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경찰,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들은 의료진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지우는 데만 총력을 기울이는 행태를 보였다. 이는 매우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1일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한 마지막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지적한 문제점을 종합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연구소는 4월~6월 초까지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대해 2차례의 성명서와 7차례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사건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했다. 이후 4월 6일 경찰은 의료진들의 감염관리 및 지도·감독 의무 소홀로 신생아들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제가 분주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돼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의료진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7명의 의료진들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5월 25일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11일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연구소는 4월 초 명확한 증거도 없이 단순 추정이나 개연성만으로 의료진들을 구속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성명서 2편을 발표했다. 성명서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형사처벌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와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짜 책임자는 대한민국 정부다’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소는 경찰 수사결과와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발견하고, 4월부터 6월 초까지 7편의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지질영양제 분주는 부당한 행위가 아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 대한 반론’ ‘지질영양제와 환아사망 위험 간 역학적 인과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사망환아 4명 중 3명에서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패혈증 초기증상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지질영양제 분주가 불법이 아니라고 밝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패혈증은 장내 균 집락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지질영양제 분할청구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심평원은 무엇이 두려운건가’ 등이다.
연구소는 “이번 사건을 통해 더 이상 왜곡된 의료시스템으로 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이번 사건에 집중된 국민적 불만을 시스템 개혁을 통해 해소시켜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결과는 이러한 기대를 산산조각 내버렸다”고 했다.
연구소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슈가 되는 의료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수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선진국들의 대처와는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불명확한 심사 기준, 인색한 필수의료 지원, 부족한 인력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중환자실 의료진 등의 문제는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통해서 비로소 수면 위로 부각됐다”라고 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이 사건을 교훈 삼지 않는다면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인력의 대대적인 유출을 초래하고, 대한민국 신생아 중환자 진료체계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수사결과는 신생아중환자실의 진료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일등공신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본부 등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으면서 개별 의료진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대한민국 모든 의료종사자들에게 패배감과 절망감을 깊이 안겨줬다”고 했다. 이어 “일단 모든 공은 사법부로 넘겨졌다. 부디 사법부에서 올바르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런 지적에도 경찰과 질본은 자신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별다른 반박도 내놓지 않고 있다”라며 그동안 연구소가 발표했던 경찰의 수사과정,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 역학적 인과관계 적용 등에 대한 문제점 등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명서>
① [2018.04.02]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형사처벌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② [2018.04.05]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짜 책임자는 대한민국 정부이다.
<보도자료>
① [2018.04.09] 이대목동병원의 지질영양제 분주는 부당한 행위가 아니다.
② [2018.05.02]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 대한 반론
③ [2018.05.07] 지질영양제와 환아사망 위험 간 역학적 인과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④ [2018.05.18] 사망환아 4명 중 3명에서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패혈증 초기증상이 발생했다.
⑤ [2018.05.25] 보건복지부, 지질영양제 분주가 불법이 아니라고 밝히다
⑥ [2018.05.29]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패혈증은 장내 균 집락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⑦ [2018.06.07] 지질영양제 분할청구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심평원은 무엇이 두려운 건가?
1.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
1) 복지부와 심평원이 인정해왔던 분주행위를 처벌의 근거로 삼을 수 있나?
경찰은 1994년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을 분주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해석하고, 지질영양제 분주 과정에서 균에 오염되어 패혈증으로 사망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본 연구소는 경찰이 처벌의 핵심 근거로 삼은 분주행위는 절대로 부당한 행위가 아니며, 1994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은 오히려 분주를 권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본 연구소가 지질영양제의 분주가 가능한 행위인지를 질의하자,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분주가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경찰이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위해서 가장 먼저 내세웠던 분주 관행의 위법성은 부정됐다.
2) 경찰의 현장수사는 감염관리 및 역학조사의 기본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신문광고를 통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사망사건 당시 서울경찰청 소속 과학수사대가 현장수사를 진행하면서, 8명의 환아들이 중환자실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의료폐기물을 바닥에 쏟아 부어 증거를 수거했다고 폭로했다. 광고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복 차림으로 서 있는 사진과 3시간 후 보호복으로 갈아 입은 사진이 공개됐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의료진 처벌의 근거로 삼은 것이 바로 감염관리 의무 위반인데, 정작 경찰은 이러한 의무를 아예 무시해버린 것이다.
이번 역학조사 결과의 핵심이었던 지질영양제와 의료기구들은 대부분 의료폐기물통에서 수거됐다. 이 검체들 중 상당수에서 동일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것을 보면, 의료폐기물통은 이미 세균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폐기물통에서 수거한 모든 검체들은 감염 관련 증거로 채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2. 질본의 역학 조사 결과에서의 문제점
1) 의료폐기물통에서 수거한 지질영양제는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
질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배양된 검체들이 다수 있었음에도 유독 P4 환아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제만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 검체는 수거 직후 국과수에서 밀봉을 했고, 수액라인이 주사기에 연결되어 있어 오염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폐기물통에서 장시간 방치된 이 검체 역시 사후 오염가능성이 매우 높아 증거로서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2) 질본은 역학적 인과성 입증에 실패했다.
