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안창욱 기자] 내년도 수가를 결정하기 위한 건보공단과 의약계 단체간 협상이 1일 새벽 모두 타결됐다.
의사협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3.1% 인상안에 도장을 찍었다. 병원협회는 1.7%, 치과의사협회는 2.7%, 한의사협회는 2.9%, 약사회는 2.9%에 합의했다.
동네의원의 진찰료만 놓고 보면 내년도 초진료가 450원, 재진료가 330원 인상된다.
의사들은 씁쓸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수가 현실화를 약속했고, 건보재정 흑자가 20조원이나 쌓여있는 터라 내년에는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협상 시한인 31일을 넘겨 1일 오전 5시까지 8차 협상을 이어갔지만 곳간을 더 여는데는 실패했다.
의사협회 임익강 보험이사는 1일 기자들과 만나 "회원들에게 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높게 수가를 인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면서 "공단과 협상이 결렬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수가를 결정할 경우 수치가 더 낮아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3.1%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수가 인상 수준의 적절성을 차치하고라도 협상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런 식의 일방통행이 또 있을까 싶다.
임익강 보험이사는 "건보공단은 마지막 8차 협상에서 3.1% 인상에 합의한 뒤에야 수가 인상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얼마나 더 추가 투입할 것인지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보공단이 추가 재정 투입액을 공개하지 않으니까 공급자단체 입장에서는 막연히 추산해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공급자단체(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는 협상장에서 자신들의 카드를 다 깐다.
반면 건보공단은 밴딩(추가 건강보험 재정 투입액)이 얼마인지 숨기고 있다가 공급자단체가 모두 도장을 찍고 나면 이를 공개한다. 이른 바 '깜깜이 협상' 방식이다.
여기에다 수가협상이 결렬돼 보건복지부 건정심으로 넘어가면 이로울 게 없다보니 공급자단체로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단이 내민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17년째 반복되고 있다.
임익강 보험이사는 "그렇지 않아도 수가 협상이 끝난 뒤 다른 협회 보험이사들에게 수가협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장미승 급여상임이사는 1일 수가협상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급속한 진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으로 재정 적자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올해보다 100억원이 더 많은 8234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고 밴딩을 공개했다.
진료비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장성 강화다.
사실 보장성 강화는 국민의 추가 보험료 부담을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재정 적자 요인 역시 가입자를 설득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급여 수가의 절반 가량만 보험 수가로 인정하는 방식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고수하다보니 의료기관은 수입이 줄 수밖에 없는데,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재정적자 요인까지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형국이다.
협상장에서 이런 밴딩 설정 이유를 공개해봐야 반발을 살게 뻔하니보니 공단 입장에서는 '깜깜이'가 더할 나위 없는 협상방법일 것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초진료 450원이 인상된다는 게 어찌 보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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