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1일 ‘응급의료 재난사태 위기단계 격상에 따른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를 통해 “전국에서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자발적인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책당국은 응급의료 재난사태 위기 단계가 더 이상 격상되지 않도록 전공의와 의료계에 대한 협박을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정부는 혹시 모를 의료공백에 대비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4단계 중 3단계인 '경계'로 발령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계가 파업을 진행할 경우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국무총리가 직접 상황을 지휘할 방침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로 이뤄진 응급의학의사회는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으로 초래한 응급의료 재난사태 위기단계를 맞이해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든데 이어 이번 재난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특히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총투표를 통해 투쟁의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정부와 관계당국은 지난 수십년 간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도 없이 응급의료현장을 지켜온 의료진들에게 격려와 칭찬 대신 강력한 제재 정책들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라는 악의적인 보도로 응급의료인들을 비난하고 낙수효과를 운운하며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빼앗아 버렸다. 응급의료는 언급조차 없는 필수의료 말살 패키지, 건보재정 탕진 정책에 이르러서는 미래의 희망마저 어둡게 만들었다”고 했다.
의사회는 응급의료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의사회는 “정부는 지속적인 현장의 문제제기에는 침묵하다가 이제서야 갑자기 위기라고 언론에 대서특필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기라고 한다면 그 책임은 지금껏 정부의 특혜로 임상경험이 없음에도 연구와 용역을 수행한 자들, 또 그들에게 협력해 응급의료가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고해 직위를 누렸던 공무원들에게 있다. 모두가 공범자로 처벌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이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는 것이 아닌,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의 전문가로 인정하고 대화와 협력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의사회는 “우리는 일부 적폐세력이 아닌 환자를 살리는 의사들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라며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사직하는 이유는 오만하고 무지한 정부의 잘못된 응급의료 정책 때문이며, 더 이상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 따른 전공의들의 파업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의사회는 “전공의들의 이탈이 가시화되면 상급병원의 최종 치료 수행능력은 떨어지고 응급의료의 파행은 불가피하다. 지금도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응급의료인들의 탈진과 소모는 추가적인 사직과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의사회는 “의과대학생들과 전공의협의회를 적극 지지한다. 만약 단 1명의 희생자라도 발생할 경우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체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회는 필수의료 말살 패키지의 전면 철회와 회원들의 보호를 강조하며 비대위 차원의 투쟁을 천명했다. 의사회는 “정부와 정책당국은 응급의료 재난사태 위기단계가 더 이상 격상되지 않도록 전공의와 의료계에 대한 협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비대위는 전체회원 총투표를 실시해 향후 투쟁의 방법에 대해 회원들의 뜻과 의지를 모으고, 14만 의사회원들과 힘을 합쳐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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