질본은 역학적 인과성을 입증하기 위해 1965년 영국의 브래드포드 힐(Bradford Hill) 교수가 제시한 9가지 기준(이하 힐의 기준)을 적용했다. 그런데 힐 교수가 발표한지 50년이 흐른 지금 역학전문가들은 힐의 기준을 인과성을 탐색해나가는 지침으로 사용해야지, 인과성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질본은 힐의 9가지 기준 중 양-반응관계 이외의 8가지 기준을 충족하여 지질영양제와 사망간의 역학적 인과성이 입증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본 연구소가 각 기준 별로 질본이 제시한 근거를 살펴본 바, 그 어느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질본은 힐의 기준을 하나의 원인과 하나의 결과 간의 인과성을 판단하는데 적용한 것이 아니라, 질본이 추정한 여러 감염원(지질영양제, 완전비경구영양제, 50% 덱스트로오스 등) 후보 중에서 하나의 감염원으로 압축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 또한 질본은 감염원을 환아에게 투여된 수액으로 한정하여 평가했다. 수액이 아닌 다른 감염원이 원인일 수도 있는데, 이런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척한 것은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3) 질본의 감염경로 추정의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질본은 지질영양주사제의 오염 가능한 경로를 원제품의 오염, 주사제 투여단계 오염, 주사제 준비단계에서의 오염 등 세 가지의 경우로 한정했다. 하지만 환아의 혈액에 있던 균이 지질영양제로 역전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질본은 12.15일 투여된 지질영양제 원제품이 아니라 미개봉 제품으로 시행한 배양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자 감염경로에서 원제품 오염을 아예 배제하였다. 이는 아주 비과학적인 역학적 추론이라 할 수 있다.
질본은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 가능성의 근거로 지질영양제 분주를 준비하는 장소인 주사준비실 싱크대에서 시트로박터 균이 검출된 사실을 들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다른 부분에는 싱크대가 균에 오염된 시점과 환아 사망 사이에 시간적인 선후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나의 보고서임에도 모순되게 기술한 것은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주요한 근거다.
3. 역학적 인과관계 적용에서의 문제점
1) 중심정맥관 끝부분 배양 결과는 지질영양제가 감염의 원인이 아님을 시사한다.
지질영양제는 수액라인을 거쳐 중심정맥관을 통해 혈액 내로 주입된다. 따라서 지질영양제가 균에 오염되었다면, 체내 정맥혈관에 거치된 중심정맥관의 끝부분(tip)에서는 균이 검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4개의 중심정맥관 끝부분 배양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것은 P3 환아의 검체 단 하나였고, 이마저도 질본은 외부 오염에 의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결국 총 4개의 중심정맥관 끝부분 모두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은 사실은 지질영양제가 패혈증의 원인이 아닐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2)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대부분의 환아들은 패혈증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질본은 패혈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생체징후 변화가 지질영양제 투여 이후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지질영양제를 패혈증의 원인으로 추정하였다. 그런데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에 공개된 사망 환아별 임상경과를 보면,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3명의 환아에서 패혈증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본 연구소가 임상경과를 분석한 결과 P3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환아에서 신생아 패혈증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는 발열, 흉골함몰, 무호흡, 복부 팽만 등의 소견이 6시간 45분에서 14시간 가량 지질영양제 투여보다 앞서 나타났다. 만약 지질영양제 투여가 패혈증의 원인이라면 이 보다 앞서 나타난 패혈증의 증상들이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각 환아마다 투여된 지질영양제의 양과 시간이 다른데 양-반응 관계, 시간-반응 관계 모두 인과성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지질영양제가 패혈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진다.
3)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패혈증의 원인으로 장관내 균 집락화를 주목해야 한다.
역학보고서에 제시된 부검 검체의 세균학적 검사결과를 보면, 대장조직에서는 4명 중 단 2명에서만 균이 검출된 반면, 4명의 환아 모두의 소장과 대장의 분변에서 혈액에서 검출된 균과 유전형이 동일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대장조직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은 환아들도 있기에 혈액에서 장내 분변으로 균이 이동했을 것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결국 동일한 균의 분변내 배양 결과는 환아들의 장내에 이미 동일 균이 증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장관내 균 집락화는 신생아 패혈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본 연구소가 국내외 연구논문을 검토해 본 결과 신생아 중환자실의 입원 환아들의 경우 입원 초기부터 매우 높은 빈도로 장관 내에 균이 집락화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환아들의 장내에 균이 증식하고 있었다. 특히 그람 음성세균의 경우에는 패혈증이 발생하면 동일한 균이 장관 내에 증식하고 있었던 경우가 매우 높았다. 결국 환아들의 혈액 내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발견된 원인은 근거가 빈약한 오염된 지질영양제가 아니라 장내 균 집락화 등 다른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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