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1.21 08:16최종 업데이트 25.01.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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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붕괴의 빠른 종식을 위해 새 의협 집행부에 드리는 건의

[칼럼]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1월 17일 의료계 신년하례회 장면. 사진=대한의사협회 

[메디게이트뉴스] 의료대란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나 전공의들은 3월에도 현장으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 수련병원들의 신입 전공의 모집에서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도 많다. 1년간 이미 휴학 중인 학생들도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그런데 이제 3월이면 5000명 이상의 신입생이 입학할 것이고 이들도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휴학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그때 벌어질 교육현장의 혼란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과 그 후폭풍 때문에 지금 우리 나라는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란스럽다. 따라서 이 정부와 임기를 함께하고 있는 대통령 직무대행과 장,차관들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하는데,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계산방식이 각기 다른 국회의원들이 사태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의료붕괴와 의학교육 재앙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의사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우리 모두에게, 특히 새로 출범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게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다. 이와 관련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전공의들은 복귀조건으로 7개 항목을 제시했다. ①필수의료정책패키지와 2000명 의대증원 전면백지화 ②과학적인 의사수급추계를 위한 기구설치 ③수련병원의 전문의채용 확대 ④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부담완화대책 마련 ⑤전공의 수련환경개선 ⑥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 전면철회 및 전공의들에 대한 정식 사과 ⑦업무개시명령 전면폐지와 강제노동금지조항 준수다. 전공의들은 이 요구사항들이 모두 관철될 때까지 복귀하지 않겠다고 한다. 학생들도 같은 생각으로 보인다.

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아래의 건의를 드린다.
 
1. 압축된 요구사항을 한 목소리로 반복해서 강조해야 한다.

앞으로 유효기간이 몇 달 밖에 남지 않은 현 정부의 장,차관들이 이 요구에 동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전공의들의 요구사항을 당장 급한 '의정원확대 중지, 의사인력수급계획기구설치, 정식사과'로 축약하고 나머지 조건들은 다음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일 것이다. 단 이런 주장을 전공의와 의협은 물론 학생단체, 교수단체 등 모든 관련 단체들이 강한 목소리로 일관성 있게 반복적으로 내야 한다.
 
지금 살얼음 판을 걷듯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버티고 있을 현 정부의 장,차관들은 어차피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다. 의사단체에 대한 사과나 반성, 협조하려는 진정성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이 전공의 요구조건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수용하는 시늉은 할 수 있으나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로 효력이 의심된다. 따라서 이들의 확답을 기다리며 휴학을 무한 연장한다면 학생들의 피해가 너무 커진다. 사실 이 난장판의 가장 큰 피해자는 2만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다. 당장은 물론 장기적인 피해도 심각하다. 따라서 지금 문제 해결의 포커스를 학생들에게 맞추는 것이 맞다.
 
2. 현 정부의 대통령실 사회복지수석,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 등에 대한 민사·형사 고발에 의협이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의사들이 당장 시행해야 할 아젠다가 있다. 의료붕괴의 원흉 5명 중 이미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을 뺀 나머지 4명에 대한 모든 법적조치를 이들이 퇴직하기 전인 지금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조만간 이 정부의 종말과 함께 떠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들 뿐만 아니라 국회로 간 이들도 있다. 

의료붕괴에서 윤 대통령의 1등 조력자이자 공범인 이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죄값을 치르도록 의협이 지금 준비해야 한다. 국민들께 숫자로 표시될 수 없는 엄청난 생명, 재산, 정신적 피해를 입힌 이들이 임기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의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가능한 모든 범죄 혐의를 법률전문가들과 함께 꼼꼼히 따져서 민,형사고발을 지금 해둬야 한다.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받은 학습권박탈, 수련받을 권리 박탈, 정신적, 경제적 손실에 대한 피해보상, 그리고 수천명에 이르는 (아마도 지금은 1만명이 넘을 듯), 초과사망자로 알려진 억울한 죽음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모든 재앙의 발화점인 의대증원 2000명 결정을 누가, 어떻게 내렸는지 그 배경과 과정을 소상히 밝혀서 책임자 문책과 함께 위법을 저지른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규홍 장관이 국회에서 2000명 증원을 자신이 혼자 결정했다는 발언을 했으나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미 판명됐다.
 
3. 국회 특검, 국회 청문회, 감사원 감사도 고려해야 한다.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붕괴가 국민 모두의 건강, 생명, 재산에 끼친 피해, 그리고 국가재정의 남용 및 불법 사용, 나아가 이로 인한 2차적 국민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리고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가 관여되었으므로 국회에서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순히 의사, 학생들 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직·간접 영향을 받은 범 국가적 재앙이기 때문에 특검의 필요성은 당연해 보인다. 특검 발의를 위해 여야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특검 이외에도 국회 청문회 개최, 그리고 감사원 감사 요청도 필요하다. 그 준비를 더 늦기전에 지금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접근들이 의료재앙의 원인규명 뿐 아니라 재발 방지, 나아가서 대한민국 의료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의협이 이와 같은 다양한 접근방식들을 총동원해서 현 정부를 압박하고 다음 정부에서는 이런 악행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모든 회원들은 이에 적극 참여하고 협조해야만 이번 사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새 집행부의 건승을 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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