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소위 ‘태움’이라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고(故) 서지윤 간호사에 대해 유족과 동료들이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7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에 서 간호사에 대한 산업재해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지난해 1월 숨진 채 발견됐는데 당시 유가족들은 ‘태움’이라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9월 서 간호사의 죽음이 조직 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영진·간호관리자 징계·교체 등을 권고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일을 하다가 다친 것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마땅하다”며 “故서지윤 간호사에 대한 산재 인정은 서울의료원 뿐만 아니라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을 근로복지공단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의 ‘태움’은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보여주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지난해 3월에는 ‘태움’ 문화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에 대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기도 했다. 이는 태움 문화와 관련해 업무상 질병을 인정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최근 태움 피해를 경험한 전직 간호사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하며 병원과 가해자들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정부도 태움 문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마련하고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간호계는 태움 관행을 근절하고 간호사들의 노동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병원 내에서의 일명 ‘태움’ 문화는 병원 구성원의 근무 환경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적인 삶에 있어서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대한민국의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 중 50% 정도가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에 있는 대부분 간호사들의 근무 여건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며 “구조적 문제는 특히 간호사 업무 배치에 있어 불합리한 절차, 병원 교육시스템 미비, 간호사의 과중한 업무, 인력부족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움의 피해자를 산재로 인정해 병원 경영진과 임원들에게 경각심을 줘야 한다”며 “어떠한 인권 보호 조치도 없이 태움의 대상이 되는 간호사에게는 하나의 보호막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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