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을 포함한 190개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 회계감리에 나선다. 금감원이 올해 초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집중감리를 선언한 이후 일부는 비용처리로 전면 수정했다. 여전히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곳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의 2018년 회계감리에 셀트리온과 차바이오텍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경제 파급효과가 크고 분식 발생시 다수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기업들을 감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리는 ▲사회적 중요기업에 대한 회계감독 강화 ▲피조치자의 권익보호 강화 ▲회계부정에 대한 제재 실효성 제고 ▲효과적‧효율적인 회계감리 업무 수행 ▲회계법인의 감사품질관리 취약부문 점검 강화 등 5가지 사항에 중점으로 진행된다.
제약바이오기업이 감리 대상에 오른 것은 독일계 증권사 도이치뱅크가 보고서를 통해 셀트리온의 회계처리 방식을 문제 삼은 것에서 비롯됐다. 셀트리온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 2270억원 중 1688억원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이에 따르면 신약은 임상3상 이후 기술적 실현가능성, 미래경제적효익 등을 포함한 자산 인식요건이 충족된 시점 이후 발생한 지출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셀트리온 내에 무형자산 인식요건을 충족시키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는 없다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등함을 입증함으로써 승인을 받게 되는 만큼 임상2상이 면제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공정개발 등을 통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의 동등성을 확보한 시점 이후 지출은 무형자산으로, 이전 단계 지출은 당기 비용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네릭 역시 오리지널 합성의약품과의 동등성을 확보한 시점 이후 지출은 무형자산, 이전 지출은 연구개발비로 보고 당기 비용처리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도 셀트리온과 같은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구개발비 74억6000만원 중 53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이처럼 두 기업은 제품 승인이 확실시 되는 연구개발은 ‘무형자산’으로 잡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성공확률에 대한 외자사와 국내사간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이 무조건 문제가 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SK증권 이달미 애널리스트는 “무형자산화 비중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그 회사의 기업 가치를 나쁘게 볼 순 없다”며 “그보다는 신약의 성공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금감원의 회계감리 선언 이후 부랴부랴 재무제표 처리방식을 무형자산에서 비용으로 정정한 곳도 있다.
바이로메드는 지난달 2017년 연구개발비 중 자산으로 잡았던 495억원을 비용으로 처리, 재무제표를 정정하면서 흑자였던 영업이익이 8억8000만원의 손실로 전환됐다. 일양약품도 무형자산 내 개발비 중 66억원을 손상차손(향후 손익을 기대하고 자산화했던 개발비를 손실로 처리)으로 처리했다. 지난 2016년도에는 손상차손이 없었던 만큼 금감원 회계감리를 의식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반면 신라젠은 모든 연구개발 지출을 전부 비용으로 계산하면서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이 났다. 신라젠 관계자는 “혹여라도 문제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글로벌 제약사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연구개발비는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회계처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금감원의 이번 회계감리는 오는 11월부터 외부감사법상 제재 강화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제재절차 차원에서 이뤄진다. 감리결과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나오더라도 징계가 아닌 우선 주의 조치가 내려지는 만큼 기업들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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