이드 집단으로 잡았다. 처음부터 FDA 인허가는 물론 보험 적용까지 염두에 두고 임상시험을 설계한 것이다.

그는 “메디케어의 경우는 65세 고령층이 대상인데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한다면 처음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부터 메디케어 인구집단을 포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젊은층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한 결과를 갖고 보험 적용해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임상을 다시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품의 용도도 처음부터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 상무는 “같은 기술을 갖고도 용도를 잘 설정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진료 플로우에서 뒷 단에 위치하는 게 유리하다”며 “뒷단에 위치할 수록 환자의 치료결과와 가까워 효과 입증이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달성 목표는 임상적 효과 개선, 의료비 절감, 환자 삶의질 향상 등이 있는데 이 역시 기존에 ‘족보’가 있는 기술이 입증 부담이 적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관련 사례로는 얼라이브코어(AliveCor)라는 회사의 모바일 심전도 측정기 카디아 모바일(Kardia Mobile)을 언급했다. 카디아 모바일은 환자들이 평소에 들고다니다가 부정맥 증상이 나타날 때 어디서든 손쉽게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한 기기다. 카디아 모바일은 현재 영국에서 보험적용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카디아 모바일은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심방세동을 잡아내는 비율을 높여줄 수 있으며, 심방세동 진단까지 소요되는 대기 기간을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김 상무는 “대기 기간을 줄여준다는 것은 입증했지만 실제 카디아 모바일을 통해 환자가 더 오래 살 수 있는지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보험적용이 된 이유는 이미 검증을 거친 기존 홀터모니터링 기기가 있기 때문이다. 카디아 모바일이 독자적으로 임상적인 결과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더라도 기존에 선례가 있기 때문에 얹혀 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라이브코어의 경우 기존에 입증된 기술에 기반을 하고 있음에도 10년이 다 돼서야 보험 적용이 결정됐다”라며 “이 회사가 10년 전에 전혀 상상치 못했던 기술로 시작했다면 지금 보험적용이 가능했을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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