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18 15:58최종 업데이트 23.10.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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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외과' 강중구 심평원장의 의대정원 생각은…"피부미용 의사만 늘어날 것"

[2023 국감] 신현영 의원 "정부, 위기 국면 전환용 카드" 비판…정기석 이사장 "의사 수 늘면 수요 창출, 의료비 증가 우려"

(왼쪽)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 (오른쪽)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의사 출신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의 의중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수장 모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못했지만, 의사 수를 증가시켜도 필수의료 의사보다는 피부 미용 의사가 늘어나고 의료비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의대 정원 늘려도 '낙수효과' 미미…정기석 "의사 수 늘면 수요 창출해 의료비 증가할 것"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내과 전문의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과 외과 전문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에게 각각 의사 정원 확대에 대한 찬반 의견과 확대할 경우 몇 명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물었다.

정기석 이사장은 "필요 수요가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는 말했으나, 필요한 증원 규모는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강중구 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로 양성하는데 10년이 걸린다. 지금 현장에 인턴, 학생들이 필수의료과로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찬반에 대한 명확한 답은 회피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의사 출신인 두 수장이 의대 정원에 대해 명확한 아이디어가 없는 것을 꼬집으며 "이는 현 정부의 현실적 모습"이라며 "현 정부가 의사를 몇 명을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정책적 고민 없이 의대 정원을 마치 '부르는 게 값'인 것처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몇 명을 해야 하는지, 정책적 근거나 기반이 명확하지 않다. 의사 출신 수장들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게 지금 국민의힘과 정부의 허상이지 않나 생각한다"며 "의대 정원 확대가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 필수의료, 지역의료 강화가 정책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석 이사장도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낙수효과는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피부, 미용 등 의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답했다.

특히 정 이사장은 의사 수 증가가 수요를 창출해 의료비 증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의견과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인건비가 떨어져 의료비가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을 묻는 질문에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과거 미국도 의사가 부족해 의사를 해외에서 수입을 한 적이 있다. 의사를 수입해 의사 숫자가 많아졌지만, 늘어난 의사들이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그만큼 수익을 창출하며 의료비는 증가했다"며 "따라서 우리나라도 의사 수가 늘어난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건보 재정의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신현영 의원은 "그래서 정책 결정 전에 결과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가 그런 것들을 진행하지 않은 채로 의대 증원 계획 발표만을 앞두고 있다"고 꼬집으며 "보건의료 인력 면허와 관련된 통합 정보 시스템이 구축되면 의료 인력의 수급 추계가 객관적으로 연구될 수 있는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어서 긍정적인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호주 같은 국가에서는 의사 인력 수급 전담 조직이 존재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트렌드나 모니터링을 통해서 장기 계획 마련이 가능하고 의사 인력을 얼마나 늘려야 되느냐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아닌 정책적 판단을 안정적으로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영 "보궐선거 실패 만회 위해 의대 정원 카드 꺼내…국정 지지도 20% 떨어지니 망가져"

이날 신 의원은 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정부의 위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카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의사 정원이 정치화, 정쟁화 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의대 정원 카드를 꺼낸 정부 여당의 나쁜 사례로 생각된다. 국정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지니까 망가져도 너무 망가지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행위별 수가제를 그대로 둔 채 의사 수를 증가하면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치열해지는 의료시장 경쟁에서 의사들이 더 많은 풀을 뜯기 위해서 굶지 않으려고 의료 과잉이 더 심해지고, 건보 재정 파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으로 가치기반의료가 등장하고 있다. 일산병원에서도 가치가반의료 환자 중심 일차의료 개발센터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영역의 적정 수가 보상, 의료사고의 징벌적 처벌에 대한 국가 책임보험제도 도입, 필수의료 전공의 수련 대폭 확대 및 국가의 지원 그리고 지역수가와 공공정책 수가 등 파격적인 지원과 공공 임상교수제와 시니어 의사 제도 도입 등 단기적 목표를 꼭 세우고 단순한 의사 정원 확대가 아닌 필수 의료 의사 정원 확대가 정책의 궁극적 지표가 될 수 있도록 두 수장이 정부와 대통령실에 적극적으로 제언해야 한다고 본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기석 이사장은 "그렇게 하겠다. 공단에 원가분석팀이 있어 필수의료에 대한 원가보전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심평원, 복지부와 협력해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잘 이뤄진다면 필수의료를 하고 싶어하는 젊은 의사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중구 이사장도 "기회가 닿으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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