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고심 끝에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하기로 했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지출 증가를 고려해야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내년도 정부지원 확대와 보험료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 점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부터 췌장 기능이 크게 저하된 중증 2형 당뇨병 환자도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자동주입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은 현행 10%에서 7%로 낮아지고, 2028년 상반기에는 5%까지 인하된다.
보건복지부는 8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안과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을 의결했다.
지역·필수의료 지출 늘지만 건보료 동결 선택
건정심은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동일한 7.19%로 결정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현행 211.5원으로 유지한다.
건강보험료율은 2024년과 2025년 7.09%로 2년 연속 동결된 뒤 2026년 7.19%로 1.48% 인상됐다. 내년에는 다시 동결된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지출 소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증가하고 중증·희귀난치질환 보장 확대 등 신규 지출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이 최근 5년간 당기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5년 말 기준 준비금도 약 30조2000억원으로 3.5개월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동결 결정에 반영됐다.
내년도 건강보험 정부지원이 약 1조1000억원 늘어나고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보험료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 점도 고려됐다.
복지부는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가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효과적으로 사용되도록 지출 효율화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중증·희귀난치질환자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인포그래픽=보건복지부
중증 2형 당뇨 환자 1만1000명 새로 지원
건강보험 보장 확대는 중증·희귀난치질환과 재택·예방관리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한다. 중증질환의 보장은 강화하는 동시에 의료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의 신규 진입과 과도한 의료이용은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중증 당뇨병 지원 기준을 기존의 1형·2형 구분에서 실제 췌장 기능과 중증도 중심으로 전환한다.
현재 건강보험은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자동주입기와 연속혈당측정기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2형 당뇨병 환자는 1형 당뇨병과 유사한 수준으로 췌장 기능이 떨어져도 관련 비용을 대부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앞으로는 당뇨병 유형과 관계없이 췌장장애 또는 췌도부전 수준의 중증 당뇨병 환자에게 관련 기기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중증 2형 당뇨병 환자 약 1만1000명이 새롭게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췌장장애 환자의 인슐린자동주입기 본인부담률은 연령과 당뇨병 유형에 관계없이 10%로 조정한다. 췌장장애 수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췌장 기능이 상당 부분 저하된 췌도부전 성인 환자는 30%를 부담한다.
연속혈당측정기 본인부담률도 췌장장애 환자는 10%, 췌도부전 성인 환자는 20%로 인하한다.
예를 들어 연속혈당측정기와 고기능 인슐린자동주입기가 필요한 중증 2형 당뇨병 환자는 현재 각각 365만원과 475만원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 제도 개선 이후에는 연속혈당측정기 36만5000원, 고기능 인슐린자동주입기 7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청년층의 인슐린자동주입기 지원 기준도 개선한다. 현재 450만원 상당의 기기를 사용할 경우 19세 미만 환자의 본인부담은 45만원이지만, 19세가 되면 지원기준 금액이 낮아져 부담이 331만원으로 급증한다.
앞으로는 19~34세도 소아와 동일하게 지원기준 금액을 450만원으로 적용한다. 이에 따라 췌장장애 청년의 본인부담은 45만원, 췌도부전 청년은 135만원으로 낮아진다.
중증 2형 당뇨병 환자도 재택관리 시범사업에 포함해 의료진의 교육·상담과 비대면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이번 조치로 1형 당뇨병 환자 약 3만6000명은 연평균 36만원, 중증 2형 당뇨병 환자 약 1만1000명은 418만원의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약 7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다.
희귀·중증난치 본인부담 2028년 5%까지 인하
오는 12월부터 희귀질환 1389개와 중증난치질환 234개를 앓는 환자 약 136만명의 산정특례 본인부담률이 10%에서 7%로 낮아진다. 2028년 상반기에는 5%까지 추가로 인하한다.
이에 따라 환자 1인당 연평균 본인부담은 현재 약 75만원에서 2027년 53만원, 2028년 39만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연간 절감액은 22만~36만원이다.
희귀·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재등록 절차도 간소화한다. 현재 일부 질환은 5년마다 재등록할 때 임상진단과 별도의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검사 결과가 없어도 임상진단과 치료이력을 고려해 재등록할 수 있다.
9월부터 길랭-바레증후군 등 95개 질환, 12월에는 62개 질환의 기준을 개선하고 2027년까지 총 312개 질환의 불필요한 검사 절차를 없앨 예정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현행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신속등재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등재 전 비용효과성 평가를 등재 후 실제 임상성과에 따른 사후평가로 전환하고 급여기준 설정과 약가협상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