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2019년 여름방학을 맞아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특성화 실습에 참여했습니다. 의대생·의전원생 인턴기자들은 다양한 현장과 국회 토론회, 인터뷰, 강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의료현안을 생각해보고 미래 의료의 방향성을 살펴봤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깊이가 없을 수 있지만 미래 의사들의 생각을 담아봤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영민 인턴기자 한림의대 본4] 문재인 케어의 목표로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의료 보장성을 70%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민이 내야할 의료비 중 많은 항목들에 대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비율을 줄이고 국가가 더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감소로 이어질 것 같지만 자칫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본다.
우리나라 의료비 조달 체계는 크게 국민이 의료현장에서 부담하는 진료비와 국가주도의 건강보험료, 그리고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이루어진 국고지원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대전제는 결국 의료비의 총 규모는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에 맞춰 경상의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최근 9년간 7.9%로 유지돼 왔다. 정부는 기존 60% 초중반대의 의료 보장성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상당 비급여 항목들을 급여 항목으로 돌려놓았다.
이렇게 되면 남은 의료비는 건강보험료와 국고지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보장성은 강화되면서 보험료 부담은 줄어드는 방향을 원한다. 따라서 보험료를 건드리게 되면 국민들의 반발이 상당한 것을 예상한다면 국가가 함부로 보험료를 인상시키진 못하다.
결국 남은 건 국고지원이 증가해야 기존 경상의료비를 사회가 부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여기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 번째로 왜 건강보험 보장률을 향상시켜야 하는가에 의문을 던진다. 실제로 참여정부 이후부터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의료 보장률은 65%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많은 정권에서 보장률을 높이고자 지난 10여년간 보험료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보험자 부담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보장률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본인부담, 특히 비급여항목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중 보장률 향상을 위해 문재인케어에서는 일례로 상급병원의 2인실에 대해서 비급여 항목이었던 것을 급여 항목으로 편성해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보장률이 올라가면 불필요한 준의료시스템에 국가재정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을 지 모른다.
또한 정작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지원을 하고 있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보장률에 연연하지 말고 필요한 의료자원과 의료행위에 대해 적재적소의 보험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공급자가 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들도 만족할 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두 번째로 국민들도 보장성 확대로 인해 진료비가 낮아진다는 것이 결론적으론 부메랑이 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본인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진료비가 감소하면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은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 의료체계를 유지하되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의료비 부담하는 것은 보험을 통해 감소하길 원하고 있으니, 국고재정을 통해 이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정부는 단순히 보건의료시스템만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반의 운영을 위해 기획재정부의 관리 하에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현재 건강보험 누적적립금도 약 20조원이나 있는 만큼 향후에 기획재정부가 국고지원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결국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것이 국민들 부담이 되거나, 만일 국고지원이 늘어나게 되어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더라도 세금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이 부담은 오롯이 우리 다음 세대들이 짊어질 짐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민들이 앞으로 닥칠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는다면, 보장성 확대라는 정책은 결국 역풍을 맞을 것이 뻔하다.
현 정권의 의료정책을 바라본다면 결국 이 상황에서의 국고지원 확대는 현실적인 대책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기간에만 좋은 성과를 내면 된다 식의 '빛 좋은 개살구' 정책으로 남지 않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재정적인 부분에 대해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의료수가와 의료의 질에 대한 상관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의사도 국민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현 의료정책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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