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약 시장과 약가 정책은 국내에서 롤모델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국내 관계자들도 이번 변화가 몰고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서고 있다.
18일 '제 13차 한·일 제약협회 공동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후생노동성 유지 칸다(Yuji Kanda) 식품의약품안전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 향후 3~5년 안에 제네릭의 시장점유율을 80%까지 높이는 대신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 동안 약가를 최대한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최근 발표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에 따르면 2018~2020년 중 제네릭의 시장 점유율을 8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현재 제네릭의 점유율은 50% 안팎.
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을 저렴한 제네릭으로 대체함으로써 보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칸다 국장은 "이번 정책 발표의 배경은 보험 재정의 압박"이라며 "일본 재정의 적자가 방대하다. 정부가 향후 3~5년을 적자 집중 개선 기간으로 설정했고, 우리도 받아들여 여러 정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약, 최초 약가 특허 만료까지 보호
그러나 이번 정책 변화는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을 크게 약화시켜 결국 신약 개발 의지를 꺾을 것이라는 우려를 받고 있다.
칸다 국장은 "일본은 북미 시장과 달리 특허 만료 후에도 오리지널의 비중이 큰데, 단기간 안에 제네릭으로 대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특허 보호 기간 동안 오리지널의 약가를 인하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리지널의 최초 약가를 특허 만료때까지 영구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도 신약의 약가 유지를 위한 가산제도는 있다. △제네릭이 시장에 투입되지 않은 신약(약가 등재후 15년까지) △실거래가와의 괴리율이 모든 기등재 의약품의 가중 평균 괴리율을 초과하지 않은 신약 등에는 가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최초 약가를 특허 기간 동안 고정시키는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제약사가 신약개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해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특허 만료 이후에는 시장에 양보하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상 시험 환경도 정비하고 있다.
칸다 국장은 "임상 시험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난치병, 당뇨병 환자들의 질병등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연구소가 병설된 국립병원 6곳을 질병등록센터로 정해, 개별 병원에서 진행하던 것보다 임상 규모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제1 수출국…국내 제약업계 긴장
그럼에도 제네릭 확대책은 큰 폭의 약가인하 등 위협적인 후속책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 제약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가장 큰 수출국이다. 우리나라 원료 및 완제품의 일본 수출액은 약 6억 달러(2014년 기준)로, 국내 전체 의약품 수출액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한‧일 제약협회 공동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향후 계속 약가를 인하하면 의약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후생노동성 의정국 다카에 신이치 경제과장은 "업계도 약가인하를 환영하지 않지만, 우리도 고민이 많다"면서 "처음 검토했던 대로 매년 약가를 인하하면 보험 재정은 5천억엔씩 쌓인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매년 인하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너무 지나치면 결국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2년마다 약가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추후 논의를 통해 올해 말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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