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9 14:33최종 업데이트 25.04.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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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미래 의사' 임채영 작가 “AI 발전으로 의사 업무 부담 줄여…숫자에 치우친 의대증원 정책은 잘못”

[인터뷰] "미래 의사는 ‘정보 제공자'에서 '정보 설계자’로 역할 변화...예측 정확도와 개인화된 치료 전략 수립"

 최근 신작 ‘AI와 미래 의사’를 지필한 임채영 작가(의료 인공지능 연구자, 군의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신작 ‘AI와 미래 의사’를 지필한 임채영 작가는 현직 군의관이자 유망한 의료 인공지능(AI) 연구자다. 그는 딥러닝을 이용한 침윤성 유관암(Invasive ductal carcinoma)과 유방 상피내암(DCIS)을 감별하는 모델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임 작가가 예상하는 의료 AI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의사의 역할이 '정보 제공자'에서 '정보 설계자'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의사가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해석했다면, 이제 의사는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보다 전략적인 판단을 내리면 된다. 또한 의료의 표준화와 맞춤화가 동시에 진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에 있어서도 그는 의대증원이라는 단순한 정책이 아닌 의료 AI 기술 발전을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채영 작가는 “이미 국내외 여러 병원에서 AI 기반 의료 영상 판독 시스템이나 원격 진료 시스템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이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이나 응급 상황에서 의료진이 보다 중요한 판단과 처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채영 작가와의 메디게이트뉴스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 

전남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하고 지난해부터 육군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있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KoSAIM) 정회원으로 비전 기반 AI 연구회와 의사개발자 연구회에서 연구자로 의료 AI를 연구하고 있다.

Q. 의료 AI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의예과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인공지능 열풍이 의료계를 강타했다. 당시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그들이 개발한 CNN 기반 알고리즘이 피부암의 종류를 감별하는데 있어 피부과 전문의보다 뛰어났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나는 이 논문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무렵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는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도입되며, AI 닥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론토 대학교의 힌턴(Geoffrey Hinton) 교수는 “영상의학과는 5년 내로 수련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인공지능이 금방이라도 의사의 자리를 대체할 것만 같았다. 향후 기술에 대체되거나 종속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인공지능의 바다에 뛰어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의예과 2학년 때부터 의학 공부와 함께 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의 의료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의료 AI 연구를 병행했다. 대표적으로 딥러닝을 이용해 침윤성 유관암(Invasive ductal carcinoma)과 유방 상피내암(DCIS)을 감별하는 모델 개발, 그리고 머신러닝을 활용해 뇌수막종(Meningioma)의 수술 전 병기(Grade)를 예측하는 모델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

Q.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의료 AI 기술과 접목 분야가 있다면?

특히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야는 ‘AI 기반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AI-CDSS)’과 ‘생성형 AI(Generative AI)’다.

먼저 AI-CDSS는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 영상 검사, 병리 검사, 유전체 데이터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의사의 진단과 치료 결정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상급종합병원들에서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약물 처방에 활용할 수 있는 AI-CDSS 시스템을 개발해, 최근 파일럿테스트까지 진행하고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의사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챗GPT(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비전 언어 모델(VLM)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모델을 활용한 임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의료 분야에서의 활용에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중요한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의료 데이터를 완전히 익명화하더라도 이를 챗GPT와 같은 외부 서버로 전송하는 행위는 환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상급종합병원들에서는 원내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체적인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브란스 병원의 ‘와이낫(Y-Knot)’ 시스템이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진이 의료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응급실 퇴실 기록지 작성, 수술 전 마취 위험도 평가에 도움을 받고 있다.

Q. 향후 의료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의료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는지.

가장 큰 변화는 의사의 역할이 '정보 제공자'에서 '정보 설계자'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의사가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해석했다면, 이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제시한다. 의사는 그 정보를 기반으로 보다 전략적인 판단을 내리면 된다. 또한 의료의 표준화와 맞춤화가 동시에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측 정확도와 개인화된 치료 전략이 정밀해지면서, 의료의 질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Q. 최근 의대증원 이슈가 굉장히 뜨겁다. 의료 AI 기술 발전이 의사 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020년 문재인 정부, 그리고 2024년 윤석열 정부 모두 의대증원을 시도했지만, 의료계와의 소통 부족,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의료는 사회 전체의 생명과 직결되는 민감한 분야이기 때문에, 단순한 행정 개혁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과의 신중하고 협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의사 수 부족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다. AI 기술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는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국내외 여러 병원에서 AI 기반 의료 영상 판독 시스템이나 원격 진료 시스템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이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이나 응급 상황에서 의료진이 보다 중요한 판단과 처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AI는 의사의 윤리적 판단, 환자와의 공감, 복합적인 임상 추론 능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의료와 AI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다. 이제는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의료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특히 이 기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할 제도적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라는 단순한 양적인 접근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본질적인 혁신과 제도적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미래 의료로 나아갈 수 있다.
 
신간 ‘AI와 미래 의사' 표지.


Q. 이번에 출간된 신간 ‘AI와 미래 의사' 소개를 부탁한다. 

’AI와 미래 의사‘는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의사의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의료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진단·치료·병원 행정·임상 연구까지 의료 전 영역에 걸쳐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미래 기술에 대한 소개를 넘어 AI와 함께 일하는 의사의 역할, 윤리적 책임, 환자와의 소통 등 본질적인 의료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AI 활용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이 의사, 의대생, 의료 연구자뿐 아니라 미래 의료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갈 젊은 동료 의사들에게 의료 AI 연구자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과대학 시절, 항상 ‘Be the first, Be the best’를 목표로 노력했다. 그렇게만 한다면 선배들이 이룩해 온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이어진 의정 갈등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그 믿음은 흔들렸고, 미래 의료를 이끌어갈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 역시 많은 상처를 입었다. 

나는 의과대학 시절 의학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의료 인공지능을 연구해 왔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바로, ‘My way, Only way’가 ‘First way, Best way’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시대에 의사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고 지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우리의 고민과 방황이 결국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탱하고, 우리가 환자 곁에 더 따뜻한 의사로 남기 위한 여정이었음을 언젠가 우리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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