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18 09:51최종 업데이트 24.06.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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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사 파업을 비난하기 전에 생각해 볼 것은…누가 현 사태를 만들었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한 '의대 2000명 증원'…결자해지의 자세로 정부가 의료계 목소리 들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파업.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생산활동이나 업무 수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집단행동을 의미한다.

사실상 파업은 최후의 보루다. 파업을 하기 전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의 요구를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수용하도록 압박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최후의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파업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약 4년만에 집단 휴진이라는 '파업'을 선택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던지고,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던진지 약 4개월만에 교수들과 개원의들까지 휴진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전에 없던 규모의 대규모 집단휴진이 예고되고 있다.

어쩌다 예비 의사부터 전공의, 개원의, 대학 교수까지 전 직역의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게 된 것일까?

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과정을 다시 되짚어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의사 집단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으나 48.6%라는 과반수가 넘지 않는 득표율로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빠르게 지지율이 하락해 '취임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2022년 6월 첫째 주 한국갤럽이 조사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3%였으나 같은 해 8월 첫째 주 24%로 떨어졌다.

취임 80일 만에 지지율 80% 선이 붕괴된 처참한 성적표 속에 크고 작은 이슈 속 지지율은 3~40%대를 웃돌며 보합상태에 있었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각종 수를 고민하던 윤 정부는 2023년 5월 18일 돌연 의사인력 증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해 6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개혁에 대한 '무늬만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후반으로 상승했다. 

사실 '의사인력 확대'라는 과제는 앞선 정부에서도 이미 맛을 본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국민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종의 '치트키'로 여겨졌다. 

아니나 다를까. 특히 윤 대통령의 입지가 가장 흔들린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 대통령실이 직접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예고하며 이 발표는 대통령이 직접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후 윤 대통령과 정부는 연일 강경 발언을 통해 오랫동안 멈춰있던 의료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선전했고, 이를 반대하는 의사를 악마화하며 의대 정원 증원은 시대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정부는 의사 직역에 대한 편협한 시각으로 '의사=고소득 엘리트'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갈수록 악화되는 불경기 속에 의사 때리기는 윤 정부의 지지율을 견인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진지하게 의대 정원을 정말 늘려야 하는지, 늘려야 한다면 얼마를 늘려야 할 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의료계 안에서도 의대 증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했고, 정부가 그토록 의대 정원을 늘려야한다면 '협상'을 통해 서로 주고 받는 과정으로 증원 규모를 정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와 단 한 차례도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논의조차 없이 하루아침에 의과대학의 정원을 50% 이상 늘렸다. 

당장 강의실이 부족할 정도로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의대 학장은 커녕 의대 교수, 의사단체와의 논의도 없었던 것이다.

2000명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을 시대의 사명을 반대하는 '악마' 취급하며, 마지막 보루인 전공의들의 사직서까지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려 봉쇄하는 등 의료계와 전쟁을 선포했다.

취재를 하며 만난 의사들 중 그 누구도 현 사태까지 올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정부의 합리성에 기대를 걸고 조만간 대화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취재하며 만난 의사들 중 그 누구도 환자의 곁을 떠나길 원한 의사는 없었다.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제일 먼저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도 자신의 자리는 환자 곁임을 강조하며, 하루 빨리 진료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를 향해 마지막 수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를 통해 얼마나 의대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문제인지 지적하고 싶었다.

자신들의 미래를 걸어서라도 정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대형 수련병원에서 이탈한 한 전공의는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정부를 향해 마지막 수단으로 사직서를 던졌으나 정부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법조치를 운운했다"며 "우리를 사직으로 내몬 것은 정부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환자를 저버린 악마라는 프레임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전공의는 "지금이라도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이 괴로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3개월 전과 지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민들은 여전히 의사가 밥그릇 싸움 때문에 환자의 목숨을 외면한 채 파업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보다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우리다.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주장을 들어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 사태를 만든 것은 의료개혁에서 당사자인 의사를 배제한 정부에 있다.

그런 정부는 또 다시 파업에 나서는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있다. 의사들을 파업에 나서게 만든 이는 누구인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은 정부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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